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제가 끝나고 이튿날 새벽, 경찰은 시청앞 광장을 다시 버스로 차벽을 쳐서 막아버렸다. 이명박 정부는 이대로 막아놓고 3년 반을 지내고 싶을거다. 광장은 있지만 입구가 없다. 입구가 없는 광장이니 집회신고가 애초에 될 리가 없겠다. 슬프게도, 집회는 '허가'를 받아야 할 수 있다는 비민주적인 생각이 우리네 상식이 되어 버렸다. 심지어는 헌법재판소에서도 옥외집회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게 헌법에 합치된다고 판결하지 않았나. 헌법재판소를 재판할 곳은 없나 모르겠다.
이명박정부는 시청앞 광장을 예전처럼 분수대를 아주 크게 다시 놓거나 잔디 위에 나무를 빽빽하게 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할 거다. 정말 그렇게 할 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사시사철 시내 한복판을 버스로 성을 쌓아 놓겠나. 어떤 분은 아늑해서 좋다고도 할지 모르겠다.
오늘 이정환닷컴에 '빼앗긴 광장을 생각하며'란 글이 올라왔다.
이명박 정부가 광장을 빼앗았고 지키는 사람이 500명이 채 안되어 광장을 빼앗겼다고 한탄한다. 민주주의에 대한 무임승차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광장을 우리가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빼앗은 놈이 잘못이지 빼앗긴 사람들의 잘못은 아니다.
5000명이 남아서 광장을 지켰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모두들 아침이면 생업으로 돌아가야 할 사람들이다. 생업을 전폐하고 광장을 지킬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광장을 지킨다고 해도, 경찰은 집회를 '허가'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광장에 삼삼오오 모여있으면 모두 불법집회다. 무장하지 않고서, 공권력이 휘두르는 폭력에 저항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촛불을 100일이 아니라 5년내내 들었어도 정부가 모르쇠로 일관하면 아무 것도 바꿀 수가 없다. 말이 통해야 촛불도 먹히는 거다. 무장투쟁을 독려하는 것이 아니라면 왜 광장을 지키지 않았냐고 힐난할 일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광장을 봉쇄함으로써 민주정부로서의 기본자질을 잃은거다. 광장이 무서운 자가 어찌 민주주의를 입에 올리겠나. 무력으로 광장을 점령했다고 사람들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 마음을 얻어야 재집권할 수 있는거다. 무력으론 마음을 얻을 수 없다. 또한, 무력으로 점거된 광장을 포기했다고 해서 국민들이 모든 권리를 포기한 것도 결코 아니다.
노무현은 죽고 사람들은 한바탕 울고 집으로 돌아갔지만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민주주의로 가는 큰 길을 이명박 식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이라면 박정희도 무너지지 않았고, 전두환은 더더욱 무너질 수 없었다.
더디지만 원래 이렇게 가는거다. 민주주의로 가는 길은 원래부터 똑바로 된 신작로가 아니다. 울퉁불퉁 험하기도 하고 때로는 뒤로 가기도 하고 하지만, 노무현의 말처럼 길게보면 우리가 옳다고 배운대로 간다고 믿는다.

광장이 두려운 자들은 민주주의의 '민'자도 입에 올릴 자격이 없다. 이곳은 2009년 5월 Republic of Korea, 대한'민'국 서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