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황이 우리집에 온 다음날, 우리 모두는 앤아버에 사는 친구의 친구 부부 집으로 놀러 갔다. 이 부부가 사는 집은 미시건 대학 (University of Michigan) 안에 있는 학교 아파트다. 이 부부가 우리 가족과 맺은 인연은 좀 특이하다. 친구의 친구 남자는 주황의 대학 동기동창이었고, 친구의 친구 여자는 기묘의 대학 동기동창이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와는 평생 인연이 없었을지도 모를 부부다. 하지만, 내가 미시건에 오게된 이상, 이 부부를 만나게 된 것 운명일 수도 있다. 필연적으로 그럴 수 밖에 없을. 주황과 기묘가 나의 둘도 없는 친구들이고, 이 부부가 그 친구들과 현재까지 연락을 이어가면서 소식을 전하고, 또 종종 만나는 사이였으니 말이다.
이 부부의 안내로 학교 버스를 타고 교정 남쪽과 북쪽을 돌아 보았다. 앤아버의 미시건 대학은 텍사스의 A&M 이나, UT at Austin 보다 더 미국 대학 (?) 같은 모습이었다. 교정의 잔듸는 텍사스 것보다 훨씬 보드랍고 걷고 뒹굴기 좋았다. 건물은 훨씬 고풍스러웠다. 학교 아파트가 교정 안에 있다는 것도 학생들을 더욱 배려한 마음이 아닌가 싶었다. 사계절이 있는 날씨 덕택에 사람이 편하게 거닐 수 있는 인도들도 잘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친구의 친구 여자의 말에 따르면 도서관 안도 편안하고 고풍스럽다고 했다. 자료도 잘 갖추어져 있어서 일본에서 일문학 박사과정을 한 그녀가 이 대학 일문학과생들을 위해 갖추어 놓은 문헌들 덕택에 원하는 일문학 자료들을 볼 수 있다고 했다.
동갑내기 사람들과 이렇게 대학 교정을 때론 묵묵히 때론 즐거운 대화로 걷고 있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쇼핑센터도 아니요, 유명한 관광지도 아니다. 애들에게 학구열을 고취 시키기 위한 관광도 아니다. 그냥 아이들은 아이들 대로 나이 먹은 우리들은 우리들 대로 머릿속을 텅 비우고 공간과 시간을 어슬렁거리는 기분으로 보낸 하루.

나를 위해 운전을 해준 주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