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 연습

 | 음악
2009/01/1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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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거울, 화초. 악기연습 필수요소.

비올라 연습을 한 일년 가까이 꽤 꾸준히 하고 있는데도 통 늘 기미가 없다. 아무래도 매일 매일 규칙적으로 하지 않는 탓이 아닐까 싶다. 백수가 된 이후로 악기연습 항목을 책상 머리맡에 붙여 놓고 가능한 한 매일 연습하려고 하는데 아직도 연습은 몰이밥 먹기 식이 되기 일쑤다. 일단 악기를 한 번 잡으면 두 시간은 후딱이다. 억지로 멈추려고 해야 2시간이 좀 넘어 끝내진다. 피아노든 비올라든 말이다. 뭐 다른 일 좀 한다 싶으면 또 연습을 거르기 일쑤다.

연습을 안하고 지나가는 날도 문제지만, 무슨 먹고 살자고 악기 하는 것도 아닌데 하루에 악기 연습을 세시간 가까이 하게되는 것도 문제다. 그렇게 악기연습을 하다보면 다른 건 할 시간이 없어진다. 그러니 하루에 한 시간 정도 씩만 매일 하면 좋으련만.

뿐만 아니라, 도대체, 나의 뇌는 다 썩어 없어진 건지, 피아노 곡은 당최 외워지질 않는다. 암보에만 집중하고 연습해오고 있는 곡이 세 곡쯤 되는데 아직도 제대로 반을 암보로 연주하지 못하니 말이다. 도대체 예전엔 어떻게 그 곡들을 그렇게나 '빨리' 외워서 쳤을까 말이다. 하긴, 우리집의 번개돌이를 보면, 악보를 아주 잘 보는 편이 아니면서도 어찌 외우는 건 저리도 빠를까 싶게 후딱 후딱, 체르니 연습곡도 후딱 외워 치고는, "I played it all through with memory.." 하곤 한다.

근데 말이다. 그게 뭘 하자고 하는 짓이 아니다. 연습 자체가 황홀경 (이렇게까지 과장해도 될까 몰라...)이다. 어릴땐, 난 연습할 때 늘 잡생각이 더 많아지는 사람이야라고 자신을 규정 했었는데 말이다. 사실 예전에 한창 연습할 땐, 비록 오전 오후로 나누어지는 악기 연습이긴 했지만 하루에 최소 5시간이 목표였다. 물론,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대체로 그 정도는 규칙적으로 연습했던 것 같고. 당시 친구들 사이에는 밥먹고 화장실 가는 시간만 빼고는 다 연습하는 애가 누구 누구더라 하는 이야기가 돌고 도는 때였으니 제대로 하려면 최소 하루에 8시간 이상씩은 매일 연습해야 했는데 말이다. 그래도 5시간 매일 매일하면 나처럼 대학은 간다.(거 참, 굉장히 한심하게 들리는 말이군...). 최근 나이들어 하는 연습은, 연습만 시작하면 아무런 잡생각이 없어지는 거다. 그거 손가락 놀림, 그저 소리, 그저 다른 음악, 그저 좀 더, 여기는 좀 더 나아질 수 있는데, 여긴 증말 좋아, 아, 멋져. 좀 더 잘 칠 수 있다면, 조금만 더 하면 외울 것 같은데... 등등등 외에는 아무 생각이 없어져서 한 번만 더, 한 곡만 더, 더, 더.... 하다보면, 꼼지가 "거 좀 심하네..." 라든가 "이젠, 그만 좀 하지..." 라든가 해서 휴일 연습을 남모르게 눈치가 뵈여 평일날 한답시고 하면, 평일엔 밤 10시를 넘어가서 동네 눈치가 보여야 내일을 기약하며 겨우 멈추곤 하는 거다.

그런데 오늘은 어쩌다 보니 악기 연습없이 헛짓으로 하루가 간다. 아이들 데리러 가기 전 30십분이라도 연습하고 가야겠다. 아이들 데리러 가야 하니 딱 30분이다.
2009/01/15 18:06 2009/01/15 18:06
Posted by 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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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꼼지
    2009/01/16 02:09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백수라고 자꾸 자책하시는 거 같은데, 백조라고 생각하고 우아하게 노시길. 그리고 사실 놀지도 않잖아. 이것 저것 하시는 것도 많으신 분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되지.

    그.리.고.

    '상병'이 형이 죽기 전에 뭐라든? 세상살이라는 게 '소풍'이라고 잠시 와서 놀다가는. 그리곤 우리 모두 우리가 왔던 그곳으로 돌아가는거야.

    열심히 자기 하고 싶은 것 하며 사는거야. 그러다 좋은 기회가 오면 더 좋은 거고, 아니면 그러구 마는 거지 뭐. 즐길 것!

    귀천(歸天)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天祥炳)
  2. 꼼미
    2009/01/16 13:10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나 사실, 백수가 무척 좋아. 그거 안좋아 할 사람이 세상에 어디을까만, 그저 남들은 다 살기 위해 아둥바둥 하는데 없는 살림에 가방끈은 길어 가지고 특정한 직업(?) 없이 놀고 먹는 것 같아 좀 부끄러워서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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