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멀리가지 않더라도 임란때 왜군이 처들어왔을 때, 의주까지 줄행랑을 쳤던 선조가 전후에 공신책봉에서 같이 도망길에 올랐던 이들을 크게 우대했으니 목숨 걸고 싸웠던 의병장들과 의병들은 몸보전하기에 바빴으니 어떤 부류의 인간들이 자손을 많이 남겼을까.
구한말 침몰하는 대한제국의 배에서 가장 멀리 일본제국으로 넘어간 쥐새끼들이 잘 먹고 잘 살았을테니 이런 부류의 인간이 남긴 씨가 더 많을테다.
일본제국이 영원할 것으로 믿고 변절한 자들이 늘어갔는데, 이들 또한 잘 먹고 잘 살았으니 남긴 자식이 많으리라.
매국노들이 그토록 증오해 마지 않았던 미국이 승전국이 되자, 해방정국, 이들은 다시 미국에 붙어 다시 잘 먹고 잘 사는 일을 충실히 했다. 당연히 아들 딸 많이 낳고, 공부 많이 시켜 높은 자리 앉혔을테다.
전쟁이 나자 제일 먼저 도망가면서 한강 다리까지 끊어버린 놈들은 돌아와서 부역자 처벌한다고 엄한 사람들 잡았으니, 도망자가 많이 살아남았을까, 피끓는 정의로 뭉친 이들이 많이 살아남았을까. 그 많은 학살의 기억 속에 비겁이 살아남았을까, 정의가 살아남았을까.
암흑의 유신정권과 군사정권 하에서는 어땠을까?
한홍구의 말처럼 우리 사회의 원로들이란 대체로 아픈 기억들을 가진 이들이다. 유신 시절 대량 해직되는 동료 기자들을 모른 척 했던 사람들이 신문자 편집국장 같은 것을 하고 있을테고, 유신 시절 여러 사법 파동 속에서 끝까지 법복 안 벗도록 노력해마지 않았던 사람들이 대법관들이 되었을테니 이들은 아픈 기억을 잊으려 더욱 공격적 성향을 가지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누군들 자신이 비겁자라고 생각하고 싶을까, 신념에 따른 행동이라 믿고 싶은게다. 죽도록.
그러니, 우리가 비겁한 것은 이제는 어쩌면 우리 유전자 속에 비겁과 불의가 각인이 되어서 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우리는 쓰레기들의 자손이다. 고갱이들은 다 죽고 난, 쭉정이들의 자식. 그래서 오늘을 사는 우리 대부분은 비겁하면서도 쪽팔린 줄 모르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찬란한 일본제국이 영원할 것으로 믿고 독립의 꿈을 접어버리고 더욱 더 가열찬 매국의 길에 접어든 많은 지식인들처럼 오늘날 우리는 얼치기 보수들 세상이 영원할 것 같은 세상에 산다.
케이비에스 노조가 엉성한 사장반대 투쟁을 하는 이면에는 이 정권이 오래도록 갈 것이란 믿음이 자리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하지만 일제시대 어느 누가 일본본토에 원자탄이 두 개가 떨어져 일본이 즉각 무조건 항복할 것으로 꿈이나 꾸었겠나. 만에 하나 다른 세상이 오고, 대통령의 측극이 케이비에스 사장으로 오게 되었을 때 무슨 낯짝으로 '공영방송 사수'를 외치려고 하나?
하기사 그 때 쯤이면 지금 노조 집행부들이야 누릴 거 다 누리고 아들 딸 손자 손녀 많이 많이 낳아 우리 후세들이 이 더러운 유전자를 가진 개체가 더욱 더 많이 생기도록 해 주었으니 역사적 소임은 다했다고 해야할 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