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 하루
2009/01/15 11:44
영화보러 극장엘 가기로 결심했다.
집에서 노는 백수에게 한 번에 9불하는 영화를 보러 가는 건 자랑할만한 일은 아니다. '남편은 두 시간이 넘는 도시에 가서 하루에 몇 푼 버느라고 안달 볶달하는데 양심도 없이 극장가서 영화를 보고 앉았냐'가 내 양심의 외침이다. 정말 없는 자에게 풍부한 문화적 향유란게 얼마나 삶과 거리가 먼 이야기로 들릴 것인가 하는 생각을 문득 다시 해본다. 물론, 나를 두고 하는 얘기는 절대 아닐지라도....
어쨌든, 그 목소리에 영화 보러 가고 싶은 걸 자제해 온지 근 한달이 넘어 간다. 하지만, 그래도 이 우울함을 떨쳐 버리려면 보고싶은 영화를 보는 게 최선이겠다가 결론이다. 마침, 오늘은 렛슨도 없고 아무런 약속도 없다. 그저 자유다. 마음의 구속을 떨쳐버리고 오늘은 돈드는 외출을 해 보자고 생각한다.

계획을 짠다. 대신 9불 주고 두 편의 영화를 보고 오기로. Revolutionary Road 가 끝나고 적당한 시간에 이어지는 Slumdog Millionaire 를 보고 올 생각이다. 사실은 또 한편의 케이트 윈슬렛 영화인 The Reader 를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그건 다음 기회로 미룬다.
이럴 참이었으면 아침이라도 든든히 먹어 둘껄. 어제 내려 놓았던 커피 한 잔에 구운 빵 한 조각 먹었을 뿐이니, 전에 사다 놓은 말린 망고라도 들고 가 몰래 먹어야겠다. 나의 배꼽시계가 12시가 되면 미친듯이 울어 댈테니 말이다.

행운을 빌자!


.............
후기:
영화는 두 편 봤지만 Slumdog Millionaire 는 반쯤 밖에 보지 못했다. 두 군데서 하고 있는 걸 모르고는 제목만 보고 들어 갔는데 1시보다 훨씬 일찍 시작하는 상영관에 들어 갔던 것. 끝나고 나오는 길에 보니 옆에 같은 영화를 하는 다른 상영관이 있었다.
가격은 7불. 7불에 한 편 반 보고 나온 셈인데. 제대로 챙겨서 두 편 다 봤어야 하는 데 하는 아쉬움이 든 것은 당연. 나 답지 않게, 돈 아끼느라고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서 영화 봤지만 역시 커다란 스크린 앞에서 아무 것에도 방해 받지 않고 영화 속 이야기와 인물들을 만나는 것, 좋다.
2009/01/15 11:44 2009/01/15 11:44
Posted by 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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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꼼지
    2009/01/15 15:57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시급이 12.65불이니 내가 한 시간 일하면 되네. 스무시간 넘을 수는 없으니 원한다고 더 할 수는 없지만서도. 그 동안 많이 참으셨네.. 재미나게 보시고, '우울'도 극장에 두고 오시게.
  2. 꼼미
    2009/01/15 16:07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사람들이 웃어...."그 동안 많이 참으셨네..."... ㅋㅋ 그게 한 달. 남이 들으면 한 10년 만의 극장 나들이라고 착각하겠어. 당신도 혹시 여유가 나면 거기 칼촌 새로 생긴 '좋은' 극장 가서 보고싶은 영화 보고 와. 학생 할인 받으면 정말 얼마 하지도 않잖아. 대신 졸지 않을 영화로 골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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