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너무 짧아

 | 하루
2009/12/16 13:08
중학교 때인가 고등학교 때인가, 어느 겨울방학을 맘잡고 책만 본 적이 있다. 그때 '대지'와 '아들들'을 비롯해 양이 만만치 않아 미뤄어 뒀던 책들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미 얘기한 적이 있던가? 아침 먹고 소파에 비스듬이 누워 '아들들'을 너무 재미있게 읽던 그 순간이 또렷이 떠오른다. 그렇게 내내 책을 읽다가 엄마와 점심을 먹고 그러고 또 오후 내내 책을 봤다. 그 방학은 내 생애의 그 어떤 방학보다 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재밌고 멋지게 보낸 방학으로.

요즘의 내 나날들도 내 인생을 통털어 그런 순간으로 남아 줄까?

최근, 재미있는 책들을 한꺼번에 읽느라 즐거운 가운데 너무 바쁘다. 보통은 한 네 다섯권의 책을 두고 돌려 읽는 편인데 (나의 산만한 성격 탓이기도 하다), 최근엔 그 수가 아무래도 열권은 훨 넘어 가는 듯하다. 게다가 꼼지가 읽고 있는 책들에 대한 얘기로 식탁을 달구다 보면 그 수는 스무권까지도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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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학교갈 때 같이 아침 먹고 책읽다 보면 악기가 조금 하고 싶어져 악기 연습 좀 한다. 화장실 다녀 오다 책이 보이면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하고 그러면 지금처럼 어느새 점심이다. 점심 먹으며 책을 계속 읽다 보면, 어느새 아이들이 올 시간이 된다. 아이들이 오면 간식거리를 챙기고 함께 얘기를 좀 하다가 간단한 저녁거리를 만들어 놓고 바이올린이나 피아노를 또 만진다. 그리고 저녁 먹고 치우고 씻고 다시 침대 위에서 책읽다 눈이 아퍼 깩깩거리다 잔다.

참, 내 인생에 이런 꿈같은 날도 오다니....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집안에 틀어 박혀 혼자 노는 내 생활에 그 어떤 방해자도 없고 비판자도 없으니 말이다.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밖에 나가지도 않는다 (장보러도 거의 안가고). 그저 집에 혼자 틀어 박혀 밥먹는 마루와 책읽는 방과 배설하는 화장실만 들락 거리는데도, 직장에서 하루종일 종종거리는 사람이라도 되는 마냥, 심심할 새가 없이 바쁘기만 하다. 게다가, 꼼지도 나도 간만에 새로운 책의 향연에 빠지다 보니 눈뜨자마자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서로 읽고 있는 책얘기 세상얘기로 수다가 한아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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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덕분에 하루에 꾸준히 조금씩 하던 번역도 한 이틀째 손을 놓았으니, 오늘부턴 다시 시간에 대한 감을 회복해야 겠다. 점심먹고 오늘은 의무적으로 번역을 하기.
2009/12/16 13:08 2009/12/16 13:08
Posted by 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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