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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17 나의 동굴 - 고형렬

나의 동굴 - 고형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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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17 00:05
나의 동굴

고형렬



쿠웅.

속에서 무엇이 스러졌다. 건들지 않고 사나흘 놔두면
놈은 일어나 나를 충동질할 것이다. 그런데 기척이 없다.
그는 이제 나를 괴롭히지 않을 작정인가. 내 속에 무덤을
만들고 죽어버린 걸까.
갑자기 한번도 보지 못한 그가 보고 싶다. 나의 모멸과
학대를 감내하며 비굴하게 목숨을 부지해온, 흉측한 그,
여기까지 나를 멱살 잡고 끌고 온 지겨운 짐승..... 두 눈
으론 볼 수 없는 괴이한 형상물
오늘부터

내부에서 부패의 냄새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내부에
귀 기울여도 아무런 기척이 없다 죽은 것 같다)
놈의 감옥 서까래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나의 동굴은 이미 무너진 지 오래일까, 아님 이제 막 무너지기 시작했을까, 아님 아직 무너지지 않고 버티고 있는 걸까. 부처가 아닌 이상, 세상 번뇌에 해탈을 하지는 못할테니 물론 여전한 편견과 아집과 질투와 후회가 그 형체를 온전히 알 수 없을만큼 한데 뒤엉켜 컴컴한 동굴 속에서 또아리를 틀고 있을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아직도 동굴은 건제하다는 뜻? 하지만 부처는 아니어도 부처님 발가락만큼의 마음은 가지다가 죽었으면. 근데 부처님 발가락이 크던가?


지난번 기묘가 왔을 때 주고 간 시집들 중 한권이 고형렬 시집이다. 시집들을 보고는 환호했다.
"야호!!!"

우리가 무수히 선물하고 선물했던 시집들.
내가 누군가에게 시집 선물하면
'웬?.......'

하겠지.
참, 그러고 보니 내가 마지막으로 시집을 선물했던 사람이 기억나네... 그 사람은 시집을 받으면 좋아할거 같아서였다. 한권은 내가 갖고, 한권은 그사람을 주었더랬는데, 잘 계시겠지.
어쨋든, 난 시집 선물 주는 사람 좋아함. 이왕이면 괜찮은 시집으로...ㅋㅋㅋ
시인들도 먹고 살아야지. 시인들이 나 같은 사람은 가끔 상도 주고 그래야 하는데 말이야..흠흠... "올 해의 최고 독자상" 뭐 이런 건 없나?

그런데 오늘은 유난히 비오는 산사가 그립네 그려... 엄마 살아 계셨을 적, 이 절, 저 절, 잘도 다녔는데... 그런게 참 많이 기억나, 살면서...
2009/04/17 00:05 2009/04/17 00:05
Posted by 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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