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9주년

2010/09/11 13:13
이번 뉴욕 여행에서 그라운드 지로 (Ground Zero) 는 다녀 오지 못했다. 뉴욕에 관련된 책을 보면서 호빵은 그라운드 지로에 제일 가보고 싶다고 했다. 거기 가서 꽃을 놓고 오고 싶다고 했다. 나도 우리가 뉴욕엘 간다면 그곳은 꼭 가봐야 할 곳 중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뉴욕에 다녀 온지 일주일이 지난 오늘이 2001년 9/11 9주년이다. 바로 그 지점에 가보지는 못했어도 뉴욕 맨하튼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운집하는지는 확실히 알고 왔다. 온 가족이 아침부터 History 채널을 틀어 놓고 세시간이 넘도록 이어지는 9/11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타임스 스퀘어를 오가던 이름 모르는 그 사람들 얼굴이 겹쳐졌다.

미국이라는 나라야 건국 이래 본토는 늘 안전하고 평화로운 걸로 유명 했다. 정말 마치 수퍼 히어로가 늘 이 나라를 보호하고 있기라도 한듯이 말이다. 그런 미국의, 그것도 뉴욕을 비롯한 주요 도시가 자연재해도 아닌 적대감을 가진 사람으로부터 '공격'을 맞았으니 이야 말로 재앙이란 말로도 차지 않을 온몸으로 체험한 온 미국인의 비극이었을테다. 모두에게 곱씹을수록 온몸이 떨리는 기억일 것이 분명하다.

한편으론, 이란 이라크를 비롯해 전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이와 유사한 비극을 매일 매일 겪으며 산다. 미국인들이 그런 폭력적 비극에서 한걸음 비껴나 있었을 뿐이다. 한국은 무엇보다 본토에서 전쟁이 있었고 여전히 그 재앙의 흔적은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시퍼렇게 살아 있다. 서로에 대한 폭력과 복수의 결과다.

요즘 그라운드 지로 근처에 이슬람 사원을 세우는데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언급을 놓고 미국 뉴스는 뜨겁다. 뉴스의 촛점은 사원을 세우려는 이슬람인들과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미움과 반대를 표방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에게로 이동하는 중이다. 어제 NBC 아침 뉴스에는 그라운드 지로 옆에 이슬람 사원을 세우는 것을 반대해 자신의 교회에서 코란을 태우겠다는 목사가 나와 인터뷰를 했다. 9/11 과 같은 대재앙으로 사랑하는 이들을 잃고 피해를 입고 한 당사자들을 생각하다면 그런 '마음'이야 이해 못할 바 아니다. 하지만 그건 '마음'으로 끝나야지 우리가 '해야할 일'이 되어선 안될 일이다. 이런건 열살 먹은 아이들이라도 함께 이야기 하다보면 어렵지 않게 도달할 결론이다.

자신의 교회에서 코란을 태우겠다는 목사나 그 목사를 따르는 사람들이 있다면 적어도 그들은 우리가 미래를 위해 믿고 의지할만한 사람들은 아닐꺼라는 생각이다. 그들에게도 친척이 있고, 무엇보다 돌보는 자식들이나 아이들이 있을 터인데, 그 사람들이 끼칠 사회의 영향력에 대해 생각하면 오히려 새로 닥칠 재앙을 앞서 보기라도 하는 듯 소름이 끼친다.

9/11 을 통해서 배워야 할 것은, 폭력과 복수는 더 큰 폭력과 복수를 나을 뿐이라는, 어쩌면 특별할 것도 없는 교훈이 아닐까. 폭력과 복수의 수많은 고리 속에서 고통받고 죽어 나가는 것은 언제나 무작위 사람들일 뿐이니 말이다.

꼼짝 않고 몇 시간 째 9/11 재앙의 면면을 지켜 보고 있는 호빵과 번개를 보면서 해본 생각이다. 누가 말해 주지 않아도 그 애들은 스스로 무엇이 해야 할 일이고 무엇이 하지 말아야 할일인가를 알 것이라는 생각 말이다. 사람에게 전쟁이 무엇이고 평화가 무엇인지.
2010/09/11 13:13 2010/09/11 13:13
Posted by 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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