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

 | 음악
2010/07/14 22:37
FIM 에서 나를 고용하지 못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내 이력서는 잘 보관해 두겠다면서.. 내가 일할 수 있는 신분이 될 때까지 말이다. 이런 거야 다 하는 말이고, 어쨌든, H1 비자 지원은 해 줄 수 없다는 거다.

이번 여름 현악 초급반 보조 교사를 하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더랬다. 악기를 보면서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아이들과 그애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면서 정말 살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이 어린아이들과 함께 음악 하는 일을 이렇게 좋아 했구나 하는 새삼스런 깨달음도 있었다. 내가 좋아서 배운 현악기들이 음악의 연장선에서 이렇게나 내 삶의 후반기를 행복하게 해주는구나 싶은 기쁨도. 꿈꾸었던 많은 것을 다 이루지 못했지만 내가 살아가면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또 있겠다 싶기도 했다. 아마도 민음연 활동 이후로, 이렇게 신나고 즐겁고 보람되고 힘이 났던 순간은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기회가 언제 다시 올지 모르겠다. 어제 최종 통보를 듣고, 어쨌든 기운이 빠졌다. 기운 빠져서 캠프에 갔는데 아이들을 보니 다시 힘이 났다. 그래서 오늘도 즐겁게 오전시간을 보내고 왔다. 집에 와서 바이올린을 몇 시간 하고 나니 그래도 내가 얻은게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서 하는 짓이니 나에게야 더할 나위 없이 좋고, 당장에 일을 하지 않는다고 굶을 형편도 아니니 복이 터진 년이다 하는 생각도 해본다.

복에 겹게 주어진 시간 동안, 연습도 더 하고, 책도 계속 읽고, 어른 실내악도 더 재미나게 하고, 피아노 학생들도 더 잘 가르치고, 호빵과 번개에게도 좀 더 잘해 주고, 꼼지랑도 좀 놀아 주고... 그러지 뭐.
2010/07/14 22:37 2010/07/14 22:37
Posted by 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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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꼼지
    2010/07/14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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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기 가르치는 음악 선생한테 H1B 해준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는.... 요즘은 IT분야도 H1B 신청자가 줄어서 할당된 비자쿼터도 다 못 채운다는데... 아줌씨.. FIM에서 비자 안해준다는 건 못해준다는 거절이 아니고 그냥 원래 안해주는거라고..

    영주권 받아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될 때까지 그동안 좀 천천히 삶을 즐기면 안될라나.. 하.. 그것..참.. 아줌씨.. 옆에서... 난.. 무지.. 압박을 받는다는...거지..
    • 꼼미
      2010/07/16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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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을 너무 즐기고 있는 것 같아 죄스러워서 그러지...ㅋ
  2. 기묘
    2010/07/15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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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간 글이 뜸해서 걱정했는데 잘 지내니 마음이 놓이네. 기쁘다. 그런 즐거움을 얻었다니 기쁠 수 밖에.
    선영이는 일본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때려치우고 영국의 호젓한 시골에서 상추 가꾸는 일에 삶의 기쁨을 느낀다나. 인생은 이래서 재미있는 듯.
    나는 몇 가지 힘 빠지는 일들로 스스로를 자학하는 중. 아이들은 나를 살아가게 해주는 존재이자 내가 살아야만 하는 이유를 자명하게 보여주는 존재들임에 틀림 없는데, 나는 그들을 왜 그들 자체로써 인정 못하는 걸까? 내 삶의 질문은 너무 간단명료한데 나의 해결방식은 여전히 지지부진.
    • 꼼미
      2010/07/16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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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요즘 앞마당에 심어 놓은 깻잎 매일 아침 저녁으로 쳐다보며 산다. 저걸 언제 따먹나 하면서... 애들하고 지지고 볶는 거야, 네가 문젠게 아니라, 애들만 밤낮으로 쳐다보고 사는 그 일상이 문제가 아닐까싶다. 한걸음 떨어져서 보기가 힘들어 그런거... 아닐까 싶은 거지 뭐.
  3. Orange
    2010/07/15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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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joy your time at home. You will miss it soon enough once you start working.
    I am like "Thank goddess it's Thursday."
    My kids are waiting anxiously for your visit. KC worries whether the driving is okay for you. July is almost done. My doctor told me to do many different tests since I am an 'old lady.' When did this happen? I need a drink.
    • 꼼미
      2010/07/16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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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 현악 캠프가 어느새 끝나고 너 보러 가는 게 벌써 내일이다. 야호~ 우리 애들은 짐싸놓고 벌써 잔다. 9시부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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