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게으른 일요일

 | 하루
2010/06/06 14:33
어제는 오랜만에 가까이 있는 한국가족을 초대해 조촐한 술자리를 가졌다. 뉴욕에서 빨강이 가져다 주었던 소주를 나눠 마시기로 해서 소주 안주로 무와 다시마를 넣고 진한 국물에 오뎅찌개도 만들었다.

이런 저런 얘기로 밤 12시로 넘기고 늦은 밤을 청하고 맞은 일요인 아침. 그동안 이사 한다고 매주 힘들었으니 그래, 오늘은 아주 게으른 일요일을 만들기로 한다.

아이들도 5월부터인가 관현악단 막바지 연주며, 지난 일년간 배웠던 헨트겐 현악4중주 (Hentgen Honors) 발표회 뿐 아니라, 새학기 관현악단과 현악4중주팀 오디션을 보느라 거의 매주 연주나 시험을 준비해야 했다. 어제 있었던 FSPA Honors 현악4중주 오디션을 끝으로 당분간 아이들 연주나 시험은 없는 셈이니 호빵과 번개도 오늘은 게으른 하루를 보내도록 해본다.

TV를 보면서 아점으로 계란과 옥수수를 삶아 먹고 다시 안방 침대에서 함께 뒹굴며 아톰 미국판 (Astro Boy)을 본다.

그 와중에 호빵이 혼자 나가 2층 마루에서 시키지도 않은 첼로 연습을 한다. 어제 바로 오디션이 끝났는데, 오늘 첼로를 새로 배우는 아이마냥 천천히 활 켜는 연습을 하는 거다.

긴장과 이완 속에서 사람은 성숙한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긴장만 계속되는 삶, 또는 이완만 있는 삶은 고인물처럼 사람을 썩게 만든다. 가족이 다 함께 모여 게으름을 즐기는 하루도 나쁘지만은 않을 꺼라는 생각.

어제 나눈 이야기 중에, 몇 주 전 한국을 다녀온 그 가족이 해 준 이야기도 다시 떠오른다. 한국에서 경쟁을 뚫고 외고를 다니는 아이들 중에도 이유없는 두통에 시달리거나 건강상에 문제가 생기는 아이들이 많다는 이야기였다. 밤낮없는 긴장과 경쟁이 그애들의 건강한 몸과 마음을 해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단지 우려가 아니라 필연적 결과일꺼라는 생각도 스친다.
2010/06/06 14:33 2010/06/06 14:33
Posted by 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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