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07 19:56 |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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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작년 이야기가 되었다. 옛말에 공부도 때가 있다 하지 않았나. 옛말 맞는 거 많다. 정말이지. 유학생활이 힘겨운 것이야 기본이겠지만 만학에 가족까지 줄줄 달고 대책없이 시작한 생활이 작년 여름에 끝나게 되었을 때는 정말이지 기쁨보다는 휴..하는 안도의 안숨이 먼저 나왔다.

다행스럽게도 졸업 논문 발표 전에 일자리를 잡았고, 졸업식이 있기도 전에 미시간으로 이사를 왔다. 우리학교 졸업식에서는 졸업식에 참석하는 졸업생 모두를 한 사람 한 사람 씩 호명해 준다고 한다. 덕분에 엄청나게 오래걸리는 졸업식이지만, 이름이 불리는 순간의 당사자들의 기쁨을 생각한다면 그리 나쁜 전통도 아니다. 졸업식장에서 한명 한명 호명되는 이름 속에 내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리라. 졸업식에 맞춰 텍사스로 돌아가 졸업식장에서 사진도 찍고, 졸업가운을 입고 교정을 다니며 졸업사진도 찍고 싶었지만, 그런 호사를 부리기엔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못했고, 그런 돈이 있으면 먼저 갚아야할 빚들이 우선이라 언감생심.

그러다보니 졸업가운도 없고, 졸업 사진도 없고, 그야말로 졸업장 하나 달랑 받았다. 텍사스에서 날아온 졸업장은 동그란 통안에 반 년 가까이 웅크리고 있다가 오늘에야 빛을 봤다. 정말이지 벼르고 벼르고 또 벼른 끝에 오늘, 14불 정도 하는 액자를 하나 샀다. 뭐 이런 거에 돈을 쓰나 하는 자책 때문에 몇 번이나 만지작 거리다가는 사지 못했던 액자다. 학교 상징이 들어가 있는 전문 액자는 수 백불이 넘느데 이까짓 20불도 안되는 돈에 망설이나 싶기도 했지만, 그야말로 먹고 사는 거랑은 전혀 관련 없는 이런 일에 돈을 쓰려니 선뜻 내키지가 않았다. 그래도 '졸업장'이란 것이 내게 주는 느낌은 남다른데... 하면서 일반 액자라도 사다가 졸업장을 넣어 말어로 6개월 넘어 고민을 해 왔던터다. 졸업장을 액자에 넣어두지 않으면 학위가 취소되는 것도 아니고, 잃어버리면 학교에서 다시 사도 되는 졸업장이다. 액자에 넣어 걸어두면 없던 학위가 생기는 것도 아닐텐데, 속물근성이다 싶어 이건 아니다 하다가 그래도.. 하는 생각이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했는지 모르겠다.

오늘 월마트에 번개의 안경을 맞추러 갔다가 마침 일요일이라 안과의사가 없어 안경은 못 맞추고 들른 김에 액자를 슬쩍 쇼핑카트에 넣어 부랴 부랴 계산을 했다.

집에 와서 졸업장을 끼워 보니, 생각보다 그럴 듯 하다. 히히.. 꼼미에게 얘기해서 기념사진 하나 찍었다. 유일한 졸업사진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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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자에 걸린 졸업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니, 옛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사정이 허락했다면 부모님께 가져가서 제일 먼저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참 세상일이 맘처럼 쉽지 않다.
2010/02/07 19:56 2010/02/07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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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루비콘 (2010/02/07 22:14)
    형.. 보기 참 좋아요..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권박사님. ^^
    • 꼼지 (2010/02/07 22:53)
      헤헤.. 합격편지 받고 강남에서 삼겹살 사 먹던 생각난다.
  2. Commi (2010/02/07 23:06)
    미안한게 많아요. 눈물나요. 지나온 세월... 이렇게 말하니 좀 우습네^^ 계속 계속 평생 축하해요.
  3. 석영 (2010/02/08 13:16)
    축하 축하
  4. 벵주. (2010/02/08 13:48)
    폼나네.. 히히.. 복사해서 싸인해서 보내주삼..
    • 꼼지 (2010/02/08 21:49)
      벵주도 내 학위 과정 중에 한 몫 단단히 하셨는데.. 복사판이라도 받을 자격 있지..
      비자하려고 PDF로 만들어 놓은 거 있는데 보내주랴?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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