그런데, 지금, 그야말로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KBS 사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니 해임권도 있다는 색다른(?) 해석으로 앞으로 KBS사장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해임할 수 있게 새로운 장이 열렸다. 그뿐만이랴. MBC사장이나 간부도 이사회에서 낙점한 사람으로 할 수 있게 새로운 길이 열렸다. 공공기관의 장들은 임기가 보장되어 있지만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뭉개고 있으면 험한 꼴 당하니, 앞으로는 알아서들 그만둘테니 임기제는 유명무실하게 되었다.
세상은 변했다. 이 새로운 세상에선 검찰과 감사원과 국정원 같은 이른바 권력 기관들은 청와대에서 직접 관리하며 그게 당연한 것이다. 검사들은 유죄여부와는 무관하게 괘심한 놈들은 무리를 해서라도 무조건 기소하면 좋은 자리에 가다는 것을 보고 배운다. 하급법원 판사들은 법리만 따져 판결하다가는 깡패언론에 조리돌림 당하는 꼴을 지켜보았으니, 상급법원 판결에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1심 판결의 유죄 여부는 여당에게 미리 물어보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을게다. 삽질하려는데 환경영향 평가니 하는 것도 개무시해도 아무 일 없다는 것을 보고 배우니 앞으로 환경영향평가 같은 것은 개나 줘버리라고 해라.
그럴 가능성도 별로 없어 보이지만, 누가 정권을 잡든 이렇게 좋은 전통을 쉽게 바꾸어 놓을리는 없을게다. 워낙 잘 까먹는 분들이라, 언젠가 정권을 내놓았을 때는 언제 그랬었냐는 듯 다시 개거품 물고 개지랄을 떨겠지. 하지만 한번 변한 세상은 쉽사리 돌아오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또다른 노무현을 잉태할 수 있을까? 그런 사람을 가지기엔 자궁이 너무 황폐해져버린지도 모르다.
그러니 이런 새로운 시대는 앞으로도 쭈욱 오래 오래 지속될 것 같다. 그게 우리나라이고 그게 21세기 우리 사회가 되는거다. 우리 사회는 우리가 만들어 나가는 거니까. 왜 자꾸 한 때 잘 살았다던 필리핀 생각이 나는걸까... 설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