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의 열 번째 생일
'번개'가 열 살이 되었다. 지난 5년 동안 한번도 밖에서 생일 파티를 해 준 적은 없다. '번개'는 이번 만은 최소한 아파트 안에 있는 수영장에라도 가자고 조른다. 뭐 안될 건 없어서 그러마 했다.
그런데, '번개'는 학교에 가서 한 친구에게 자기 생일 파티를 아파트 수영장에서 한다고 말한 모양이다. 생일 파티가 아니고, 그냥 생일을 맞아 아파트 수영장에 먹을 것 간단히 싸 가기로 한 것이기 때문에 누굴 초대한다거나 하면 난감한 일이다. 그런데 '번개'가 초대 비슷한 것을 해 버린 거다.
다행히 전화가 와서 바다에게 찬찬히 설명하라고 시켰다. 생일 파티 아니니까 선물같은 거 사지말고, 그냥 수영장에서 노는 거니까 같이 놀고 싶으면 오라고 말하라고 했다. 하지만 아니나다를까 생일 선물을 챙겨갖고 친구가 찾아왔다.
흠.. 어쩔 수 없지.
둘이 죽이 잘 맞나보다. 바다는 때로 너무 흥분하긴 하지만 그래도 대체로 얌전하게 노는 편이라 너무 거친 아이들하고는 잘 맞지 않는 편인데, 이 친구는 너무 소극적이지도 않고 너무 흥분하지도 않고 교육 잘 받은 미국아이처럼 어른한테는 공손하게 하면서도 '번개'와 죽이 잘 맞아 깔깔거리면서 잘 논다.
'번개'가 열 살이라니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우리가 텍사스 땅에 발 디딘지 5년이 지났으니 '번개'는 걸음마 떼고 나서는 생애(?)의 대부분을 이곳 텍사스에서 보낸 것이다.
세월을 살같이 흐르고 아이들은 정말이지 잘도 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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