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30 01:19 | 낙서

2009년이 밝았다. 올 해는 이전의 몇 해와는 달리 내게나 우리 가족에게 큰 변화가 생길 해이다. 왜냐하면 올 2009년은 나의 졸업이 예정되어 있는 해이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나 한국 경제나 워낙 좋지 않은 때에 사회에 다시 나와야 하는 입장이 되어 버려 조금 곤란해 지긴 했지만 어찌되었든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이사를 하게 될 가능성도 높고, 전혀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될 가능성도 무엇보다 높다.

개인적으로도 희망적이고 절망적인 전망이 교차하지만 사회적으로 그런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1월 말에 있을 오바마의 취임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 상황은 부시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 이렇게 두 사람의 대통령이 있는 듯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대통령이 없는 상황이나 마찬가지이다. 지지율이 기록적인 바닥을 치는 퇴임을 앞둔 대통령이 그다지 힘을 쓸 것 같지는 않고, 아직 취임하지 않은 대통령 당선자가 직접 어떤 계획을 실행에 옮길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가 많은 문제들을 한 번에 모두 해결해 줄 수는 없겠지만 모두가 최소한 희망 섞인 기대를 갖고 있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대체 에너지 개발 같은 중장기 대규모 투자가 예정되어 있고, 끝없이 돈을 쏟아 붓고 있는 이라크에서도 가능한 빨리 발을 뺄 것이라고 믿고 있으며, 절망적인 의료보험 시스템도 개혁해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더 많은 사람이 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쉽지 않은 새해가 될 것은 확실하지만 또 한편으론 기대에 찬 새해가 될 것이라 믿는 사람이 많다. 오바마가 제시한 변화의 메시지는 분명하고, 그 분명한 메시지에 따라 계획들이 수립될 것이고 그 계획들에 따라 세부 행동 지침들이 정해질 터이다.

반면에 여전히 희망이 보이지 않는 곳도 있다. 강만수가 여전히 경제부의 수장을 차지할 것이라는 절망적인 소식에다가 연말 뉴스에 실린 그의 화려한 어록들, 돈은 원 없이 써봤다는 둥,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라는 둥, 새해에는 전대미문의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둥, 최소한의 양식이 있는 사람인지, 정말이지 절망 + 절망이다.

살리겠다는 경제는 뒷전이고 그야말로 70년대 식 이념투쟁에 매몰되어 지난 10년 간의 공이든 과든 모든 걸 다 뒤엎으려는 굿판이나 벌이고 있으니 내년에도 희망은 싹은 보이지 않는다.

모름지기 지도자란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목표를 제시하고 그 목표 달성을 위해 전반적이고 큰 시스템을 어떻게 운영하고 가져가야 할 지를 정하는 사람일텐데 누구처럼 새벽에 도매시장 가서 배추 500포기 사주고 사진 찍고 오거나, 설렁탕에 국수를 빼자거나, 어디 전봇대를 뽑아라거나 하는 건 아니지 않아서 드는 생각이다.

지난 1년은 우리 모두(특히 노무현 전임대통령이)가 믿어 의심치 않았던 절차적 민주주의의 완성이란 것은 환상에 지나지 않았음과 결국 문제는 시스템이 아니라 인간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던 한 해였다. 권력기관의 행정부로부터의 독립이라든가 각종 공공기관장들의 임기보장이란 틀은 보란 듯이 휴지조각이 되어 버렸다. 시스템을 운영하는 사람이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선명하게 보여주었던 한 해. 참여 정부 때 청와대가 자랑해마지 않았던 이지원 같은 청와대 내부 문서관리 시스템 같은 것은 단언컨데 지금 정부에서는 먼지만 켜켜이 쌓여가고 있을 터이다.

김 구선생님같은 보수우익 인사가 좌빨취급을 받고 있는 이상한 나라. 이영희 선생님이 꿈꾸던 좌우의 날개로 훨훨 나는 그런 건강한 사회가 가까운 미래에는 전혀 올 것 같지 않은 그런 나라.

"희망보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더 크네요" 이렇게라도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그저 보이는 것이라곤 절망뿐이니까.
2008/12/30 01:19 2008/12/30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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