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화초

 | 취미
2009/05/15 16:00
아침 산책을 시작한게 2주째 계속되고 있으니 나쁘지 않은 셈이다. 그동안 비오는 날도 없었으니 하늘도 나를 도운 셈이고. 이제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와서 전처럼 잠 속에 다시 허우적 거리지 않는다. 뭐 억지로 아침잠을 포기하는 모양새도 아니고. 그냥 자연스럽게 아침 산책을 하게 된다. 가끔은 귀에 i-pod 도 꽂지 않고 그냥 새소리를 듣거나 아침 바람을 맞으면서 조용한 아파트의 공기속을 산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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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2주 동안의 아침 산책에 힘이 된건 나의 화초들이다. 봄이 시작될 무렵 벼르고 벼르던 흙을 사다가 화초 분갈이를 했더랬다. 키우던 것들을 겨울 동안 많이 잃었고 남은 것이라야 그저 말그대로 꽃나무는 없이 화초 화분 몇개 뿐인데 그 중 기특하게도 잘 자라던 가장 큰 잎이 넙적한 화초를 세 개의 화분으로 분양했다. 더불어 지난 여름 휴스턴 아저씨네 갔을 때 얻어 온 것들도 제대로된 화분에 옮겨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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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흙갈이나 화분 갈이를 하고 나면, 이 놈들이 마치 부모 떨어져 딴세상에 나온 것들처럼 몸살을 하며 움직임을 멈춘다. 죽어가고 있는 건지 살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 시간이 거의 어떤 놈은 거의 한 달 이상이 걸리는 것 같다. 기껏 좋은 곳으로 옮겨 주었더니 하는 내 마음이 안달이 나게, 그것들은 기를 못펴고 아픈 모양새로 새들 새들 하는 것이다. 아침보다 저녁에 더 죽어가나, 어제 보단 오늘이 더 죽어 가나, 조바심 나도록.....

그런데 고 놈들이 잘 견디고 살아 나기 시작하면,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모습으로 자라나기 시작한다. 마치 엄마 뱃속으로 나온 아기의 100일 동안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이 말이다. 소록 소록 돋아나는 새순과 포동 포동 물이 오르는 그 모습을 생각하면 아침에도 눈이 번쩍 떠진다. '오늘은 밤새 얼마나 자랐으려나, 간 밤에 물이 너무 적지나 않았을까, 간 밤에 너무 습기가 많았던 것은 아닐까....' 쓸데 없는 걱정을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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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씨앗들을 0.99불에 사와서 쏟아 부었는데, 겨우 나오는 건 화분 하나에 싹 한 두개. 그래도 나온 놈이 있으니 이 어찌 아니 기쁠소냐...


그렇게 그 아기같은 놈들을 하나씩 찬찬히 살펴 보는 게 하루 아침의 일과가 되었다. 그리고 그 일과는 내 아침 산책과 건강을 돕고 있는 것 같다. 아기는 더이상 가질 수 없을 것 같으니 이렇게 할머니처럼 화초랑 정붙이며 살아 갈까 한다. 가끔 화초에게 말을 하는 내모습을 보는데, 물론 웃기지만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그 자연스러움에 더 놀라는거다...ㅋㅋ
2009/05/15 16:00 2009/05/15 16:00
Posted by 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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