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15 23:07 | 낙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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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적 보수를 한다면서 한나라당에 들어간 원희룡은 가끔 입바른 소리를 해서 사람들의 눈에 띄었다. 한나라당에 앉아서 그런 소리를 하니 눈에 띄인 것이지 다른 당에 있었다면 그저 듣보잡 신세였을테다. 그러고보면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구애를 동시에 받았던 그가 한나라당을 택한 것에는 그런 계산이 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짱구를 굴려보니 민주당에서 도토리 키재기 하느니 아무래도 한나라당에 가서 튀는 게 낫겠다 싶었을 수 있다. 어쨌든, 사실 말로만 튀었을 뿐, 대부분 그저 용두사미에 불과했다. 좀튀는 목소리를 내어 언론플레이를 해 주목 받은 다음에, 정작 표결에 참가할 때는 언제 그랬냐는듯 한나라당에 묻어간다. 그런 면에서 한나라당 주류의 강력한 공격을 받던 고진화나 이회창 탈당 후 끈 떨어진 갓 신세가 된 남경필과도 차별화된다. 튀되 주류에게 미움 받지 않기. 꽤 머리가 잘 돌아가는 분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에서 자기 위치를 그런 식으로 자리매김한 탓에 대중적 인기는 있어서 국회의원 당선은 별 문제가 아니었지만 문제는 당내의 위치나 기반이다. 언제나 변방에 머물러 있던 비주류였다는 것. 그런 그가 최근에 주류로 편입하는 듯 하다. 한나라당의 중진 의원이 되더니 자못 한나라당 의원스러워졌다는 거다. 아마도 이제는 주류로 진입할 때라는 치밀한 계산에 의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최근의 그의 행보를 보면 그를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는 그가 원희룡인가 싶을 때가 많을게다.

특히 엊그제 민주당의 박지원 원내 대표에게 내뱉은 말은 그의 기본 자질을 의심케하면서, 드디어 한나라당 주류에 본격적으로 편입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제1야당의 원내대표에게 '휠체어타고 안대하고 다니던 때를 잊었나. 그러다 덜컥 어찌된다'는 어떻게 들으면 협박에 가까운 저질스러운 꽤 한나라당 주류스러운 논평을 내뱉더라는 거다. 박지원은 대북송금과 대기업자금 수수로 유죄를 받아 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1년이 채 되기 전에 형집행 정지로 풀려난 아픈 기억이 있다. 하지만 대북송금문제는 사실상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서 김대중대통령 대신 그의 영원한 비서실장이었던 박지원이 대신 감옥에 간 면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아무튼 원희룡 이자의 한나라당 주류 편입기를 앞으로 주의깊게 살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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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은 일단 구시대의 인물이라 선뜻 호감이 가진 않는다. 미국에서 넥타이장사했다는 소문이 있던데, 남들이 폄훼해서 말을 하니 그렇지 어쨌든 어엿한 재미청년 사업가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었을테다. 뉴욕한인회장을 지내던 중 망명온 김대중과 인연이 닿았다는데, 그런 면에서 김대중과 생사고락을 같이 했던 동교동계와도 거리가 있는 사람이다. 아무튼 이 사람도 요즘에 뜬다. 내 사사로운 관전평이긴 하지만, 이 사람 정치를 안다. 게다가 감각이 있다. 민주당의 김진애 의원(이분, 비례대표인데도 불구하고 의정 활동의 공력이 장난 아니다. 역주 주목할 만한 인물)의 인터뷰 중에 박지원 대표가 워딩에 능하는 말을 했는데, 전적으로 동감하는 바다. 그는 핵심을 꿰뚫는 문장을 마치 선승이 화두 던지듯 내 놓는다.

최근의 한 예를 들면, 얼마전 북한에서 체면불구하고, 쌀을 수십만톤 보내주십사 하는 요청을 남측에 했다. 좋은 일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체면도 좋지만 인민을 먹여살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수해와 자연재해 때문에 안그래도 안좋은 식량 사정이 더욱 더 안 좋아진 모양이다. 이에 대한 통일부의 대응은 정말 이사람들이 심장이 있는 사람들이 맞는지 의심이 될 정도다. 아무튼 쌀 대신 햇반을 보낸다는 둥 하는 황당한 얘기들은 접어두고, 아무튼 5천톤의 쌀을 보내주마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에 대한 박지원 대표의 말.. "통일부 장관 집에나 갖다 줘라." 5천톤이 많네 적네 이런 구질 구질한 말이 필요없는 거다. 게다가 국민들은 몇 천 톤이니 몇 십 만 톤이니 하는 게 얼마나 되는 양인지 잘 와 닿지 않는다. 통일부 장관 집에나 가져다 주라는 그 한 문장에는 얼마되지도 않는 쌀로 장난하냐? 라는 말을 무엇보다 쉽게 확 와닿게 표현해 주는 말이다. 이런 "워딩"은 노회찬의 그것보다도 한 수 위다. 노회찬의 말은 재미는 있지만 깊이가 없는데, 박지원의 말에는 씹는 맛이 있다.

근래 청문회에서 김태호 총리서리와 천성관 검찰총창 후보같은 유력 후보를 낙마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기도 한 그의 앞으로의 행보 또한 눈여겨 볼 일이다.
2010/09/15 23:07 2010/09/15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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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ommi (2010/09/16 09:40)
    재밌네... 마치 '올해 하반기에 주목해야 할 스포츠 선수들'에 대한 해설을 듣는 것 같은...
  2. Cathy (2010/09/20 01:32)
    아침마다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는데, 매일 듣다 보니, 정치인들의 입담이나 일관성 혹은 말 바꾸기가 어느 수준인지 알게 되더라. 아침 스트레칭하며 세태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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