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문, 거울, 화초. 악기연습 필수요소.
연습을 안하고 지나가는 날도 문제지만, 무슨 먹고 살자고 악기 하는 것도 아닌데 하루에 악기 연습을 세시간 가까이 하게되는 것도 문제다. 그렇게 악기연습을 하다보면 다른 건 할 시간이 없어진다. 그러니 하루에 한 시간 정도 씩만 매일 하면 좋으련만.
뿐만 아니라, 도대체, 나의 뇌는 다 썩어 없어진 건지, 피아노 곡은 당최 외워지질 않는다. 암보에만 집중하고 연습해오고 있는 곡이 세 곡쯤 되는데 아직도 제대로 반을 암보로 연주하지 못하니 말이다. 도대체 예전엔 어떻게 그 곡들을 그렇게나 '빨리' 외워서 쳤을까 말이다. 하긴, 우리집의 번개돌이를 보면, 악보를 아주 잘 보는 편이 아니면서도 어찌 외우는 건 저리도 빠를까 싶게 후딱 후딱, 체르니 연습곡도 후딱 외워 치고는, "I played it all through with memory.." 하곤 한다.
근데 말이다. 그게 뭘 하자고 하는 짓이 아니다. 연습 자체가 황홀경 (이렇게까지 과장해도 될까 몰라...)이다. 어릴땐, 난 연습할 때 늘 잡생각이 더 많아지는 사람이야라고 자신을 규정 했었는데 말이다. 사실 예전에 한창 연습할 땐, 비록 오전 오후로 나누어지는 악기 연습이긴 했지만 하루에 최소 5시간이 목표였다. 물론,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대체로 그 정도는 규칙적으로 연습했던 것 같고. 당시 친구들 사이에는 밥먹고 화장실 가는 시간만 빼고는 다 연습하는 애가 누구 누구더라 하는 이야기가 돌고 도는 때였으니 제대로 하려면 최소 하루에 8시간 이상씩은 매일 연습해야 했는데 말이다. 그래도 5시간 매일 매일하면 나처럼 대학은 간다.(거 참, 굉장히 한심하게 들리는 말이군...). 최근 나이들어 하는 연습은, 연습만 시작하면 아무런 잡생각이 없어지는 거다. 그거 손가락 놀림, 그저 소리, 그저 다른 음악, 그저 좀 더, 여기는 좀 더 나아질 수 있는데, 여긴 증말 좋아, 아, 멋져. 좀 더 잘 칠 수 있다면, 조금만 더 하면 외울 것 같은데... 등등등 외에는 아무 생각이 없어져서 한 번만 더, 한 곡만 더, 더, 더.... 하다보면, 꼼지가 "거 좀 심하네..." 라든가 "이젠, 그만 좀 하지..." 라든가 해서 휴일 연습을 남모르게 눈치가 뵈여 평일날 한답시고 하면, 평일엔 밤 10시를 넘어가서 동네 눈치가 보여야 내일을 기약하며 겨우 멈추곤 하는 거다.
그런데 오늘은 어쩌다 보니 악기 연습없이 헛짓으로 하루가 간다. 아이들 데리러 가기 전 30십분이라도 연습하고 가야겠다. 아이들 데리러 가야 하니 딱 30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