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섞어쓰기
우리 말에 영어를 섞어 쓰는 일이야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근래 들어 더욱 심해진 듯 하다. 게다가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해질 모양이다. 하지만 어설픈 영어 섞어쓰기는 정말이지 영어를 말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안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심각한 불편을 일으킬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다음 뉴스'에서 본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먼저, 이제는 우리말이라고 봐도 좋을 '뉴스'는 nooz 또는 nyooz가 더 가까운 발음이다. '스~'보다는 '즈'가 더 가까운 발음. '즈~'하고 길게 끌면 안되고 '으' 소리가 안들릴 정도로 짧게 끊어야 한다. 엄밀히 말하면 영어의 화자는 맨 끝의 '으'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론 모음없이 자음 혼자 소리나는 법은 없으므로 모음 성분이 들어가야 하지만, 아무튼이다.
그 다음 눈에 띄는 것은 '이 시각 헤드라인.'
headline을 한글로 그냥 적었는데, 헤들라인인 더 가까운 발음이다. 왜냐하면 '라인'의 'ㄹ'은 r이 아니고 'l'이기 때문에 '을-'하고 시작부분이 강하게 발음된다. 이 때문에 앞의 단어가 받침이 없으면 연음이 되기 때문에 '헤들라인'이라고 발음된다. 헤드라인이라고 발음하면 십중팔구는 head-rine으로 들릴게다. 다행히 rine에 헤드라인으로 발음되는 단어가 없으니 대체로 '헤들라인'으로 생각은 하겠지만, 어설프게 영어를 우리 말에 섞어봐야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는 말이다.
스마트폰이란 말도 마찬가지다. 폰은 fohn이라고 발음이 되니 f로 발음해야 하지만 늘상 우리말로 '폰'이라고 발음해 왔기 때문에 갑자기 f로 바꾸려면 여간 힘든게 아니다. 엄밀히 말하자만 '스마트'도 smahrt로 'r'발음이 엄연히 들어가 있고, 우리말처럼 '트~'라고 길게 '으'를 뽑아주면 안된다.
요즘 많이 쓰는 '포토'란 말도 '포'가 f다. fohtoh 이런 식의 발음인데, 매일 포토 포토 하다보면 원래 영어 발음 하는데 혼동만 더 줄 뿐, 무슨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I love you!도 '아이 러브 유' 이렇게 발음하면 'love' 대신 'rub'에 더 가까운 발음이다. 물론 이렇게 발음한다고 해서 '너를 문지른다'는 말로 알아 듣지는 않겠지만, 아무튼 그렇다는 말이다. '러'의 'ㄹ'이 'l'이기 때문에 연음이 되면 '아일러v유' 정도가 좀 더 비슷한 발음이지싶다.
lice(이.. 머리에 기생하는..)와 rice(쌀)도 잘 알려진 예. We eat rice를 '위 잇 라이스'하면 '라이스'의 'ㄹ'은 'l'과 비슷한 발음이 되는데, 'ㄹ' 앞에 받침 'ㅅ'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말에서 받침있는 발음 뒤에 오는 'ㄹ'은 영어의 r 발음보다는 l발음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이런 예는 수도 없이 많은데, 몇 가지 예를 더 들어보자. '포털'이란 말도 자주 쓰이든데, portal을 한글로 적은 것으로 우리말로 포털이란 발음에 익숙해져 버리면 '포'가 f인지 p인지 알기가 어렵다. 이 경우는 다행히 'ㅍ'가 p이기 때문에 괜찮지만, 역시 중간의 'r'발음은 없어져 버린다. 이렇게 어설프게 포털, 포털.. 하고 배우는 것보다는 나중에 따로 pawrtl 이라고 발음을 따로 배우는 편이 아무래도 더 좋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 말에 섞어쓰는 영어단어들은, 특히 p나 f 또는 v나 b 또는 r이나 l이 들어간 단어들의 경우에, 입에 익지 않은 경우 꼭 한번 다시 한번 생각을 해 보고 발음을 해야 한다. 이거 굉장히 헷갈린다.
지난 학기에 '애플리케이션 디벨럽먼트 for 모바일 디바이시스'란 말을 자주 해야 했는데, 입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디벨'할 때 'ㅂ'이 v인가 b인가 고민해야 했고, '모바'일 할 때 '바'가 b인지 v인지, 또 '디바'이시스할 때 '바'가 v인가 b인가 자꾸 생각해 봐야 했다는 거다. 왜냐하면 '디벨로퍼', '모바일', '디바이스'는 한국에서도 늘 쓰던 말이었던터라, 늘상 모두 'b'로 발음해 왔던 터라, 익숙한 단어들에서 갑자기 v와 b를 구별해 주려니 더 어려움을 느꼈다는 것.
영어 단어를 따로 배워서 내 두뇌의 다른 부분에 저장되어 있는 편이 영어로 말할 때 훨씬 편하다는 거다. 일정시기가 지나 배운 외국어는 두뇌에서 모국어가 처리되는 부분과 분리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어설프게 영어 단어를 우리 식으로 배워 놓으면 외국어를 말할 때 모국어 영역과 외국어 영역을 왔다리 갔다리 해야 한다는 거다.
우리 말은 우리 말로, 외국어는 외국 말로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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