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게 쉼없이 눈발이 날리는 가운데, 눈풍경을 벗삼아 번역을 계속 하고 있는 중이다. 조금씩, 천천히. 마감에 닥쳐서 당황하지 않을 정도로만. 비록 작은 일일지라도 외부에서 요청 받은 일이 있다는 건 나에게 얼마나 좋은 일인가. 세상에 닿은 끈이자 나를 깨우고 일으키는 각성제다.
한동안 마루 식탁에서 작업을 하다가 다시 방으로 옮겨 왔다. 우리집의 4인용 식탁은 식사 때가 되면 작업하던 내 물건들을 그대로 두기엔 턱없이 작다. 또한 아무래도 방에서 일을 하는 게 집중 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방으로 돌아 오면서 책상 위치를 다시 바꾸었다. 창문밖 풍경을 친구 삼아 지내는 나를 위해 창문 정면으로. 덕분에 악기 연습 공간도 좀 더 넓어졌다. 책장을 양 옆에 끼고 있을 수 있어서 책상에서 이 책 저 책 보기에도 좋다. 지루한 걸 못참는 내 성격 탓이기도 하다. 그나마 책상이 통나무라 무겁긴 하지만 작아서 다행이다. 안그러면 책상 하나 옮기는데 하루를 다 잡아먹을 수도 있었을테니.
하루에 할 일들을 정해 놓고 (조금씩) 그걸 지켜 가려고 노력한다. 나의 40대가 나머지 삶을 건강하게 지켜내기 위한 차분한 동면의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