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22 17:18 | 일상

양복과 구두를 샀다. 셔츠와 넥타이와 허리띠도 샀다.

내가 직접 이렇게 양복을 사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결혼식 때 양복은 장모님이 골라주신 것이고 회사를 옮기던 2000년이던가, 큰형이 양복을 사준 것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결혼식 때 양복은 이제 너무 구닥다리라 입기는 좀 그렇고, 큰형이 사준 양복이 그나마 좀 입을만은 한데, 지난 번에 꺼내보았더니 좀을 먹었는지 양복 뒤에 구멍이 숭숭 나서, 공식적인 자리에서 입기는 좀 어렵겠다.

인터뷰하기로 한 학교에서 엊그제 항공권 예약 확인 메일이 왔다. 정말 인터뷰를 하기는 하는구나 하면서 새삼스럽게 실감이 났다. 인터뷰할 곳이 있으면 양복을 사기로 지난 해 말부터 벼르고 벼렀는데, 이제는 정말이지, 양복을 사 놓아야 겠기에 드디어 어제 산 마르코스에 있는 쇼핑몰에 갔다.

양복을 산 지도 오래되었지만 정장 양복을 입어본 지도 정말 오래되었으니 옷을 고르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한 마디로 취향이나 옷 보는 안목이 구닥다리가 되어 버린 게다.

많이 돌아다녀봐야 크게 차이가 나랴 싶어서 몇 군데 가게만 둘러보고 전시해 놓은 것 중에 괜찮은 것이 있으면 사기로 했다. 남자 정장만 취급하는 곳인 듯한 가게에 들렀더니 장사 잘 하게 생긴 아저씨가 슬림수웃을 추천한다. 자기는 배 나와서 안되는데 너는 될 거라면서 한번 입어보란다. 몸에 꽈악 끼는 것이 예전에 입던 양복과는 참 다르다 싶었다. 훨씬 날씬해 보인다는 꼼미의 말에, 내가 소화하기는 조금 무리다 싶은, 옷을 골랐다. 앞으로 배가 조금만 더 나오면 절대 못 입을 것 같은 그런 옷이다. 소매가 좀 짧다 싶어 같은 치수의 소매가 조금 긴 것을 사 왔다.

집에 와서 셔츠도 입고, 넥타이도 하고, 신발도 신어보니 바지단이 너무 짧아 보인다. 꼼미나 내 눈에는 영 어색해 보이는데 이게 미국식인가보다 하다가 진짜 제대로 된 바지 길이가 궁금해졌다. 인터넷에서 적당한 양복 바지 길이에 대해서 한번 검색해 보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역시나 꼼미나 내 안목이 구닥다리였던거다. 바지는 예전에 내가 입던 정장처럼 쭈욱 내려와서 신발위에 걸쳐지는 스타일은 제대로 된 것이 아니란다. 복숭아뼈까지 오는 게 제대로라는데 이건 정말 짧아 보인다. 이게 너무 부담스러우면, 신발 뒤꿈치 약간 위까지는 괜찮다는데, 어제 줄여온 내 바지의 길이가 딱 이 정도다.

몸에 좀 더 꽉 달라붙고, 바지는 좀 짧다싶을 정도고, 정장의 소매도, 내가 처음에 입어봤던, 정상 팔길이의 옷이 정석이란다. 소매 밑으로 셔츠가 조금 나와있어야 한단다. 생각해보니 매장에서 점원이 했던 말이 맞았던게다.

하늘이 바다에게 아빠 어떠냐고 물었더니, '헐리우드에서 온 사람 같아요' 한다. ㅋㅋ 내가 품새가 좀 되긴 하지.. 머리 크기만 줄이면 말이지.

옷만 봐서는 인터뷰 합격할 것 같은데, 어찌될런지...


2009/03/22 17:18 2009/03/2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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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큰머리 (2009/03/23 02:35)
    형사진이유?
    • 꼼지 (2009/03/23 16:17)
      그러게.. 요즘 모델은 머리 커도 되나봐. 새로운 유행인가보지. 내가 언젠가 말했지.. 언젠가, 먼 훗날엔 머리 큰 게 미의 새로운 기준이 될 지도 모른다고. ㅋㅋ 그런 날이 오는 건가?
  2. 상은 (2009/03/23 10:22)
    양복 입으신 멋진 모습 찍어서 올려주시죠..
    모델 뺨치는 맵시 한번 보게...
    오스틴은 무사히 잘 돌아가셨을것으로
    믿습니다. 먼 길을 오셔서 좀 더 편히 쉬시다
    가셔야 했는데...저희가 선약이 있어서 제대로
    모시지 못한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담엔 더 재미나게 보내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 꼼지 (2009/03/23 16:22)
      갈 때마다 염치없이 신세만 져서 사실 늘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하답니다. 먹여주시고 재워주시고, 더 할 나위 없었습니다. 고마운 마음 늘 간직하고 있답니다.
  3. 석영 (2009/03/23 11:55)
    I wish you well.
    • 꼼지 (2009/03/23 16:24)
      Thanks! I hope I would be good enough to get hired t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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