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어디서 무슨 병 깊이 들어

김명인


길을 헤매는 동안 이곳에도 풀벌레 우니
계절은 자정에서 바뀌고 이제 밤도 깊었다
저 수많은 길 중 아득한 허공을 골라
초승달 빈 조각배 한 척 이곳까지 흘려 보내며
젖은 풀잎을 스쳐 지나는 그대여 잠시 쉬시라
사람들은 제 살붙이에 묶였거나 병들었거나
지금은 엿듣는 무덤도 없어 세상 더욱 고요하리니

축축한 풀뿌리에 기대면
홀로 고단한 생각 가까이에 흐려 먼 불빛
살갗에 귀에 찔러 오는 얼얼한 물소리 속
내 껴안아 따뜻한 정든 추억 하나 없이도
어느 처마 밑
떨지 않게 세워 둘 시린 것 지천에 널려

남은 길을 다 헤매더라도 살아가면서
맺히는 것들은 가슴에 남고
캄캄한 밤일수록 더욱 막막하여
길목 몇 마장마다 묻힌 그리움에도 채여 절뚝이며
지는 별에 부딪히며 다시 오래 걸어야 한다.





우리에게 선생님이라 불려온 정치인이자 전대통령 김대중선생이 위독하다는 소식 때문일까, 아님 사실은 속이 속같지 않은 내 속때문일까. 그냥 무슨 변명거리라도 있으면 때는 이참이다 싶게 잔뜩 쓸쓸해하고 슬퍼하고 싶어서인 걸까. 너나 나나 다 돌아 앉은 것처럼... 그나 저나 거시기 공황증이란게 내게도 올까 겁난다....
2009/08/10 22:03 2009/08/10 22:03
Posted by 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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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꼼미
    2009/08/18 12:17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출근하는 꼼지가 꼼지락거리는 소리를 꿈결에 들으면서도 일어나지 못하고 있던 아침, 그가 집을 나서기 직전 나를 깨웠다. "잠잘 때가 아니야. 김대중 대통령이 돌아 가셨댄다." "언제!" 하며 잠은 홀딱 깼는데, 일어나기는 커녕, 침대 위의 몸이 더 무겁게 느껴졌다.
    몇일전, 차도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제 정말 돌아가시려나 보다 했던 내 생각이 맞았다는 게 더 우울했다. 한편으론, 손주부터 부인까지 다 지켜보는 가운데 작별을 고할 수 있었던 그 좋은 오후시간에 임종하셨다는 게 개인적으로는 부럽기도 했고, 드물게 아름다운 임종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도 임종을 지키지 못했던 내 엄마의 죽음이 더 안타깝게 다가오면서. 순간 순간 역사라는 물이 손가락 사이 사이로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명복을 빈다. 자신이 말을 거스르고 다시 대통령 후보에 나왔을때도 실망스럽거나 원망스럽기는 커녕, 다시 복귀해 천만다행이란 생각만 들게 했던 정치인. 자랑스러웠던 대통령. 고인의 명복과 그가 남긴 자취를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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