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제사

 | 하루
2011/11/1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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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세상을 떠나신지 만 7년이 되었다. 그렇게 되었다. 격식에 맞춘 제사상을 처음으로 올렸다. 그동안은...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사실도 잘 감당이 안됐다. 칠년이 지날때까지. 엄마 사진을 프린터 해서 액자를 만들고 제사상을 차리고 제사를 지내는 남편과 아이들을 보는데 마음이 여전히 쉽지는 않았다. 마음은 생각보다 훨씬 늦게 가고 늦게 변하는게 맞는 듯하다.

무엇보다 남편과 아이들에게 고마웠다. 그리고 식구들과 더불어 엄마를 초대해 늦은 저녁을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2011/11/14 10:20 2011/11/14 10:20
Posted by 꼼미
내일 오후 아이들의 학교가 끝나는 대로 시카고로 향할 참이다. 몇일 전에 혹독하게 찾아왔던 초 봄의 눈과 얼음이 아직 채 녹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번주는 날씨가 좋을 꺼라니 내가 미시건을 비우게 되었을때 날씨라도 우리 가족을 따뜻이 감싸주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 가기전 미시건에서 남은 날이 오늘 내일인데, 아직도 해야할 일들이 많이 남아 있다. 게다가 호빵은 엄지 발톱에 문제가 생겨 감염이 된 듯하여 의사를 만날 약속까지 잡아 놓고 보니 안그래도 바쁜 월요일 일정이 정신이 하나도 없다.

오늘 내일 먹을 음식들과 시카고 가지고 갈 남은 음식재료들 (두고 가면 썩을 테니) 도 챙겨야 하고,
남은 다림질 거리와 바느질 거리들도 해놓고 가면 싶고,
번개 병원에 데려다 주고,
오후엔 피아노 렛슨도 하러 가야 하고,
렛슨 끝나면 어른현악반 마지막 수업에도 다녀와야 한다.수업 끝나 번개 데리고 집에 돌아오면 밤 9시가 넘을터.
아이들과 시카고, 한국 갈 짐 마지막으로 점검하고 자야 한다.
이 와중에, 홍이가 부탁한 번역일도 하나 남아 있다.
그리고 내일은 한국장 가서 장봐서 음식을 좀 해놓을 생각이다.

엄마를 시카고에서 떠나 보내고 집에 돌아오면 남은 식구들이 많이 썰렁해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자꾸 집안 여기 저기 더 둘러보게 된다. 키우고 있는 물고기들도 다시 쳐다 보고, 겨울내내 다 죽어가고 있는 화초들도 치워두고 가야 할까 싶다. 내가 떠난 후 화분들이 흉물스러워지면 그걸 보는 가족들은 더 심란해지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내일은 아무래도 집안 정리도 좀 해놓고 가야 할 모양이다.

꼼지가 지난번 한국 갔을때 내 마음이 참 그랬다. 심난하고, 허전하고, 서럽고, 쓸쓸하고.... 그래서 애들 안볼때 혼자 울기도 하고 그랬다. 이번엔 나때문에 아이들과 남편이 울까봐 마음이 아리다. 무엇보다 학교 다니면서 아이들 둘 건사하는 일까지 떠맡을 꼼지에게 고맙고도 미안하다. 꼼지에겐 이런 경험 처음이니 더 힘들겠지만 힘내서 잘 해내리라 믿는다. 싸랑하는 우리 두 똥강아지들도.

이제 남은일 빨리 해야 한다.....


2011/03/28 12:04 2011/03/28 12:04
Posted by 꼼미

2011년 맞이

 | 하루
2011/01/20 13:08
2011년의 1월이 바람처럼 가고 있다. 중년의 아줌마로 꼼지와 함께 한국 텔레비전에 코를 박는 시간도 많아졌다. 시간과 세월은 앞으로만 내달려도 사람의 기억과 마음은 나이가 먹을 수록 뒤로 뒤로, 과거로 과거로만 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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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십대가 되면서 한해를 보내고 맞는 순간을 좀 더 뜻있게 보내려고 한다. 특히, 아이들이 한창 예민한 이 때에 좋은 기억들을, 엄마와 아빠가 자신들을 사랑해준 기억들을, 가족이란게 고통과 상처를 남기는 관계이기 보다는 기대고 나누는 관계라는 것을, 느끼게 해 주고 싶다.

맘먹고는 작년쯤부터. 작년에는 한 해 동안 좋았던 것, 안좋았던 것들을 함께 얘기하고, 새해에 더 잘하고 싶은 것들도 나누어 얘기했다. 애들 어릴적 비디오도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작년의 그 순간도 비디오로 찍어서 남겼다. 2010년 말이 되자 호빵과 번개는 먼저 나서서 그걸 또 하자고 했다. 앞선 해처럼 길게는 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2010년 한해 동안 찍었던 사진과 영상들을 함께 보면서 기억을 나눴다. 그리고 나서, 새해 결심이나 계획을 종이에 적어가며 놀이 하듯이 서로 나누었는데, 두 놈들이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아 꼼지와 나도 기분이 좋았다.

자신이 정한 새해 결심 몇가지와 다른 사람에게서 받은 새해에 더 잘했으면 하는 것들을 깨끗하게 종이에 적어서 각자 방문에 붙였다. 난, 내 공부방 책상유리에 끼워 두었다. 매일 매일 볼 수 있도록.

올해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자 이런 건 없다. 오히려 맘껏 자고 기분 좋게 일어나자란 생각이다.
대신, 책을 읽는 일, 운동을 조금씩이라도 하는 일, 식구들과 더 많이 얘기하고 더 많이 웃자는 항목은 여전하다. 가장 하기 어려운 일은, 아무래도 꼼지가 나에게 건의한, "매일 매일 맛있는 거 만들어 주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휴일날 아침은 내가 원하는 대로 대충 먹거나 맘 내키면 나가서(!) 먹어도, 하루 한끼는 즐거운 마음으로 요리를 하려고 애쓰고 있는 중이다.

식구들을 잘 먹이는 일이 내겐 여전히 가장 어렵고 힘들다. 그런 점에서 늘 하는 말이지만, 이 세상 모든 밥하는 엄마와 아내들이 존경스럽다.

지난주 일요일 아침에는 호빵이 아침 샌드위치와 Prune 쥬스에 얼음을 넣어 이쁜 아침상을 내 침대로 가져다 줬다. '엄마, 푸룬쥬스 남기지 말고 다 드셔야 해요...' 하면서.

사람들이 코웃음을 칠지도 모르지만, 나는 올 한해 몸도 마음도 왕비처럼 공주처럼 살 생각이다. 함께 사는 세 남자의 사랑 받는 행복한 왕비로 말이다. 나의 못말리는 짜증과 깨끗치 못한(다시 말하면, 더러운) 성질만 조금 더 줄이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목표 아닐까 싶다.
2011/01/20 13:08 2011/01/20 13:08
Posted by 꼼미
사진을 찍다 보면 가족 사진은 잘 안찍게 된다. 쑥쑥 커가는 호빵과 번개를 생각하면 그게 꽤 아쉬울 때가 있다. 이번 뉴욕 여행에선 맘에 드는 가족 사진이 몇 개 남았다. 빨강 덕분이다. 확실하고 화끈한 그애는 우리 가족 여행에 '검인' 도장이라도 꽉꽉 찍어 주듯이 심심치 않게 "어디, 사진기 줘봐"를 외쳤다.

멀리까지 차를 타고 여행 한 건 우리 식구에게 처음 있던 일이라서 더 각별한 의미가 있다. 사진을 보다 보면 호빵과 번개에도 그랬다는 걸 확연히 느낄 수가 있다. 아이들이 어릴 때 한국에서 리오를 타고 몇일 동안 목적지도 없이 바퀴 굴러 가는 곳을 따라 가을 휴가를 떠난 일은 있지만, 하루에 12시간을 넘게 차를 타는 그런 여행은 아니었다. 게다가 그땐 아이들이 어렸던 만큼 이번 만큼 여행이 즐거웠는지는 기억에 남아있지 않을 테니 말이다.

가족 사진을 보니 즐겁다. 그리고 빨강에게 고맙다. 나도 다음에 안내자가 되면 가족 사진을 많이 찍어 줘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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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ntral Park Z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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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ntral Park Z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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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s Square


맨하튼 사람의 물결 속에 묻혀 프리즐도 사먹고 땅콩도 사먹었다. 꼼지와 아이들의 걸어 가는 뒷모습이나 순간의 표정 같은 걸 잡는 건 내 사진 취향이다. 난 사람이 없는 사진보다는 사람이 풍경처럼 담긴 사진이 더 좋다. 특히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풍경으로 담긴 사진들은 더욱 특별한 여운을 남길 때가 많다. 두고 두고 볼수록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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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뉴욕 여행은 원채 우리의 여행 경향이 그렇듯이, 특별히 계획되고 준비된 게 아니었다. 여행가기 일주일 전쯤인가 식탁에서 습관처럼 내가 말을 꺼냈고, 꼼지의 "그러지 뭐..."하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빨강이네 전화를 건게 다였다. 그래서 꼼지에게 고맙다. 하루 건너 밤을 새던 이번 학기 막바지에, 오고 가는 이틀을 운전으로 바쳐야 하는 여행을 그러자고 했으니 말이다. 미시건으로 이사 온 직후부터 심심찮게 '뉴욕 뉴욕' 노래를 불렀던 내 압박을 못이겨서 였는지도 모르겠다. 이유가 뭐였든, 여행 내내 꼼지가 예쁘고 고맙고 사랑스러웠다. 사십을 넘어서서 그런건가... 꼼지와 여행 동안 싸우기는 커녕 서로 '이쁘다' 하며 다녔으니 길게 살아볼 일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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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ntral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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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pire State Building lobby


2010/09/14 10:08 2010/09/14 10:08
Posted by 꼼미

피붙이라는 거

 | 하루
2010/09/02 15:59
사랑하는 언니에게

언니와 통화해서 즐거웠어. 아이들 얘기야 해도 끝이 없겠지만 별로 많이 하구 싶지는 않아. 그지? ^^ 애들 삶에선 우리가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해. 아이들이 주인공이니까 우리는 조연 역할만 잘 해주면 되겠지. 그리고 나선 우리도 우리 삶을 사는 데 열중 해야겠지.

뉴욕 간다고 좋아하다가 생각해보니, 오늘은 오빠 생일이야. 토요일이 재락씨 생일이라고 애들이 오늘 아빠에게 줄 카드와 선물을 준비 하고 있거든. 그걸 보다가 퍼득 생각이 났지. 오늘이 오빠 생일이라는 거. 어떻게 잘 지내고 있는지... 엄마 생각은 오빠 생각으로 꼬리를 물곤 하지. 내가 자기 생일을 챙겨 주었으면 참 좋아했을 텐데. 말하지만, 하늘이가 오빠를 아주 많이 닮았어. 하늘이가 바다한테 하는 걸 보면, 오빠가 나에게 해준 것들이 기억 나곤 해.

지긋 지긋한 시간들이 있었지. 지긋 지긋해도 절대로 떼어 낼 수 없는 것들. 그런 것들이 있잖아. 삶에는. 엄마와 오빠가 씨름하던 그 시간들이 나에겐 그렇지. 그걸 지켜보던 어린 나를 돌아 보면 그게 다 상처고 앙금이더라구. 상처나 앙금을 치료하는 방법은 자꾸 그걸 털어 놓는 거라는데, 아직도 나는 오빠와 관련된 이야기들은 그렇게가 안되네. 그러니 평생 지고가야 할 마음의 짐이 되겠지. 지금도 물론 마찬가지고. 하려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을 테지만, 난 아무 것도 안하고 사니, 그게 다 살면서 짓는 죄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한국엘 가게되면 '지긋 지긋'해도 오빠를 꼭 만나야지. 웃으면서 만나고 싶어. 그때까지 잘 있으려나 모르겠네. 치현이 한국 가는 길에 오빠 티셔츠라도 하나 보낼껄 생각을 못했어.
작은 선물이라도 내가 보내주면 좋아할텐데 말야. 기회가 오겠지.

언니, 나, 그리고 오빠. 각기 다른 삶이지만 다 연결되어 있는 삶이지. 그게 형제인가봐. 이제서야 그런 걸 깨닫고 있어. 우린 뉴욕에 갔다가 월요일 밤에 돌아 올꺼야. 애들은 화요일부터 개학이야.

아프지 말고 건강하고. 잘 지내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언니를 둔 동생으로부터.


'오늘이 오빠 생일이야'라고 말 할 사람이 생각해보니 이 세상에 언니 하나 뿐이더라. 내가 '오늘이 오빠 생일이야'라고 말하면 꼭 나만큼 삶의 쓴물이 목구멍에 차오를 사람이 딱 두 사람이 있는데, 그 중 첫번째가 언니더라. 그래서 언니에게 편지를 쓰고 보니, 이제껏 퍼올려 치료하지 못한 고름 덩어리를 나도 모르게 쓰다듬기 시작한 거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더라. 아닐지도 모르지만, 길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올려 둔다. 내가 언니에게 보낸 편지.

언니와 오빠는 나의 일이지만, 이건 이 세상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리라. 사는 게 도 낀 개 낀이니까. 어느 형제 있는 사람이 자기 피붙이에 대해 단맛만 가지고 이야기 할 수 있으랴. 내 형제 이야기를 할 때, 자기 형제를 생각 할 사람도 있겠지. 그럼, 이 글도 뭔가 존재 이유가 있을테지... 궁시렁 궁시렁....

2010/09/02 15:59 2010/09/02 15:59
Posted by 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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