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다시 치고 있는 베토벤의 비창 소나타. 3악장을 즐겨 치면서 이제 1악장과 2악장도 함께 연습 중이다. 마찬가지로 즐거움 삼아. 요즘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에서 노무현의 진지함과 정의로움이 느껴진다. 흐~ 병인가... 진지하며 열정적이면서도 따스하고, 결국은 애잔하고 슬픈. 위대한 연주자의 연주로 듣는 것도 좋지만 내가 늘이고 싶은 대로 내가 느끼고 싶은 대로 직접 치는 베토벤도 좋다. 그냥 노래 부르듯이 이렇게도 불렀다, 저렇게도 불렀다. 그러면서 나 자신을 대면하는 것일테다.

역시 호로비츠가 치는 1악장이 가장 마음에 든다. 비극적이지만 지나치게 무겁지 않고, 비극적이어도 그가 만들어 내는 특유의 깊은 울림 (ringing) 은 여린 소리에도 풍부하고 넓은 파장을 만들어 내어 가슴을 아리지만 정말 영롱하게 빛나는 별빛 같은 희망을 맛보게 한다. 손끝에 기를 모으지 않고 오히려 손가락을 넓게 펴서 연주하는 편인 그는 어떻게 모든 피아노에서 이런 섬세하면서도 단단한 소리로 무수한 결을 만들어 내는지, 들을 때마다 경이롭다. 피아노가 만들어 낼 수 있는 모든 차이의 소리와 표현을 들려 주는 것 같은 그의 연주를 들으면 무미 건조해 보이는 연주모습은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곤 한다.

아래 영상에선 호로비츠의 연주만 들을 수 있다. 들으면 안다. 호로비츠 연주 맞다. 만인을 위해 열려 있는 (그런가?) 공짜 유튜브의 그저 그런 컴퓨터 스피커로 듣는 소리에서도 감동은 충분한다. 이런 걸 보면, 난 이래서 비싼 오디오 시스템 같은 데 별 관심이 없나보다 싶은 생각도 든다. 그래도, 더 좋은 오디오를 통해 들으면 더 뿅 가려나....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Vladimir Horowiz), Beethoven Piano Sonata 'Pathetique' no.8, op.13 , 1st  mov.
2009/06/18 01:29 2009/06/18 01:29
Posted by 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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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18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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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ㅎㅎ.. 이거 내가 고등학교 잘 치던 몇안되는 곡들 중 하나인데..
    요새는 이런 거 하나 제대로 치기도 힘들구나야..
    늙었다 늙었어.. ^^
  2. 꼼미
    2009/06/19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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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배님은 대신 바흐를 치시잖아요...ㅋㅋ. 홈페이지에서 봤어요. 부인과 연주하신 거. 전 요즘 바흐 푸가를 못치겠어요. 악보가 통 눈에 안들어와요. 눈이 핑핑 돌것 같아요. 그래서 그나마 토카타 하나를 치고 있는데. 그거 연습하면 무아지경이에요. 아무 생각없이 몽롱한게 뽕먹은 느낌이랄까. 유명한 비디오 보면 글렌 굴드가 잠옷같은 거 입고 자기 피아노에 앉아 미친듯이 노래하며 바흐를 치는데 그 심정을 이해할 것 같죠.
    아, 피아노과 유일한 남자 선배와 다시 이야기를 나누다니, 좀 꿈같네요...ㅋㅋ 미시건 가면 놀러가도 되나? 꽤 멀긴 하던데요...
  3. 미시건돌이
    2009/06/22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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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와놓고는 생각하길...
    이삿짐 풀고 애들 학교 알아보고 하다보면 훌쩍 가을에
    접어들테고.. 우리 교회 연주회때나 한번 놀러오면 되겠다. ㅎㅎ
  4. 꼼미
    2009/06/22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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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이 겨울을 말씀하시는 거겠죠? 눈 많이 올텐데, 운전 해서 갈 수 있을까 벌써 걱정이 되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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