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에 해당되는 글 11

  1. 2009/11/30 꼼지 중요한 일 먼저 마무리하기 (3)
  2. 2009/11/25 꼼지 비겁 유전자 (1)
  3. 2009/11/25 꼼지 무기력 (1)
  4. 2009/11/23 꼼지 외눈박이
  5. 2009/11/23 꼼지 대한민국사
  6. 2009/11/23 꼼지 법과 원칙
  7. 2009/11/20 꼼지 우리가 사는 세상은 (2)
  8. 2009/11/20 꼼지 연합 찌라시
  9. 2009/11/20 꼼지 순망치한 (1)
  10. 2009/11/17 꼼지 손석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나라
  11. 2009/11/17 꼼지 구글 안드로이드가 iPhone이 될 수 없는 이유 (2)
2009/11/30 23:30 | 일상

여러가지 일들이 쌓이다보면 그 중에 하기 싫은 일에는 손이 잘 안가게 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특히 하기 싫은데, 하지만 중요한 일이고, 그렇긴한데 오늘 내일 안으로 해야할 만큼 급한 것은 아닌 것들이 있다. 이런 것들은 자꾸만 차일 피일 미루게 되기 쉽고, 손이 먼저 가는 일들을 하기 시작하고 이렇게 시간을 보내다보면 어느새 중요한 일들에 먼지가 쌓여간다.

수업 내용을 꼼꼼이 모르면 성이 잘 차지 않는데다가 자신감도 확 떨어지는 편이라, 수업 준비에 시간을 많이 들이는 편인데, 이건 사실 길게 보면 위험한 방법일 수 있다. 수업만 잘 한다고 해서 다른 문제들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난 신분이 좀 불안한 형편이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최소한 몇 년 간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렇다보니, 사실, 수업을 너무 잘 하려고 욕심부리지 말고, 다른 중요한 것들에 신경을 좀 써 주어야 한다.

지금 내게 제일 중요한 것은, 물론 수업 준비는 기본이지만, 그것 보다 더 중요한 체류신분 변경 문제를 해결하는 일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좋은 논문을 많이 써 두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일을 핑계 삼아 논문 한 편 읽기가 힘들고, 새로운 논문 준비는 생각도 못하고 있다.

뭔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된 거다. 계획을 짜다보면 욕심을 많이 부리는 편이라 늘 계획을 못 채우고 허덕이게 되는데, 먼저, 욕심을 버려야 한다. 과도한 욕심은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의욕을 떨어뜨려 좋지 않다.

하루에 꼭 해야하는 일들을 욕심 부리지 말고 정해놓고 해치워 나가도록 하자. 12월 안에 마무리지어야 할 일이 있다. 그래보도록 하자.


2009/11/30 23:30 2009/11/30 23:30
2009/11/25 13:54 | 낙서

크게 멀리가지 않더라도 임란때 왜군이 처들어왔을 때, 의주까지 줄행랑을 쳤던 선조가 전후에 공신책봉에서 같이 도망길에 올랐던 이들을 크게 우대했으니 목숨 걸고 싸웠던 의병장들과 의병들은 몸보전하기에 바빴으니 어떤 부류의 인간들이 자손을 많이 남겼을까.

구한말 침몰하는 대한제국의 배에서 가장 멀리 일본제국으로 넘어간 쥐새끼들이 잘 먹고 잘 살았을테니 이런 부류의 인간이 남긴 씨가 더 많을테다.

일본제국이 영원할 것으로 믿고 변절한 자들이 늘어갔는데, 이들 또한 잘 먹고 잘 살았으니 남긴 자식이 많으리라.

매국노들이 그토록 증오해 마지 않았던 미국이 승전국이 되자, 해방정국, 이들은 다시 미국에 붙어 다시 잘 먹고 잘 사는 일을 충실히 했다. 당연히 아들 딸 많이 낳고, 공부 많이 시켜 높은 자리 앉혔을테다.

전쟁이 나자 제일 먼저 도망가면서 한강 다리까지 끊어버린 놈들은 돌아와서 부역자 처벌한다고 엄한 사람들 잡았으니, 도망자가 많이 살아남았을까, 피끓는 정의로 뭉친 이들이 많이 살아남았을까. 그 많은 학살의 기억 속에 비겁이 살아남았을까, 정의가 살아남았을까.

암흑의 유신정권과 군사정권 하에서는 어땠을까?

한홍구의 말처럼 우리 사회의 원로들이란 대체로 아픈 기억들을 가진 이들이다. 유신 시절 대량 해직되는 동료 기자들을 모른 척 했던 사람들이 신문자 편집국장 같은 것을 하고 있을테고, 유신 시절 여러 사법 파동 속에서 끝까지 법복 안 벗도록 노력해마지 않았던 사람들이 대법관들이 되었을테니 이들은 아픈 기억을 잊으려 더욱 공격적 성향을 가지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누군들 자신이 비겁자라고 생각하고 싶을까, 신념에 따른 행동이라 믿고 싶은게다. 죽도록.

그러니, 우리가 비겁한 것은 이제는 어쩌면 우리 유전자 속에 비겁과 불의가 각인이 되어서 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우리는 쓰레기들의 자손이다. 고갱이들은 다 죽고 난, 쭉정이들의 자식. 그래서 오늘을 사는 우리 대부분은 비겁하면서도 쪽팔린 줄 모르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찬란한 일본제국이 영원할 것으로 믿고 독립의 꿈을 접어버리고 더욱 더 가열찬 매국의 길에 접어든 많은 지식인들처럼 오늘날 우리는 얼치기 보수들 세상이 영원할 것 같은 세상에 산다.

케이비에스 노조가 엉성한 사장반대 투쟁을 하는 이면에는 이 정권이 오래도록 갈 것이란 믿음이 자리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하지만 일제시대 어느 누가 일본본토에 원자탄이 두 개가 떨어져 일본이 즉각 무조건 항복할 것으로 꿈이나 꾸었겠나. 만에 하나 다른 세상이 오고, 대통령의 측극이 케이비에스 사장으로 오게 되었을 때 무슨 낯짝으로 '공영방송 사수'를 외치려고 하나?

하기사 그 때 쯤이면 지금 노조 집행부들이야 누릴 거 다 누리고 아들 딸 손자 손녀 많이 많이 낳아 우리 후세들이 이 더러운 유전자를 가진 개체가 더욱 더 많이 생기도록 해 주었으니 역사적 소임은 다했다고 해야할 지도 모르겠다.


2009/11/25 13:54 2009/11/25 13:54
2009/11/25 10:49 | 일상

할 일이 쌓여가니 다시 무기력이 찾아든다. 일이 없어서 무기력한 것이 아니라 하기 싫은 일들이 자꾸만 쌓여가면 생기는 증상이다.

추수감사절 연휴가 시작되는 날인데, 뚜렷한 계획은 없이 하기 싫은 일들의 목록과 싸워야 하니 더욱 무기력해지나보다.

어제는 오전 수업이 끝나고 오후 내내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이런 저런 뉴스들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해야할 것들을 저쪽 책상에 쌓아놓고 말이다.

정신줄을 놓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경우에 하기 싫은 일들에 딱 10분씩 할당해서 일단 일을 시작하는 것이 최선이라던데, 시작해야겠다.

2009/11/25 10:49 2009/11/25 10:49
2009/11/23 22:00 | 낙서

어제 작다면 작다고 할 수 있는 판결이 하나 있었다. 국회 안에서 기물을 파손한 혐의로 기소된 민주당과 민노당 국회의원에 대해 기물파손 혐의를 인정해서 벌금형이 처해진 판결이다. 공무집행 방해건에 대해서는 애당초 질서유지권 발동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며 무죄가 내려진 판결이다.

이에 프레시안은 "법원, 질서유지권 남발에 제동"이란 제목으로 기사가 올라왔는데, 구글 뉴스를 보다가 조선과 중앙에서 다룬 같은 판결에 대한 기사들을 읽었는데, 이건 완전히 다른 기사가 아닌가 할 정도로 내용이 달랐다.

먼저, 조선은 "국회 망치 폭력 '유죄' ... 문 부순 문학진에 벌금형"이란 자극적인 제목으로 기사를 달았는데, 기사 어디에도 공무집행 방해건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났다는 내용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중앙은 조선 보다는 좀 더 젊잖은 제목을 달긴 했지만 내용은 마찬가지로 국회 폭력에 대해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는 내용일 뿐, 무죄판결에 대한 부분이나, 양형이 가볍게 내려진 이유 (질서유지권 발동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애써 눈을 감는다.

한 쪽 눈을 가리고 외눈박이로 세상을 보는 사람들이 거대 신문사들을 운영한다. 이제는 그 외눈박이 눈으로 방송도 시작하려 한다니 외눈박이 나라에서 외눈박이로 살아야 할 지도 모르겠다. 두 눈을 다 부릅떴다가는 괴물 소리를 들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2009/11/23 22:00 2009/11/23 22:00
2009/11/23 14:53 | 낙서

지난 주말 앤아버에 갔다가 꼼미가 친구 집에서 여러 권의 책을 빌려왔다.

그 중에서 한홍구의 '대한민국사'라는 책을 집어 들었다. 한국 근대사라는 게 읽다보면 우울해지기 쉬워서 즐거운 마음으로 책 읽기를 시작하게 되지는 않는다. 그간 한겨레21에서 간간히 그의 글을 접해온터라 큰 실망없이 읽어내려갈 수 있으리라 안심하고 책 읽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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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근대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뭐하나 자주적으로 이뤄내기가 쉽지 않았던 대한민국사에서 '시민'이 자리잡기 어려웠다고 지적한 점은 그간 내가 간과해 왔던 것이라 흥미로왔다.

친일파를 분류하는 기준도 상대적으로 너그러운 점 또한 한홍구에 대한 일반적인 선입견에서 벗어나는 것이라 재미있다.

서구에서는 치열한 투쟁을 통해 얻어진 보통선거와 같은 민주적인 절차들이 우리에겐 갑작스레 주어졌는데, 어쩌면 오늘 우리가 시민사회가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왕의 목을 침으로써 봉건적 군주제를 무너뜨린 것도 아니고, 시민 운동을 통해 민주적 권리들을 쟁취한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우리 중에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봉건시대에 머물러 있는지도 모르겠다. 성군이 나타나면 대평성대를 이룰 것이라는 그런 봉건시대의 환상말이다.

우리가 대통령에게 투영하는 이미지가 봉건시대의 성군에게 바라는 그것과 너무나도 닮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2009/11/23 14:53 2009/11/23 1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