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의 1월이 바람처럼 가고 있다. 중년의 아줌마로 꼼지와 함께 한국 텔레비전에 코를 박는 시간도 많아졌다. 시간과 세월은 앞으로만 내달려도 사람의 기억과 마음은 나이가 먹을 수록 뒤로 뒤로, 과거로 과거로만 가는 듯하다.
아이들이 십대가 되면서 한해를 보내고 맞는 순간을 좀 더 뜻있게 보내려고 한다. 특히, 아이들이 한창 예민한 이 때에 좋은 기억들을, 엄마와 아빠가 자신들을 사랑해준 기억들을, 가족이란게 고통과 상처를 남기는 관계이기 보다는 기대고 나누는 관계라는 것을, 느끼게 해 주고 싶다.
맘먹고는 작년쯤부터. 작년에는 한 해 동안 좋았던 것, 안좋았던 것들을 함께 얘기하고, 새해에 더 잘하고 싶은 것들도 나누어 얘기했다. 애들 어릴적 비디오도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작년의 그 순간도 비디오로 찍어서 남겼다. 2010년 말이 되자 호빵과 번개는 먼저 나서서 그걸 또 하자고 했다. 앞선 해처럼 길게는 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2010년 한해 동안 찍었던 사진과 영상들을 함께 보면서 기억을 나눴다. 그리고 나서, 새해 결심이나 계획을 종이에 적어가며 놀이 하듯이 서로 나누었는데, 두 놈들이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아 꼼지와 나도 기분이 좋았다.
자신이 정한 새해 결심 몇가지와 다른 사람에게서 받은 새해에 더 잘했으면 하는 것들을 깨끗하게 종이에 적어서 각자 방문에 붙였다. 난, 내 공부방 책상유리에 끼워 두었다. 매일 매일 볼 수 있도록.
올해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자 이런 건 없다. 오히려 맘껏 자고 기분 좋게 일어나자란 생각이다.
대신, 책을 읽는 일, 운동을 조금씩이라도 하는 일, 식구들과 더 많이 얘기하고 더 많이 웃자는 항목은 여전하다. 가장 하기 어려운 일은, 아무래도 꼼지가 나에게 건의한, "매일 매일 맛있는 거 만들어 주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휴일날 아침은 내가 원하는 대로 대충 먹거나 맘 내키면 나가서(!) 먹어도, 하루 한끼는 즐거운 마음으로 요리를 하려고 애쓰고 있는 중이다.
식구들을 잘 먹이는 일이 내겐 여전히 가장 어렵고 힘들다. 그런 점에서 늘 하는 말이지만, 이 세상 모든 밥하는 엄마와 아내들이 존경스럽다.
지난주 일요일 아침에는 호빵이 아침 샌드위치와 Prune 쥬스에 얼음을 넣어 이쁜 아침상을 내 침대로 가져다 줬다. '엄마, 푸룬쥬스 남기지 말고 다 드셔야 해요...' 하면서.
사람들이 코웃음을 칠지도 모르지만, 나는 올 한해 몸도 마음도 왕비처럼 공주처럼 살 생각이다. 함께 사는 세 남자의 사랑 받는 행복한 왕비로 말이다. 나의 못말리는 짜증과 깨끗치 못한(다시 말하면, 더러운) 성질만 조금 더 줄이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목표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