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onard
Bernstein: The Political Life of an American Musician
Barry Seldes
2009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Life without music is unthinkable. Music without life is academic.
That is why my contact with music is a total embrace.”
"음악이 없는 삶은 생각할 수 없으며, 삶이 없는 음악은 학문에 불과하다.
이것이, 왜 나와 음악의 만남이 완전한 포옹같은 것인가를 말해 주는 이유다."
Leonard Bernstein (1918-1990)
1.
우리는
음악가를 종종 '순수'라는
이름으로, 현실과는 동떨어져 고립된 또는 고립되어야 하는 부류의 사람들로 취급하곤 한다. 하지만,
음악가
역시, 음악가라는
특정한 이름으로 불리기에 앞서,
우리
모두와 다름없이, 이
세상에 발딛고 부대끼며 사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삶과 음악은 그들이 속한 사회와 정치적 맥락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의
기억 속에 뚜렷이 남아 있는 윤이상의 삶을 그 한 예로
들 수 있다. 독일을
중심으로 음악 활동을 하고 생애 말년에 독일로 귀하
하였음에도, 윤이상의
삶과 음악은 한국 사회와 역사와 정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또한
그 자신, 그것을
외면하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그는 한국 태생이라는 자신의 존재론적 처지와 상황을
있는 힘껏 받아 안으면서 생애 마지막까지 자신의
음악과 삶을 일치 시켰다.
우리는
그를 훌륭한 작곡가이자 위대한 사람으로 기록하고
우리의 마음 속에 그를 담았다.
이러한
그의 삶을 긍정적인 의미로서 '대단히
정치적이었던 음악가의 삶'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음악가의 인간적인 측면으로서,
그들의
사회적 참여나 정치적 개입에 대해 무관심으로 외면하거나,
아니면
통렬히 비판하곤 한다. 우리의
삶이 사회적이고 정치적이어야 하는 것처럼 음악가의
삶도 사회적이고 정치적이어야 하며,
사회와
정치에 대한 우리의 시각과 태도가 인간 윤리의 관점에서
평가되어야 하듯이 음악가의 생각과 실천도 똑같은
관점에서 비평되고 조명 되어야 함에도 말이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사회가 음악과 정치의 무관련성이 통념이
되는 사회는 아니라면, 그보다는
음악과 정치가 밀접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뚜렷이
인식하는 사회라고 한다면,
음악가를
바라보는 일도, 그들의 삶의 토대인 음악과 정치의
밀접한 관계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
바탕 위에서 한 음악가의 세계관을 조명하고,
그
음악가가 견지한 정치적 사회적 입장과 태도가 어떻게
그의 음악 활동과 창작물에 반영되고 형상화 하는지를 활발히 연구하고 논의해야 한다. 그래야만 그 음악가와 그의
음악을 충분히 입체적으로 바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이렇게, 우리가 음악과
인간의 삶이 하나라는 사실을 온전히 받아 들이는 사회에 살게 된다면,
음악가와
음악에 대한 역사적인 평가와 기록도 의심할 바없이 보편적인 인간
윤리의 테두리 속에서 이루어질 것이 분명하다.
2.
배리
셀데스의 저서, <레너드
번스타인: 한
미국음악가의 정치적 삶>
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미국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레너드 번스타인이라는
음악가의 삶을 통해, 바로
음악가와 정치가 왜, 어떻게
하나 인가를 보여준다. 셀데스는
그토록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작곡가이자 지휘자
번스타인의 삶과 음악도 미국이라는 사회의 관습과
통제를 벗어 날 수 없었으며,
음악인으로서
번스타인의 삶은 또한 그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대면해야 했던 역사적 시대적 소명과 한계로 똘똘 뭉쳐
있었다는 사실을 상세히 서술한다.
이
책이 더욱 의미심장한 것은,
저자가
이 책을 쓰기 위하여 번스타인의 정치적 행적과 관련해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자료들을 수집하여 꼼꼼히
살피고 분석하였다는 점이다.
정치학
교수로써 정치와 문화에 관련된 연구와 저술을 해온
저자, 배리
셀데스는, 위대한
음악인이었을 뿐만 아니라 대단히 정치적이고 실천적인
인물이었던 레너드 번스타인의 삶에서 빈칸으로 남겨져
있던 부분들, 특히
그의 정치적 사상과 실천과 관련된 궤적을 메우고 그
맥락을 시대적 상황과 역사적 사건들을과 연결시켜
낸다.
셀데스가
기록한 레너드 번스타인의 삶과 음악은,
그가
속했던 변화하는 시대와 사회의 한계 속에서 음악적,
정치적
윤리를 일관되게 추구 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예로,
사회와
정치에 막 눈을 떠가던 청년 음악가 번스타인이 고민
했던 것은 미국 민족주의 음악을 정립하는 것이었다.
그는
미국 민족주의 음악의 바탕은 귀족 문화를 대변했던
서양의 고전음악 보다는,
미국을
건설했던 주인공, 즉,
노예로
팔려왔던 흑인들을 포함한 이민자 대중들의 음악이어야
한다고 믿었다.
아프리칸을
포함한 다양한 이민자들의 음악 자산을 토대로 미국
민족주의 음악을 형상화하려 했던 그의 시각과 태도는,
음악으로
가득 차 있던 그의 삶에서 사람의 일인 음악과 윤리는
결코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는 중대한 쟁점이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우리가
번스타인이 작곡한 유명한 작품들을 기억할 때,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책에서 밝히는 번스타인이라는 음악가의 사회적 정치적
삶과 태도를 알게 되면, 우리는
클래식 음악가로 탄탄대로를 걷고 있던 번스타인이
왜 대중 장르로서 미국 뮤지컬을,
그것도
밑바닥 젊은이들의 좌절된 삶과 비극적인 사랑을 노래
했는가를, 쉽게
수긍하고 더 잘 이해하게 된다.
“I believe in people. I feel, love,
need and respect people above all else,
including natural scenery, organized piety and nationalistic superstructures.
One human figure on
the slope of a mountain can make the mountain disappear for me,
one
person fighting for truth can disqualify for me the entire system which
had dispensed it.”
"나는 사람(인민)을 믿는다.
자연의 풍광, 깊은 신앙심, 또는 국가적 상부구조들 같은 그 어떤 것보다도,
나는 사람(인민)을 느끼고, 사랑하고, 필요로 하며, 존경한다.
가파른 산 위에 서 있는 한 사람의 형상이 나로 하여금 그 산을 잊게 만들며,
진실을 위해 싸우는 한 사람이 나로 하여금 진실이라는 걸 적당히 분배 해 온 전체 시스템을 회의하게 한다."
Leonard Bernstein (1918-1990)
번스타인은
미국적 음악과 양식을 추구하는 미국 민족음악가에
그치지 않는다. 그의
민족주의적 태도가 편협한 민족주의적 시각에 머물러
버리거나 극단적 애국주의로 변질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책 속을 통해 볼 때, 번스타인의
사상은 궁극적으로 보편적인 인간 윤리의 추구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가
품었던 민족주의적 시각과 태도는 시대와 역사의 격동과
속에서 한결 같을 뿐 아니라 보편적 인류애를 향한
다양한 이념들과 더불어 그 폭과 깊이를 넓혀 간다.
우리가
이 책 속에서 만나는 레너드 번스타인은 무대 위에서
음악을 지휘하고, 청소년들에게
작곡가와 작품과 악기 이름과 같은 지식을 재미있고
친절하게 전해주는 음악가로서만이 아니다.
다양한
사회적 정치적 쟁점에 때론 음악적 활동과 작품으로,
때론
직간접적인 정치적 실천과 발언으로 현실에 개입하는
대단히 인간적이고 정치적인 인간을 또한 만나게 된다.
이른바
행동하는 양심으로서 그가 보여 준 실천들,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대한 분개,
흑인
인권운동의 참여, 베트남
전쟁으로 대변되는 미국의 제국주의 침략전쟁에 대한
반대, 냉전주의에
대한 고발, 팔레스타인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반인륜적 대처에 대한 반대 의사
표명, 동성애와
관련된 부당한 대우와 관념에 대한 저항 같은 것들은,
그의
음악관이 근본적으로 인권과 자유와 평화에 대한 깊은
신념에 기반하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3.
아직도
많은 경우, 우리
사회에서 음악가와 정치,
또는
음악과 정치의 관계에 대해 논하거나 비평하는 것이
유기되거나 거부되는 것을 본다.
이런
가운데, 여전히
많은 음악가들이 그들이 몸담고 있는 사회적 정치적
상황과는 전혀 무관한듯 살아 가는 것을 본다.
그래도
희망을 걸어 보는 것은, 세상과
사람을 올바로 설명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편적인
지식과 시각이 아니라 종합적인 측면에서 관찰과 이해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우리 모두가 대체로 합의 하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작은 합의를 시작으로 사회와,
정치와,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넓히고,
우리
삶에서 사회적 정치적, 윤리라는
것이 얼마나 치명적으로 중대한 문제인가를 인식 할
때, 위대한
음악가를 올바로 이해하고 그들의 음악에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때가 언제가 되든, 우리
사회에서 위대한 음악가와 그들의 음악적 족적들이
정치와 무관 하다는, 또는
무관해야 한다는 통념이 사라지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모든
음악가와 음악이 의도적으로 정치적 요소와 주장을
보여주기를 바란다는 말이 아니다.
음악가가
사람인 이상, 근본적으로
모든 음악가와 음악의 근저에는 반드시 그들이 처한
예술적, 사회적,
정치적
제한이나 억압, 그리고
그들이 극복하고 뛰어 넘으려 한 낡은 통념과 관습들이
반드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는
뜻이다. 배리
셀데스가 그의 책 <레너드
번스타인: 한
미국음악가의 정치적 삶>
에서
보여 주려 한 것은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하는 바로 그
사실들의 면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