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인 - 안개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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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7 22:45
기묘에게 이 시를 편지 대신 보낼까 하다가, 이리로 돌아 왔다.
그땐 그랬다. 편지라고 보내면, 앞 뒤 없이 그냥 시 한편.
왜 그렇게 시를 읽어 대었을까. 우스갯 소리로 그랬다.

우체부 아저씨가 우리 편진지 시만 봐도 알겠다.


그저 백지인, 주소를 적는 편지 봉투의 반대쪽. 우린 거기에도 시를 적었다. 사춘기의 낭만이었겠지만 딴에 우리는 무척 심각했다. 자꾸 옛날 일이 생각난다. 아주 오래된 옛날들. 내가 지금 말하는 옛날과 지금의 사이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런 일들은 앞으로도 계속 일어 날 것이다. 그래서 이젠 더이상 변하지 않고 기억속에 가만히 있는 그 옛날일들에 대해 추억한다. 보는 것과 기억하는 건 다르다.

기묘에게 이메일을 쓸까 하다가 차라리 시 한편을 보내는 게 낫겠다 싶어 펼친 이 시를 읽으니 이 시를 읽었던 기억과 함께 그 주변의 나와 나를 떠받쳤던 '그날들' (김광석의?) 또한 떠오른 거려니...


안개 바다

김명인


안개로군. 누가 말했다. 지독한 안개야.
사방이 끊어지고 문득
되돌아보면 캄캄한 안개 바다. 바다가 안개를 퍼올리는 것이 아니라 안개가
파도를 가려 놓고 있었다.
네가 홀로 웅크린 곳은 어디든지 절벽 같은 파도의 끝.

일확천금을 꿈꾸면서 안개 속에
그물을 던지면서 몸을 버리면서
너도 여기에 묶여 있었느냐?
마침내 스스로 풀 때 꺼져 버리는 네 모습의 안개 위로 내 모습의 안개가
포개더니 천천히 비워져 간다.

무엇을 잡는 것이 아니라 잡히는 거라고 안개는
살아갈수록 어리석고 뼈아픈
우리들의 욕심일까, 욕심의 갈고리를 하고 안개가
바다 쪽에서 끊임없이 우리들을 끌어당겼다.

그러나 안개 개자 아주
몸을 버린 사람들은 여기 남아 물결에 떠밀리고
덜 젖은 또 다른 사람들은
천천히 몇명씩
다시 안개를 쫓아 바다를 등지고 떠나고 있었다.





이 시를 읽으면서 다 잊은 듯 매몰차게 떠나온 것들이 떠오른다. 그것들은 나를 참 매몰찬 년이라 여기고, 어떻게 그 모든 것들을 다 잊은 듯 저리도 뻔뻔히 살 수가 있나 하였겠다.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다 잊은 듯'일 뿐이다. 아이들의 머리를 깎는 와중에도 머릿속은 내가 살아 온 날들, 내가 살아 갈 날들이 꿈인지 생시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2009/07/27 22:45 2009/07/27 22:45
Posted by 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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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기묘
    2011/01/1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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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가 미치도록 보고 싶어서 말이야. 조금 전에 '낭독의 발견'이라는 티비 프로그램에서 깅광석을 추모하는 방송을 했다. 그것을 보고 나니, 젊은 시절, 내가 사랑했으나 혹은 지금도 사랑하고 있으나 내 곁에 없는 모든 사람들이 그립다. 그들은 어떤 식으로든 김광석의 노래들과 얽혀 나의 마음 속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잊지 못한다. 그들을 잊는다는 것은 나를 부정하는 일이다.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기억조차 주섬주섬 주워 내 생의 한 부분으로 끼워넣을 수 있을까
    너무 보고 싶고 네가 너무 그립다.
    • 꼼미
      2011/01/10 13:49
      댓글 주소 수정/삭제
      내가 내 블로그를 남인양 하고 있는 동안 네가 다녀 갔구나. 2011년 새 날에 2009년에 올려진 시를 읽고 가다니, 참으로 너답다. 우리의 관계란 우리의 맘과는 달리 늘 이렇게 물리적 거리를 유지하고 있어 이토록 더 애절한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지금은 떨어져 있어 애절하기 보담 함께 있어 미친년처럼 싸울 수 있는게 더 좋겠다 싶다.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든, 네가 미국으로 건너오던 말이다. 마음 먹으면 하고 싶은 거 무엇이든 못할테냐 싶지만, 우린 맘 먹은 거 천분지 일도 못하고 사는 그저 '사람'일 뿐이지. 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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