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연말에 한 달이 넘는 여행에서 돌아온 꼼지는 무척 피곤해 했다. 시차에 적응하느라 낮 밤으로 자면서도 피곤이 풀리지 않는 듯 했는데, 그 이유로는, 돌아오자마자 한국 방송 (MBC)을 신청해서 틀어 놓고는 돌아 온 날부터 (현재까지) 내내, 죽, 멍한 눈으로 텔레비전 앞에 매달려 있었던 탓도 있다. 눈에서는 촛점이 사라지고, 말을 걸어도 별 대답도 없고, 아무래도 한국병이 심히 들어 온 듯했다.


낮에도 자고 밤에도 자고...
아이들이 개학하고 자신도 새학기 준비로 학교에 출근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겨우 정신을 차린 듯하다. 먹고 살려니 할 수 없었겠지. 한국에 있는 동안 만난 사람들도 많고 들린 곳도 많았던 만큼 들려 줄 이야기가 많을 법 한데, 어땠냐고 물어 봐도 신통하게 재미난 이야기를 풀어 놓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말이 아니어도, 한국에서 보낸 한달이 미국에서 지난 칠년 가까운 세월 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익숙했으리라는 걸 짐작 할 수 있다.
한국병이 깊이 든 꼼지를 옆에 두고 나또한 병이 도질 것만 같았다. 더불어 한국방송을 몇일 보다보니 미국방송은 쳐다보기도 싫어지고 이게 정말 미국에 살고 있는 건지, 한국에 살고 있는 건지 모를 지경이었다. 이렇게 살다가는 죽도 밥도 안되지 싶어, 도망 다니듯, 한국방송에서 멀어지려 한다.
남의 나라에서 한국사람 모임에 끼지 않고 내식대로 살아 가기가 쉽지는 않다.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않고 사는 삶, 그 가운데서 흔들리고 쓰러지지 않으려면 더 단단해지고 강해지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살아남으려니 할 수 없다. 그리움도 외로움도 밑천삼아 하루 하루 몸을 일으켜 사는 수밖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