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즈 앤 노블에서 오전 내내 잡지들을 읽고 읽던 날 (이건 정말 백수의 전형이라 하겠다), CSI 라스베가스의 길 그리삼이 떡허니 표지에 실린 TV Guide를 몇개의 음악 잡지들과 함께 집어 든건 절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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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by Grissom: TV Guide January 12-18, 2009
After nine seasons, countless corpses and one surprising love affair, William Petersen's bug-loving investigator closes his last case on CSI. His costars recall their favorite moments for TV Guide (By David Hochman)

안녕, 그리삼:
아홉 개의 시즌, 셀 수 없는 시체들, 그리고 모두를 놀래켰던 단 한번의 진한 사랑 후에, 윌리엄 페터슨이 맡았던 벌레에 미친 범죄 조사관이 CSI에서 마지막 사건을 종결한다. 그들의 동료 연기자들이 회상하는 그들의 잊을 수없는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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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최근 넷플렉스에서 드문 드문 올려주는 최신 시즌 9의 몇 편을 보고 있는 터. 그리삼이 동료들에게 "나 간다.."고 전하던 날, 내가 좋아하는 그 시체 검사실의 두 사내 중 젊은 사내가 그리삼에게 "너 가도, 우리가 무척 그리울껄..." 그걸 농담이랍시고 하고, 그 말에 너무나 '진지하게'  "나 너 무척 보고싶을 꺼다.."라는 그리삼. 그리삼의 그 '진.지.한' 말에 눈물 글썽이며 돌아서는 그 젊은 안경쓴 사내. 그 장면을 보면서 그 장면이 좋아서 너무 맘에 들어서 얼마나 크게 웃었던가. "와, 하하하하....이 히히히" 책상 앞에서 공부하던 꼼지가 이어폰 끼고 뭘 보는 듯하더니 미친X처럼 웃는 나를 이여자 드디어 진짜 미쳤군... 하는 얼굴로 돌아 본 건 물론이다. 내 웃음의 근원을 설명했더니, "야, 슬프기만 하구면, 왜 웃는겨...."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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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I 라스베가스를 보기 시작했던 건 미국에서가 아니었다. 한국에서부터였다. 일요일 오전 시간에 해주던 미국 드라마. 그게 바로 그리삼이 나오던 CSI 였다. 그때도 재미있게 봤다. 뭔진 잘 몰랐어도 말이다. 그냥 좋은 느낌의 범죄 혹은 범죄 조사 드라마(?) 였다. 미국에 와서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하면서 그 어두운 느낌이 좋았다. 그리고 절대 미국인답지 않게 시종 일관 심각하고 진지하기만한, 그러면서도 무신론과 휴머니즘같은 분위기를 뻣뻣하게 풍기는 그 인물이 좋았던 거다. 라스베가스의 그 몰락해가는 로마와 같은 퇴락한 그림들과 죽은 시체가 남긴 증거들만을 탐구하드끼 파고 드는 인간적이지 않은 것같은 인간적인 선임자. 그가 아홉번째 편을 끝으로 이 드라마에서 사라진다고 한다.

오늘 저녁이 그 마지막편이라고 하는데 (그리삼이 나오는 마지막편이라는 건가... 어쨌든...) 저녁 빨리 해먹고 7시부터 TV 앞에 죽치고 앉아 있을 일이다.
2009/01/15 17:05 2009/01/15 17:05
Posted by 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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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꼼지
    2009/01/15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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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썸'없는 CSI는 앙꼬없는 찐빵이라네. '사라'가 사라지더니 '워릭'도 죽고, 그리곤 '그리썸'이 떠난다. CSI는 더 이상 이전의 CSI가 아니라네. '캐써린'이나 '닉'같은 애만 남는다니.. 아.. 슬프다. 이렇게 또 한 시대가 가는도다.
  2. 꼼미
    2009/01/1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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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시체실에 매력적인(? 말해 놓고 보니 웃기군..ㅋㅋ) 두 남자는 아직 있잖어. 시체실에서 록음악 틀어 놓고 지팡이로 기타타던 (마치 김창완의 "기타로 오토바이 타자"처럼) 그 할아버지랑, 또 하나 멍한 천사같은 젊은 사내.
    • 꼼지
      2009/01/15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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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CSI 라스베가스의 꿀꿀한 분위기가 좋았는데, 그런 분위기를 내 줄 사람이 없잖어.. 캐써린의 보톡스 만빵 얼굴은 아무리 심각한 척해도 난 하나도 안 심각해지는걸.
  3. 꼼미
    2009/01/15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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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막 길 그리삼이 떠났음. 어디로 갔는 줄 알아? 새라 한테. 우거진 숲속 나무에 있는 작은 원숭이를 카메라에 담고 있는 새라에게로. 해피 앤딩인 셈인가. 그런데, 실제로 윌리엄 페터슨은 연극 무대로 간다던데. 잡지에서 읽은 것 같아. 자기가 왔던 곳. 연극 무대로 다시 간데. 늘 생각해왔듯이. 진짜 멋지지 않냐?
    늙어도 멋진 남자가 무척 많아. 윌리엄 페터슨도 그렇고 나의 어릴적 우울한 우상 클린트 이스트우드도 그렇고. 어제 Late Show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Letterman 한테 75살이라던데... 그러니까 레터맨이 클린트한테 오십 몇살 같다고... 늙어도 멋진 남자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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