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에 해당되는 글 4

  1. 2012/02/27 꼼지 인질극
  2. 2012/02/19 꼼지 아버지 장례 (1)
  3. 2012/02/02 꼼지 자존감과 자신감
  4. 2012/02/02 꼼지 일기
2012/02/27 13:52 | 낙서

개나 소나 모두 다 공천을 받은 민주통합당의 공천명단을 받아들어보니, 그리고 지난 몇 주간 지지부진한 통합진보당과의 선거연합에 관한 논의 과정을 보고 있자니 총선에서의 압승은 물건너가고, 과반도 이래서야 가능할까 의심이 간다.

이건 마치 한 편의 인질극을 보는 듯 하다. 국민들보고, "야.. 민주통합당이 아무리 미워도 새누리당에 표를 줄 순 없는 거 아니냐.. 4년간 겪은 그런 일 또 겪고 싶지 않으면 우리한테 표 줄 수 밖에 없을 걸" 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이건 뭐 도둑놈 심보도 아니고 인질범의 심보라고 할 밖에.

민주통합당의 주류가 최근의 지지율반등에 사리분별을 못하고 있다.

먼저, 지난 당대표 국민경선에 참여한 사람들이 모두 민주통합당 지지자란 착각을 하는 것 같다. 이들 중 상당수는 야권통합을 전제로 한 범 야권 지지자들이다. 통합야권에 힘을 실어주자는 취지로 참여한 사람들을 지지자로 착각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언제든 돌아설 수 있는 이른바 중간층들이다. 지난 몇 주간의 민주통합당의 행보를 보고 그들 중 상당수는 이미 돌아선 듯 하다.

두 번째는 새누리당이 싫으니 민주통합당에 표를 줄 수 밖에 없으리란 착각이다. 새누리당에 표를 지준 않겠지만 민주통합당에도 표를 주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잊으면 안된다. 지금처럼 해서야 투표장에 사람들을 불러모을 수가 없다. 이명박이 2위와는 역대 최대 표차로 당선되었지만 득표수는 노무현보다도 적었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이명박을 지지하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정동영을 찍으러 투표장에 가야하는 이유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 아니었나.

지금은 이명박의 실정 때문에 새누리당 상황이 좋지 않지만 지금처럼 민주통합당이 계속 헛 짓을 한다면(아마도 그럴 것 같지만) 본선에선 다시 49:51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통합진보당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자의든 타의든 하게 될텐데 지금처럼 선거연합에 소극적이라면 과반도 쉽지 않아보인다.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로 기사회생하게 된다면 통합진보당보다는 민주통합당의 책임이 더 무거워보인다. 통합진보당이라고 뭐 딱히 잘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책임의 무게가 아무래도 민주통합당 쪽으로 더 기울어보인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인질이 된듯한 이런 더러운 기분으로, 투표하러 다섯 시간 넘게 운전해서 시카고까지 가야하나 고민이다.
2012/02/27 13:52 2012/02/27 13:52
2012/02/19 22:49 | 일상

아버지 장례를 치르고 미국으로 돌아왔다. 갑작스레 한국을 오고 갔더니 마치 스타트랙의 순간이동처럼 한순간에 한국에 나타났다가 다시 한순간에 미국으로 돌아온 것 같다.

관에 누워계신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까지 뵈었지만 아버지의 죽음은 이상하리만큼 실감이 나질 않는다. 선산에 묻히시는 모습까지 뵈었는데도 그렇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구리 집 주변에는 아버지가 산책하시다가 쉬시곤 하시던 아파트의 빈 의자가 자꾸 눈에 밟혀서 일부러 쳐다보지 않았다. 아버지는 아무 말없이 소파에 앉아 계시거나 편찮으신 후론 누워계시는 경우가 더 많았다. 빈 소파 말고는 집 안에 아버지의 흔적이란 것이 그다지 남아있지도 않구나.

아버지는 20대 초반에 배운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이 맨 몸으로 서울에 올라오셔서 이런 일 저런 일 닥치는대로 하셨고, 장사에 수완은 없으셨는지, 여기 저기서 빌린 돈 많이 까 먹고, 덕분에 마누라 고생도 단단히 시키고, 또 그 덕분에 자식들에게 마땅히 따뜻한 대접도 받아보시지 못하셨다. 그러다 늙어 병을 얻어 이렇게 돌아가시니 사람 사는 게 부질없다. 앞으로 한 십 년만이라도 더 사시면서 자식들 덕도 좀 보셨으면 좋았을텐데 하지만, 가시는 걸음을 어떻게 막을 수는 없구나

미우나 고우나 오십여년을 함께 하신 어머니의 상실감은 어쩔까. 괜찮다 괜찮다 하시지만 정말로 괜찮지는 않으실게다. 어떻게 괜찮을 수가 있을까. 나도 미국으로 돌아와버리고, 큰 형도 이제 곧 브라질로 돌아갈텐데, 텅빈 집안에 아버지의 빈 자리가 어찌 작다할까.

전화나 더 자주 드려야겠다.


2012/02/19 22:49 2012/02/19 22:49
2012/02/02 11:58 | 일상

김어준의 예전 강연을 몇 개 들었는데, 마음에 남은 몇 가지.

먼저, 자기 욕망에 충실할 것. 부모나 주위의 기대가 자기 자신의 욕망이라 믿고 살다가 행복하지 않은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유는 자기 자신이 자신의 욕망에 대해 알 지 못하기 때문이고 그렇게 훈련받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 자기가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지 끊임없는 시도와 실패 속에서 몸으로 깨달아야 행복한 삶을 영위할 기본적인 준비가 되는 것.

자존감과 자신감. 자신감은 남과 비교해서 자신이 비교 우위에 있다고 느낄 때 생기는 것. 그렇기 때문에 열등감과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 자신감은 더 나은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언제나 쪼그라들기 마련. 반면에 자존감은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으로 자기 자신의 추악하고 유치하고 덜 떨어진 그런 모든 모습을 인정하고 그런 자신을 스스로 사랑해서 존중하는 마음. 남의 비교 우위를 쿨하게 인정하고 그것이 자기 자신과의 비교를 통해 자괴감으로 돌아오지 않는 그런 마음. 누가 뭐래도 나는 나이기 때문에 좋고 나 자신으로부터 존중받는 존재. 자존감을 가지려면 자기 자신의 저 끝 나락까지 경험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님. 20대를 치열하게 좌충우돌 살아내면 30대 이후에나 가져보게 될 귀중한 것. 어찌보면 약점을 인정하고 강점에 집중하라는 조언과도 비슷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2012/02/02 11:58 2012/02/02 11:58
2012/02/02 11:47 | 일상

종이 일기장에 일기를 쓰기 시작한 이후로 확실히 여기 블로그 포스팅 수가 줄었다. 일기장에 이미 쓴 이야기를 여기에 옮기는 것도 우습기도 하고. facebook을 통해 친구들 소식도 전해듣고 하니, 이 블로그가 점점 쓸모가 없어진다.

---
어제 저녁 뉴스에 보니 facebook이 상장한다고 하던데, facebook이 우리에게 온 지가 이제 경우 8년 밖에 안 되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놀랍다. facebook 때문에 지난 8년은 그 이전과 확실히 다른 세상이 되었다. 마치 구글 이전과 이후가 다른 세상이듯이.

---
세금 신고 시간이 돌아왔다. 옷가지들을 Goodwill에 갖다 주기로 하고선 미루고 미루다가 오늘에야 다녀왔다. 확실히 세금 혜택이 기부문화에 도움이 되기는 되나보다. 귀찮아도 굳이 찾아가서 기부를 하고야마니까 말이다.

---
지난 토요일에는 앤아버에 있는 한국인 아마추어 야구단 연습에 참가했다. 오래간만의 운동이라 힘들긴 했지만 역시나 재미는 있다. 왕복 두 시간 넘는 시간을 투자해도 아깝지가 않다.

---
손가락 관절염. 새끼 손가락에 온 퇴행성 관절염은 마사지를 해주어도 나아지진 않는다. 현재 정도로만 유지될 수 있다고 한다면 고맙겠다. 더 나빠진다면 자판 누르기도 안 좋고, 할 수 있는 운동도 크게 줄어들 것 같아서다. 지금 상태라면 약간 아프긴 하지만 골프같은 운동도 가능하긴 하니까.
2012/02/02 11:47 2012/02/02 1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