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와 아이폰에 각기 남겨진 뉴욕 여행의 사진 잔해들을 컴에 담아 다시 곱씹어 보는 일이 이렇게 즐거울 줄이야. 그래 보았자 어디가서 자랑도 못할 만큼의 짧은, 이틀의 일정이었는데 그 이틀 사이에 내 맘에 품어진건 너무 많았다. 사는 거에 대한 기대가 이젠 별로 없듯이 여행에 대한 기대란 것도 기상천외 한 것 따윈 더이상 없으니까, 그저 이렇게 살아서 보고 듣고 만나는 그 모든게 새롭고 애틋하기만 한건지도 모르겠다.

그 뉴욕 사진들을 보는데 지난 여름 방학 시작 즈음에 '애완 동물'이랍시고 큰 맘 먹고 산 물고기 사진이 눈에 들어 왔다. 숫컷 구피 두 마리를 샀는데 뉴욕 다녀 오는 4일 동안 얘들이 굶어 죽지 않고 살아 있을까 가장 먼저 걱정이 됐다. 다행히 아직은 두놈 다 잘 살아 있어서 부엌에서 일하는 동안 심심치 않게 쳐다보며 씨잘데 없는 얘기도 나누고 한다.
그 물고기 사진을 보며 흠, 잘 살아 있어... 흠흠, 하는데, 12시간 동안 차를 몰아야 했던 뉴욕 가는 길에 아이폰에서 들은 윤상의 <소심한 물고기> 생각이 또 났다. 트위터에서 운좋게 알게된 아가씨 (분명 아가씨일터) 가 윤상의 '새 노래들' 몇개를 내게 열심히 보내 주었더랬다. 그걸 이번 여행 동안 알차게 들었다. 생각 난 김에 그 노래를 유튜브에서 찾아 봤는데 없네.
소가 뒷걸음치다 뭐 잡은 격이라고, 윤상의 소심한 물고기를 검색어에 넣었더니, '<처음으로> 뉴욕 물고기'라는 노래가 나왔다. 뉴욕과 물고기라...
비디오 시작의 피아노 도입이 인상적이라 내친김에 노래까지 들었다. 노래하는 아저씨가 내가 아는 그 누구와 너무 닮아서, 처음엔 그 선배가 홀딱 미쳐 작곡 스타일을 완존 바꿨나 하는 생각까지 했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아니어서 안심 반, 실망(?) 반. 어쨌든, 결론은 이 예상치 않은 노래를 끝까지 들으면서 꽤 대단한 발견 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는 거다. 이 사람 음반도 냈나? 좀 더 찾아 봐야겠다.
근데 왜 이름이 하필, 뉴욕 물고길까? 시덥잖은 궁금증이 인다.
<처음으로> 뉴욕 물고기
<Like A French Movie/왜 자꾸 눈물이> 뉴욕 물고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