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 소나 모두 다 공천을 받은 민주통합당의 공천명단을 받아들어보니, 그리고 지난 몇 주간 지지부진한 통합진보당과의 선거연합에 관한 논의 과정을 보고 있자니 총선에서의 압승은 물건너가고, 과반도 이래서야 가능할까 의심이 간다.
이건 마치 한 편의 인질극을 보는 듯 하다. 국민들보고, "야.. 민주통합당이 아무리 미워도 새누리당에 표를 줄 순 없는 거 아니냐.. 4년간 겪은 그런 일 또 겪고 싶지 않으면 우리한테 표 줄 수 밖에 없을 걸" 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이건 뭐 도둑놈 심보도 아니고 인질범의 심보라고 할 밖에.
민주통합당의 주류가 최근의 지지율반등에 사리분별을 못하고 있다.
먼저, 지난 당대표 국민경선에 참여한 사람들이 모두 민주통합당 지지자란 착각을 하는 것 같다. 이들 중 상당수는 야권통합을 전제로 한 범 야권 지지자들이다. 통합야권에 힘을 실어주자는 취지로 참여한 사람들을 지지자로 착각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언제든 돌아설 수 있는 이른바 중간층들이다. 지난 몇 주간의 민주통합당의 행보를 보고 그들 중 상당수는 이미 돌아선 듯 하다.
두 번째는 새누리당이 싫으니 민주통합당에 표를 줄 수 밖에 없으리란 착각이다. 새누리당에 표를 지준 않겠지만 민주통합당에도 표를 주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잊으면 안된다. 지금처럼 해서야 투표장에 사람들을 불러모을 수가 없다. 이명박이 2위와는 역대 최대 표차로 당선되었지만 득표수는 노무현보다도 적었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이명박을 지지하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정동영을 찍으러 투표장에 가야하는 이유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 아니었나.
지금은 이명박의 실정 때문에 새누리당 상황이 좋지 않지만 지금처럼 민주통합당이 계속 헛 짓을 한다면(아마도 그럴 것 같지만) 본선에선 다시 49:51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통합진보당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자의든 타의든 하게 될텐데 지금처럼 선거연합에 소극적이라면 과반도 쉽지 않아보인다.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로 기사회생하게 된다면 통합진보당보다는 민주통합당의 책임이 더 무거워보인다. 통합진보당이라고 뭐 딱히 잘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책임의 무게가 아무래도 민주통합당 쪽으로 더 기울어보인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인질이 된듯한 이런 더러운 기분으로, 투표하러 다섯 시간 넘게 운전해서 시카고까지 가야하나 고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