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층적 학습
아주 가끔 들르는 '애자일 이야기'란 블로그(김창준)에서 본 글. 일단, 링크를 걸어 두자. 다음에라도 생각날 때마다 읽어도 좋을 글이다.
이 글에서 짧게 피터 드러커가 소개된다. 드러커는 매 3, 4년마다 새로운 주제를 골라서 공부를 해 왔단다. ("
지식 노동자로서의 삶") 이 3, 4년은 한 주제를 통달하기에는 충분하진 않았지만 그걸 이해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고 한다. 해당 분야 전공 학부 졸업생 정도의 수준을 목표로 했단다.
드러커는 20대부터 시작해서 60년 이상 이것을 실천해 왔다는데, 대단한 사람 맞다. 한편으론 그런 공부를 뒷받침만할 조건이 일단 먼저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루 벌어 하루 먹어서야 몇 년마다 새 주제를 잡고 학부생 수준으로 공부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단 지식 노동자가 되어서 밥벌이가 된다는 가정하에서, 매 3, 4년을 주기로 새로운 주제를 공부하는 것 자체는 좋은 생각이다. 생각난 김에 나도 목표를 하나 세워 봐야겠다. 앞으로 3년 동안, 더 기력 떨어지기 전에, iPhone과 Android 프로그래밍을 열심히 해서, 밥벌이가 될 정도 수준까지 도달해 보자. Objective-C나 Java를 깊이 있게 공부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그 다음에는 역사공부나 중국고전(한자공부 포함) 같은 걸 해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재미있는 할 거리가 너무나 많네 그려. 호~호~호~~ (그래,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다)
사실은 위의 글보다 그 글에 걸려 있는 두 가지 다른 글이 더 좋다.
약점에 집중하지 말고, 강점에 집중하라. 위의 글 '나는 앞으로 뭐해 먹고 사나'에 소개된 역시 피터 드러커의 말이다. 약점에 집중해서는 손실예방 수준 밖에 안된다. 강점에 집중해야 기회가 보이고 성과를 낼 수 있다. '뭐해 먹고 사나'를 위한 김창준의 해답은 다음과 같다.
자신의 강점에 집중하고, 좋아하는 것을 하고, 다른 이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는 일을 하자.
- 좋아하나?
좋아하는 일을 해야. 힘들어서 쉬고 싶을 때 어떤 일을 하나?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좋아하는 것은 다를 수 있다.
- 잘 하나?
다른 사람보다 쉽고 빨리 하나? 잘 한다고 칭찬을 받은 일은 어떤 건가?
- 지속 가능한가?
이거 해서 최소한 먹고 살만큼은 되나?
이 기준은 세 가지 기준 중 두 개 이상이 만족해야 하는 식이 아니라,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일종의 관문식으로 하나씩 통과해야 하는 것. 앞으로 뭐 해 먹고 살지 고민한다면, 먼저, 좋아하는 일을 찾아라. 몇 가지 후보가 나온다면 그 중에서 잘 하는 일을 다시 추려라. 그 중에서 지속 가능한 놈을 골라라. 이런 얘긴데, 나처럼 두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놈이 하나도 없으면 참 난감하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걸까? 글쎄.. 일단, 자신 없다. 잘 하나? 글쎄..다시 글쎄다.. 그렇다면 세 번째 질문을 물어볼 필요도 없는거다.
잘 한다고 칭찬 받아 본 적은 회사에서 개발할 때 말고는 없는데, 흠.. 이제와서 나더러 다시 회사에 개발자로 기웃버려 보라는 건지..
이런 류의 글의 문제점은 읽을 때는 "맞아 맞아.." 하면서 무릎을 치지만 막상 생활에선 크게 달라질 게 없는 경우가 많다는 거다.
일단, 정리하자. 내가 하고 있는 일이, 하지 않고는 못 배길 만큼 내가 푹 빠져 있는 일은 분명 아닐테다. 사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행복한 부류에 들까보냐? 사춘기 첫사랑처럼은 아니지만 오래 곁에 둔 친구처럼 싫증내지 않고 나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첫 목표는 다음 학기에 가르치게 될 과목을 다른 사람들이 할 때보다 조금이라도 더 잘 해야지 하는 생각이다. 예제 코드도 좀 잘 다듬고 그래도 내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란 이름으로 10년 넘게 밥벌어 먹은 사람인데, 지금같은 예제 코드를 그냥 가르칠 수는 없는 일이다. 실험 과제도 조금 더 깔끔하게 정리할테다.
그리고 여름학기부터 새로 내가 제안할 '모바일 프로그래밍' 과목도 멋지게 만들어볼 생각이다. 이걸 그 다음 학기부터는 정규과목으로 편성되도록 할 욕심이다. 기말 프로젝트 형태로나 아니면 별도의 이벤트로나 학교내에서 iPhone과 Android 프로그래밍 대회를 열어볼까도 생각 중이다.
잘만하면 내가 좋아하는 일과 내가 먹고 사는 일을 괜찮게 조화시킬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젠 너무 오래 되어 희미한 기억처럼 되어 버렸지만 어쩌면 아주 옛날부터 꿈꾸던 생활일지도 모른다. 위의 세 가지 관문을 엄밀하게 말한다면 통과했다고 할 순 없지만 나름 비슷하게 '뭐 하고 살까' 하는 고민에 대한 내 자신에게 해 주는 짧은 답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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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
근데, 맥북 쓰고 있잖아..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