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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 - Part 2 (2011)
Directed by David Yates
Daniel Radcliffe, Emma Watson, Rupert Grint, Matthew Lewis

해리포터 영화를 꾸준히 챙겨 봤다. 지금까지 하나도 놓치지 않고, 그것도 극장에서 전 작을 다 보았다. 미국에 온 후, 책도 읽기 시작하여, 특히 분량이 다른 책의 두 배인 마지막편 <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 은 2년 전 쯤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이번 여름, 그 영화의 완결편이 하늘 바다가 없는 틈에 개봉됐다. 한국에 간 하늘과 바다가 한국 극장에서 본 첫 영화가 <해리포터>라 했다. 아이들은 이미 봤으니 결국은 나 혼자 봐야 할 터, 이왕이면 마지막편까지도 극장에서 보고 싶어 마침 있었던 공짜표를 들고 이른 아침 혼자 극장을 찾았다.

성숙할 만큼 성숙한 해리포터, 헤르마이니, 그리고 론은 여전히 친구다. 또한 그들은 젊고 시대가 그들에게 요구한 몫을 수행하기 위해 여전히 최선을 다한다. 그들은 여전히 두려워 하고, 실수에 실수를 거듭하고, 상처 입고, 성공에 대한 불확실성에 몸서리 치지만 포기 하지 않는다. 그리고 눈 앞에 닥친 과제들에 하나씩 맞서 나간다.

해리포터의 최고 미덕은 세 친구들의 우정이다. 각각일때 그들은 착하지만 나약하고, 똑똑한 한편으론 어벙하며, 선택 받은 듯하지만 중요한 부분들이 모자르거나 결핍되어 있다. 하지만, 살얼음처럼 쉽게 깨어질 것 같으면서도 서로에 대한 진한 사랑과 믿음으로 튼튼한 성곽을 쌓은 그들의 우정은 예기치 못한 위험과 시련 속에서 방패가 되고 패배와 절망으로 가득찬 순간조차 무한한 용기와 지혜로 뚫고 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이번 편에선, 그간 세 친구의 우정에 네번째 인물로 오락 가락 하던 롱바텀이 지도자 급의 훌륭한 청년으로 등장한다. 주인공 세 친구의 모든 약점을 다 안고 있는 듯한 인물인 롱바텀이 세 친구의 부재 동안 호그와트 마법학교 청년학생 대표 역할을 멋지게 수행하는 거다. 롱바텀은 영화의 막바지에 대장정의 긴장을 풀어 줌과 동시에 한 어린 소년이 든든한 청년이 된다는 버젓한 사실에 새삼 감동을 느끼게 해준다.

소설로 읽으며 상상한 사건들이 이번 영화, 최종편 2에서는 꽤 잘 묘사 되었던 것 같다. 영화적으로 큰 욕심을 부리거나 무리를 하지 않는 선에서 소설이 전달 하려고 한 핵심적인 지점들을 잘 짚어 주었다고 느꼈다.

개인적으론, 21세기 대표적인 성장 소설이자 성장 영화로 꼽기에 손색 없는 작품이라고 여긴다. 소설은 소설대로 상상력과 감동의 무한한 보고이고, 영화는 영화 대로 컴퓨터 그래픽의 끝없는 가능성과 더불어 현실의 세 아이가 작품과 함께 어른이 되어 가는 또 다른 차원의 도전을 이루어 냈으니 말이다.

해리포터, 헤르마이니, 론, 이 세사람의 우정과 모험이 시시때때로 그리울 것 같다.


2011/08/12 17:02 2011/08/12 17:02
Posted by 꼼미
어제 저녁 영네 식구들이 왔을 때 만들었던 골뱅이 무침 남은 것에 국수를 비벼 오랜만에 점심을 거하게 먹었더니 졸리다. 7월에 봤던 영화 몇편이나 기록해 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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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formers: Dark of the Moon (2011)
Directed by Michael Bay
Shia LaBeouf, Rosie Huntington-Whiteley, Patrick Dempsey

영화를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가족들과 함께 영화관에 가고 싶어서 봤다. 내이름거꾸로언니와 그 딸도 함께 무식하게 큰 팝콘 상자와 또 무식하게 큰 음료수 컵 (음료수 항아리가 하는 것이...) 을 들고 영화를 봤다. 다행히도 모두들 영화보는 시간 내내 지겹지는 않았던 듯. 개인적으론 역시나 근거없는 애국심과 영웅주의로 잔뜩 포장된, 실상은 어른들이 아닌 아이들을 혹해 장난감과 게임이나 팔아먹으려고 만들어낸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온몸은 오글거리고 기분은 찜찜 했지만서도. 악당들을 무찌른 인물들에 촛점을 맞추는 카메라에 얹혀지는 말할나위 없이 심각하고 웅장한 음악은 더욱 역겹기만. 영화 보고 나와서 번개는 좋다고 하는데... 이 애가 커서 프랜스포머가 되겠다고 하는 건 아닐까싶은 엉뚱한 걱정만 스쳤다는. 참, 한가지 흥미로웠던 것은 Grey's Anatomy 에서 주인공 Grey의 연인 닥터 Shepherd 가 악역으로 나왔던 거다. 흠. 악역도 잘 어울리는 군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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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A Man from Nowhere, 2010)
감독 이정범
원빈, 김새론

영화 <아저씨>의 영어 제목이 "A Man from Nowhere"다. 한국제목보다 멋있는듯. 영화 시작이 하도 유치해서 보다 관둘뻔 했다. 전반부 내내 "유치해... 유치해... 저건 또 뭐냐... 감독이 누구야.." 해댔더니 꼼지가 남 재밌게 보려는데 계속 김빠지는 소리 한다고 구박을 줬다. 깨갱 자중하고 보다보니 중반이 되더라. 아저씨가 머리 박박깎고 잔인하게 칼이랑 총 휘두르는 장면이 시작되면서 볼만해져 다행히 (?) 결말까지 보게됐다. 그러고 나서도 결국은 감독이 누군지 궁금해졌는데 그와 더불어, 이젠 이렇게 잔인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영화 안보게 된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저씨가 나쁜놈들을 죽여도 극도로 잔인하게 죽이게된 설정은 이해가 갔는데 그래도 잔인한건 잔인한거다. 예술적으로 잔인해도 잔인한건 잔인한거라서 되도록이면 이런 잔인한 영화는 자주 안보고 싶은게 솔직한 심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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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명탐정 (2011)
감독 김석윤
김명민, 오달수

꼼지와 어느날은 무슨 영화를 볼까 하다가 영화 포스터에 나온 콧수염 기른 주인공이 '김명민' 이라고 하기에 봤다. 감독의 장면 장면을 주물하는 솜씨가 남달라서 꽤 흥미롭게 봤다. 주인공인 김명민의 연기도 괜찮았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오달수 연기도 역시나 괜찮아서 시간 아깝단 생각은 안했다. 다만, 이건 뭐야.... 할정도의 천주교에 대한 의도적 찬양이 지나쳐서 (좋게 봐주려 해도 좀 심한편이었음) 누군가 '감독의 취향과 세계관이 그의 작품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경고해 주었음 하는 바램이 스쳤던게 기억에 남는다.



미국에서 영화보기는 대채로 내 취향대로 선택하여 보는 영화보기는 아니지만 무작위적 영화감상도 나쁜 건 아니라고 본다.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감상을 남길 수만 있다면 나 나름의 좋은 영화와 싫은 영화를 보는 눈을 다듬는데 오히려 좋은 공부도 될테고. 좋은 것만 보고 살면 좋은 게 왜 좋은지 좋은게 진짜 좋은 건지 잘 모를 수도 있는 법이니까 나쁜 걸 보고(경험하고) 나면 좋은 게 왜 좋은지 이래서 좋은게 진짜 좋은거구나 더 잘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런 막보기식 영화 보기로도 영화 보는 눈을 다듬을 수 있으리라 믿어 본다. 그런 눈이 생기면 내 맘대로 영화를 골라 볼 수 있는 날이 왔을 때 제대로 잘 골라서 진짜 좋은 영화를 더 잘 감상 할 수 있게 되겠지... 라는 바램.

2011/07/21 15:45 2011/07/21 15:45
Posted by 꼼미
난 <다모> 폐인이었다. 하지원이 좋았다. 하지원이 맡은 인물도 좋았고 그녀의 액션도 연기도 그 드라마의 구성과 줄거리 모든 게 다 좋았다. 그야말로 한때 다모폐인이었다. 그런 하지원이 돌아 왔다. 비록 드라마의 중간에선 실망을 넘어 짜증이 일었지만 그건 배우를 비롯한 다른 무엇 때문이 아니다. 그저 이 드라마의 애초 기획이 후졌기 때문이다. 현재 12회까지 방영된 <시크릿 가든> 은 기획의도로는 실패작이지만 드라마는 성공적이다. 드라마가 애초에 중심으로 삼았던 '남녀의 뒤바뀐 영혼'은 초전박살 실패로 드러 났지만, 그 실패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주인공들의 (최근에 보기 힘든) 제대로된 연기와 살아 꿈틀거리는 대사가 이 드라마를 살릴 것 같다. 웃기지도 않는 '영혼 뒤바뀌기' 같은 시도만 더 이상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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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양말 걸어도 넌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안줘"
(여자: '왜')
남자: "산타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게 선물 안주시거든. 가이드라인이 확실한 분이시지.'
(여자: '네가 울렸잖아.')
남자: "산타 할아버지는 팩트만 보시거든. 그러게... 누가 울으래."

주인공 남자는 상상속의 여자와 대화를 나눈다. 그 설정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내가 늘 하던 짓. 내가 지금도 늘 하는 짓이니까. 그리운 사람이 있으면 꼭 내 옆에 그 사람이 있는 듯이 느껴지는 경험. 그 사람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능력. 내가 가진 그 능력을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보여주니 (그건 물론 작가의 능력이겠지만) 공감 할 수 밖에. 거기다 그 장면은 절절히 아름답기까지 하다 (젊은 남녀의 사랑이니 그런거지).

특히 <시크릿 가든> 11회의 하지원 대사는 구구절절이 멋졌다. 하지원이 만들어 내는 인물이 재미있어서 중간 남녀 주인공의 영혼이 바뀌는 허무맹랑 거지같은 전개를 건너 뛰면서도 보고 있는거다. 다행스럽게도, 두 인물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니 드라마가 정상적으로 재미있어졌다. 무엇보다 대사들 때문이다. 줄거리야 뻔하지만, 결국 영화든 드라마든 열심히 보게 되는 건 하나 하나의 장면 설정과 대사의 맛 때문인거다 (난 그래서 때로 영화나 드라마를 딴짓하며 건성 건성 보면서 줄거리만 묻는 꼼지한테 '확' 화를 내고는 한다.....^^;).

자기 좋아 한다고 쫒아 다니는 남자한테 '또라이'라고 하고, 자기 전화 안받는다고 화내는 남자한테 '내가 니 비서냐?'하는 하지원의 대사.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이 궁금하지 않냐고 묻는 남자한테 '하나도 안궁금해' 하는 여자. 나는 그 여자가 너무 좋다.

그런데 나처럼 이런 여자 좋아하는 젊은 여자들이 많아지면 젊은 남자들이 좀 힘들긴 하겠다. 하지만, 남자들은 좀 골탕 먹어도 되지 않나....ㅎ


백지영, 내가 별로 좋아하는 가수가 아닌데. 이 노랜, 여전히 유치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드라마와 잘 어울린다. 백지영의 노래 해석도 괜찮은 편이고... 나도 따라 불러 볼까?... 사십대 아줌마가 따라 부르긴 너무 유치하지... 싶기도 하고....ㅎ


백지영, 그여자
2010/12/19 01:09 2010/12/19 01:09
Posted by 꼼미

<궁, 2006>

2010/12/04 13:13
일전에도 인터넷이 말썽을 부리더니 오늘 새벽에도 인터넷이 작동 되지 않았다. 아침에 눈을 떠 호빵이랑 인터넷 선을 빼고 끼우고 별짓을 다해봐도 TV, 컴퓨터, 내 아이폰까지도 여전히 먹통이었다. 아무래도 우리집 선이 문제인게 아니라 호빵의 진단처럼 AT & T 의 문제인 것 같아 포기하고 기다려 보기로 했다. 포기는 했지만 혹시나 해서 TV 는 켜두었는데 갑자기 나갔던 전기가 퍼득 들어 오듯 TV 가 왕왕거리기 시작했다. 이제 TV 나 라디오는 안되도 참겠는데, 이젠 인터넷이 안되면 정말 깜깜한 밤에 정전되어 암흑속에 빠져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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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도 공짜 인터넷 웹사이트에서 본다. 호빵, 번개 그리고 내가 최근 열심히 봐온 드라마가 <궁, 2006> 이다. 이 드라마를 아이들과 함께 봐야지 생각했던 건 오스틴 살때부터다. 그러니까 한 삼년 됐나. 가상 왕족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라 해서 애들에게 보여줘도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이 드라마를 함께 보기까지 삼년 걸렸다. 호빵과 번개 모두 이제 중학생이 되었으니, 젊은 애들의사랑앓이를 남의 얘기처럼만 느끼지는 않을 것 같고, 또 마침 아빠가 한국에 가있으니 한국에 대한 간접 경험도 될 것 같았다.

예상대로 호빵과 번개는 이 드라마에 푹푹 빠졌다. 할일을 일찍 끝낸 밤이면, "엄마, 우리랑 같이 <궁> 하나 보고 잘래요?ㅎㅎ" 하고 묻는다. 질질 늘어지는 중반의 줄다리기에는 아이들도 지겨워 했지만, 주인공들의 감정선뿐 아니라 한국 예술고 학생들의 일상적인 모습과 대화도 무척 재미있어 했다. 급기야는 막판의 반전이 이어지던 어제밤엔 처음으로 연이어 세편을 보아 제꼈다 (금요일 밤이라 봐줬다 ㅋ).

이 드라마에 푹 빠진 사람은 물론 애들 만이 아니었다. 나 역시 그랬다. 아니 좀 더 솔직하자면, 아이들을 핑계로 내가 더 열심히 봤다. "야! 안보고 딴짓 할거면, 나가!!! 엄마 혼자 볼래..." 를 연신 외치면서 말이다. 19살짜리들의 사랑놀이가 뭐 그리 재미있다고 이 사십대 아줌마는 세 주인공 (난 세 주인공이라 해야겠다) 신채경, 신, 그리고 율과 더불어 속을 폭폭 끓이는가. 내가 생각해도 참 한심하기 그지 없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사람은 자기 중심적이라 모든 세상과 사물을 자신의 관점에서 보고 느낀다. 우리의 대부분이 남의 이목을 신경쓰고, 부끄러워 하고, 상처받고, 괴로워 한다. 나만 그런 것 같지만, 이 세상을 '사람'으로 살고 있는 생물이라면 이점에선 모두 똑같다. 이런 게 모다 자신이 세계의 중심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언젠가 꼼지와 나눈 대화 속에서 우리가 내린 결론이다. 세상이나 사물이 그 어떤 모습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줘도 우리는 이미 그것을 나의 모습으로 나의 문제로 받아들을 준비가 늘 되어 있는 거라고. 그러니 어떤 드라마를 봐도 그건 어떤식으로든 나와 밀착될 수밖에 없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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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경은 신을 좋아하고, 율은 채경을 좋아 한다. 고귀한 신분의 왕자, 신은, 채경을 '사랑'하게 될까? 이 드라마의 질문은 이거다.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채영은 끊임없이 신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하고 그 욕망 때문에 끊임없는 오해의 미궁에 빠져든다. 그 오해의 미궁 속에서 건져 올리는 것은 물론 고통과 상처 괴로움 이런 것 뿐이다. 빠져 나올 길은 포기 밖에 없어 보인다. 하지만, 자기를 한결같이 아껴주고 보듬어 주고 끝끝내 사랑해 주는 사람 (율) 에게는 왜 가지 못할까? 그건 사랑의 바람 때문이라고 드라마는 말했다. 사랑의 바람이 그쪽으로 불지 않기 때문이라고 (크~).

드라마를 보면서 한없이 자기 중심적인 나는 결국 '나'일 수 밖에 없었는데, 신과 채경이 서로의 의도와 진심을 끊임없이 오해하는 그 모습에 가슴이 답답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공감해야만 했다. 사람과 사람이 특별한 인연을 만들기까지는 서로를 확인 하려는, 서로를 의심하는, 그런 과정이 존재 한다. 내 마음은 이런데, 저 사람의 마음은 어떨까. 나는 이런걸 기대하며 이런 말을 했는데 상대는 엉뚱한 반응을 보였다면 확인은 되지 않고 의심만 남게 된다. 그러니까 '저 사람 마음은 내 마음과 같지 않을게야... ' 그러는 거다. 이런 과정이 더욱 힘든 경우는 내가 어떤 사람과 특별한 인연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무지 무지하게 강할 때다. 그래서 맘속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이런 확인과 의심의 과정은 보통일이 아니게 된다. 신이와 채경 그리고 율이 괴로운 이유도 그거다.

내가 괴로웠던 이유는... 그러니까, 그애들만큼의 고통은 아니었겠다. 나야 이제 그만큼의 고통을 불러일으킬만큼 확인과 의심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할 일은 없으니까 말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나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지 않아도, 의심하지 않아도, 되는 경지에 나는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이 드라마를 보면서 그 괴로움이 충분히 이해가 되고도 남음이 있었던 것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 그런 관계의 끈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리라. 그것이 과거의 일이었던 아님 현재진행형이든, 깊은 오해이든, 얕은 오해이든, 지울 수 없는 상처이든, 따끔 하지만 내버려둘만한 상처이든, 순간 순간 내 마음에는 (우리의 마음에는) 사람 관계에 대한 확인과 의심이 늘 계속 되고 있을테니 말이다. 그러니까 사람으로서 목숨이 붙어있는 한.

마지막 회를 앞두고 극적으로 화해한 채경과 신. 모든 오해를 풀고 '이 사람은 언제까지나 어디서나 내사람이야. 내 마음과 꼭 같은....' 이라는 확신에 이르는 것은 또 왜이리 쉬워 보이는가. 그거 자기 마음을 솔직히 드러내면 그만인 것을. 긴건 기라고, 아닌건 아니라고 상대방에게 자신의 마음 그대로를 보여 주기만 하면 되는 것을. 하지만 한편으로 그리 쉬워 보이는 그 일이, 또한 왜 이리 어려운가. 내 마음이 이렇다는 것을 보여 주는 일, 상대방의 마음이 어떻다는 것을 보는 일. 그 일은 왜 이리 어려운가. 이 하찮은 드라마가 내 마음을 무척 아프게, 그러면서도 감동스럽게 한, 구석이 있었다면, 그건 드라마 때문이 아니라 나 자신이 때문인거다. 그런 것을 생각하는 나 자신. 사람 관계의 단맛과 쓴맛을, 어찌할 수 있는 것과 죽어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이 사람관계에선 있다는 것을 인정해버린 내 마음 때문인거다. 그러니까 내가 가진 나의 '자기 중심성' 때문인거다.

내 마음의 바람이 불어도 상대방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없으면 그 관계는 특별한 인연이 될 수 없다. 반대로, 상대방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있어도 사랑의 바람이 그쪽으로 불지 않으면 그 관계 또한 끝끝내 특별한 인연이 될 수는 없다. 드라마 <궁>에 빗댄다면, 내가 (우리가) 맺은 관계들, 그리고 잃어버린 관계들의 공식은 바로 이러했던 거다.
2010/12/04 13:13 2010/12/04 13:13
Posted by 꼼미

진짜 웃겨

2010/10/13 11:28
 남들 다 재밌다는 <무한도전>이 재미없다. 그걸 보고 있자면 오히려 신경질이 난다. 도대체 쟤네가 지네끼리 하는 짓거리들을 내가 왜 열심히 봐야 하는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재밌다고 하는 짓들이 내게 아무런 즐거움도 웃음의 카타르시스도 주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은 꼼지가 보는 어깨 너머로도 안본다. 보면 좋던 기분도 나빠지니까. 얼마전 강호동의 <무릎팍 도사>에 내가 좋아하는 배우, 배두나가 나와서 봤는데, 그녀가 그러더라. 자신의 웃음길은 다른 것 같다고. 남들이 웃는게 자긴 안웃기고, 자기는 진짜 끝내주게 재밌다고 하는 게 남들에겐 별 흥미를 주지 못하는 것 같다고. 그 말이 이해가 됐다. 연기 못하는 연기자들이 대거 출연하는 요즘의 한국 드라마들에서도 재미를 느끼지 못하겠다. 꼼지는 누군가 재밌다고 추천해 주었다고 <성균관 스캔들>을 보기 시작 했지만, 난 그것도 재미가 없었다. 뭐 하나 재미난 요소가 있어야 재미가 있지 글쎄. 그저 배용준이 더 그립기만 할 뿐이었다. 문소리로 망했던 <태왕사신기>에는 그래도 배용준이 있었는데 말이지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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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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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젤로 웃기는 굽타



그런데 여기, <30 Rock> 이후로 날 찐하게 웃겨 주고 있는 미국 드라마가 있다. 새로 시작한 드라마라는데 제목은 Outsourced 다. 미국 드라마지만 인도가 주무대이고 주인공과 몇사람을 제외 하고는 등장 인물들이 대부분 전형적인 '인도식 영어'를 하는 인도사람들 (사실은 미국인들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설정상으로는)이다. 어찌나 웃긴지... 보는 내내 뒤집어졌다. 하나 하나의 인물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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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사랑스럽고 정이가며 우습기 그지 없다. 정작 인도 사람들은 좀 기분나빠 할 요소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나에겐 찌꺼기 없는 웃음을 날리는데 아직은 불편한게 없다. 미국애들이 풍자하는 미국과 인도인들이 바라보는 미국의 해괴함도 재밌게 즐길만 하고 말이다. 똑같은 사람 사는 마을로서 인도를 엿볼 수 있는 것도 좋다. 그리고 시작 음악도 정겹고 재미나다. 음악을 들을 때마다, 오래전에 봤던, 유일한 인도 영화이자 촌스러움과 황당함 엉뚱감이 너무 강렬해서 한번도 잊어본 적인 없는, <춤추는 무뚜> (1995) 가 떠오르기도 하고 말이다. 불편 없는 웃음이 지속되는 한은 계속 보게될 것 같은 드라마다.

2010/10/13 11:28 2010/10/13 11:28
Posted by 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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