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보다 더 가슴 시린 11월이다. 세월이 이렇게 가나 하는 아쉬움 뿐이다.

엄마 6주기 기일에 오랫만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들... 독일 베를린에서 날아 오신 막내 고모, 나와는 13살 차이. 울 엄마가 시집 왔을 때 (고모는) 초등학생이었고, 나의 초등학교 선배이기도 하다. 내 아버지가 나의 초등학교 선배이신 것처럼. 울 엄마는 종갓집 맏며느리 되어 시동생, 시누이 다섯을 키우다시피 했다. 그도 적을새라 사촌 고모, 먼 친척까지 종로3가 기와집은 지방에서 온 친척들과 서울로 유학 온 학생들로 정류장 구실을 하고, 연일 식구가 두 자릿 수 였으니, 가마솥 걸어 놓은 어두운 부엌은 하루 종일 밥상 차리고 또 차리고 상 들고 높은 턱 넘어 방으로 방으로 옮기고... 방이 열 한 개가 넘게 많았다. 부엌 쪽 틈새로 동굴 같은 곳으로 쭉 들어가면 그야 말로 골방 같은 곳도 있었다. 이제 환갑이 가까워진 막내 고모는 눈시울을 붉혔다. 울 엄마는 여기 없으니...

엄마는 오빠가 둘이고 막내였다.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할머니께서 키워주셨다고 했다. 그리고 엄마의 사촌이 있다. 형제인데, 석우삼촌과 시우삼촌. 서울에 올라와서 엄마가 많이 도와 줬고 우리 가까이 기대 살았다. 아버지가 취직도 시켜 주었고. 그 석우 삼촌이 사정이 생겨 거의 10년 넘게 연락이 끊겼는데, 최근에 연락이 닿아 전남여수에서 새벽 한시에 출발 하시어 손자와 부인과 함께 오셨다. 엄마 돌아 가셨을 때도 연락 안되어 모르고 계셨더랬다. 옛일이 엊그제 일인 듯 떠오른다.

나의 동생인 한진이도 같이 오고, 정숙고모도 오셨다. 우리 애들도 수능일이라 휴업일이어서 함께 올 수 있었다. 엄마가 좋아라 했겠지. 솜씨 좋고 현명한 울 엄마는 내가 차린 제삿상이 맘에 들었을까? 지금도 엄마 목소리 들리는 듯하다.

"이 나물은 이 그릇에 딱 적당히 예쁘게 담아 놓아야 해."

한가지도 소홀하지 않고, 늘 아름다움을 추구하던 엄마.
꽃꽃이, 뜨게질, 바느질, 인테리어, 옷맵시, 음식 솜씨 모두 뛰어나서 뭐하나 못하는 일이 없던 엄마.
지금 같은 세상이면 의상디자이너 하고도 남았을 그 실력과 꿈을 펼치지 못하고 우리에게 모든 걸 주었던 엄마.

그리워요.

2010년 11월 23일 목요일 (음력 10월 13일)

진이 씀


어제는 이유 없이 기력이 떨어져 번개랑 드라마 <궁> 하나 보고 11시도 안되 잠을 잤다. 낮에도 좀 누웠던터라 책이라도 좀 읽다 잘꺼나 했는데 누워 책을 들 기력도 없었다. 그냥 의욕도 기력도 나질 않았다. 아침에 일어 나니 편지함에 편지가 가득이다. 언니 편지를 포함해서. 내게가 아닌 엄마에게 보낸 편지. 엄마에게 보낸 언니 편지를 읽자마자 결국은 아침부터 눈물바람 콧물바람..... 육년이란 세월이 지났어도 이렇게 새롭게 새롭게 통곡하고 싶을만큼 슬프다니..... 새롭게 살아가는 만큼 슬픔도 새록 새록 더해지는 법인가. 엄마에 대한 못다한 얘기가 너무 많아서, 내가 기억해 주지 못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죄스럽고 미안하다. 이러고도 엄마를, 누군가를, 사랑 했다고 사랑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2010/11/18 09:54 2010/11/18 09:54
Posted by 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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