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 주황과 더불어 마당세실극장으로 연극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던 게 중학교 2학년 때다. 어느날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쥐덫'이 공연되던 마당세실극장으로 부리나케 달려 갔지만 연극은 이미 시작되었더랬다. 천원짜리 연극할인표를 쥐고 연극을 보겠다고 헥헥거리며 달려온 단발머리 중학교 소녀들. 공연 관계자는 늦은 우리를 기계실로 데려다 주었다. 거기서라도 보려면 보려마. 우린 음향과 조명을 조절하던 그 기계실 창문으로 아가사 크리스티의 '쥐덫'을 보았다. 무대의 암전, 다시 빛, 배우들의 동선, 무대장치, 그것에 색채를 더하던 음악, 소리, 그리고 조명. 그 연극은 무조건 좋았을 수 밖에 없다. 공연 때문이 아니라, 세 소녀를 놓고서 연극을 만들어 갔던 그 연극하던 사람들과 그 기계실에 관한 기억이 더해져 있을테니.

요즘도 연극 보러 다니는 중학생, 고등학생 소녀들이 있을까.
답은, 있네. 연극을 만드는 소녀들도 있다. 한국에서 전해 온, 뛸듯이 반가운 소식.
그건, 내이름거꾸로 언니의 딸, 그러니까 신기하게도 노랑머리카락 몇개를 뱃속에서부터 달고 나왔던, 그 아이가 연극의 시나리오를 써 무대에 올리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갓난쟁이일 때부터 내가 한국을 떠나오기 전까지 보아왔던, 그녀석. 닥치는 대로 책을 보는 것 외에는, 아무 것에 재주도, 흥미도 없던, 하지만 동생들과 친구들과 온갖 창의적인 방법으로 신나게 놀곤 하던, 그녀석이 연극을 사랑하게 되고 작가가 되고 싶다는 자신의 꿈에 한 걸음 더 성큼 다가서며 자기의 첫 시나리오로 친구들과 더불어 그애들만의 연극을 만들어 내었다는 거다. 그애 연극의 제목처럼, 우리 노랑머리카락 인생에 가장 빛나는 날을 맞이하고 있지 않을까.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가 그애의 연극을 보고 보고 또 보아 주고만 싶다.

다음은, 계성여고 연극반 '새별'과 그애들의 연극 "나의 가장 빛나던 날"의 기사다.
모진 입시의 불모지에서도 기적처럼 피는 들꽃같은 소녀들. 그애들의 기사를 보며 감동한다.
보통엄마 내이름거꾸로 언니의 딸, 노랑머리카락 화이팅!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8061751405&code=960401
ㆍ계성여고 연극반 대본 집필·연기… 10~15일 남산예술센터

여고생들이 직접 대본을 쓰고 출연까지 한 연극이 무대에 올려진다.

서울 계성여고 연극반 ‘새별’ 소속 학생들은 10일부터 15일까지 서울 남산예술센터 극장에서 <나의 가장 빛나던 날>을 무료 공연한다.

연극반 학생 15명은 ‘청소년 비전 Arts-TREE’ 사업의 일환으로 배우 조재현씨와 연출가 이해제씨 등 연극 전문가들로부터 연기 지도를 받으며 1년여 동안 공연을 준비했다. ‘청소년 비전 Arts-TREE’는 서울문화재단과 서울시교육청의 청소년문화예술교육 사업으로 예술교육을 통해 사회공헌을 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학교동아리와 저명 예술가를 1 대 1로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으로 연극 이외에도 배우 남경주씨가 뮤지컬 분야, 장구 연주가 김덕수씨가 전통예술 분야, 성악가 김동규씨 등이 음악분야에서 중·고등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2학년생 정예은양이 집필한 <나의 가장 빛나던 날>은 미래를 고민하는 한 소녀가 어머니의 어릴 적 꿈을 알게 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연극이다. 작가를 꿈꾸는 정양은 “친구들과 의견이 달라 다툰 적도 많았다”며 “공연을 준비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됐고 성숙해졌다”고 말했다.

배우 조재현씨는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연극이야말로 대표적인 창의적 교육”이라며 “예술 교육을 통해 치열한 입시경쟁을 치르는 청소년들이 꿈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09/08/11 22:36 2009/08/11 22:36
Posted by 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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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동준
    2009/09/14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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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이름이 틀려 정정바랍니다.
    계명여고 연극반 이 아니라 계성여고 연극반 입니다...
  2. 꼼미
    2009/09/14 23:56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에고, 죄송합니다. 제 뇌가 가끔 이렇게 오작동을 합니다. 시간도 이름도 아무렇게나 기억하고 말하는... 이게 혹 치매 초기 증상은 아닌지 가끔 오싹하기도 하는데. 어쨌거나, 지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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