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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집 내집

 | 하루
2009/07/22 15:11
주황이 시카고에서 오기로 한 날이다. 근 이십년이 넘는 세월을 지나 다시 만날 친구를 기다리며 집을 마저 정리했다.

다 정리하고 식탁에서 집을 둘러보니 무척 낯익은 집. 결혼 후 15년 간 끌고다닌 짐들이 반 이상이니 익숙한게 당연하겠지만 오늘 깨달은 느낌은 그것과는 또 다른거다. 엄마가 살아 생전 가꾸셨던 정갈하고 깨끗하게 단장된 그 집의 분위기 속에 내가 앉아 있다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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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건 우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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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엄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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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집에서 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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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빵과 번개



난 정리정돈이 항상 문제인 아이였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 나가서도 샌다고 엄마가 나만 보면 잔소리를 하셨다. '그렇게 덜렁덜렁 대서야 어디, 나가서 어떻게 지 앞가림 하겠냐'고 말이다. 언니의 물건, 언니의 옷, 집안 물건들을 손대서 더럽히고 망가뜨리는 건 언제나 나였다. 내 손엔 갈퀴가 달렸는지, 물건들은 내가 손대면 쉽게 부서지거나 금방 헌것이 되곤 하는 거였다. 맘이 한 번 내키면 온 방을 뒤집으며 정리하지만 몇일 안가서 언제 치웠던가 싶게 방은 또는 책상 서랍은 미친년 치맛속이 되었다. 한 번 손에 댄 물건을 바로 제자리에 두는 법이 없어 또한 맨날 혼이 났다. 호빵과 번개에게 공구상자 (tool box) 좀 쓰고 나면 제자리에 갖다 놓으라고 잔소리를 하다가, '제발 좀 물건을 쓰고 나면 제자리에 갖다 둬라' 하셨던 엄마 목소리가 들려 혼자 속으로 웃는다.

아이를 낳고 또 몸이 예전 같지 않게 되면서 나에게 정리정돈이 얼마나 필요한지, 그게 얼마나 편리한지 깨닫게 되었다. 뭐가 어디에 있는지 통 기억을 못하는 퇴보 되어가는 기억력 때문이기도 하다. 이사를 자주 다니니 대체로 두던 곳에 물건들을 배치하지 않으면 뭐 하나 쉽게 찾을 수 없기가 일쑤다. 아이들을 하나 하나 챙겨 주는 걸 싫어하다 보니, 아이들이 직접 필요한 물건들을 스스로 찾기에도 편리한 정리정돈은 효과적이다. 이렇게 집안의 가구들과 소소한 집기들에 하나 하나 적당한 자리를 찾아 주기 시작하면서, 이젠 이사하면 물건들을 비슷한 자리에 배치하고 놓아 주는 게 습관 아닌 습관이 되었다. 엄마처럼 버려진 중고 가구들을 가져와 손질해 쓰고 화초까지 조금씩 들이다 보니 어느 순간 내집이 엄마집을 닮아가게 된거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한 그루의 나무를 심겠다는 이도 있는데, 뭐 내일 죽더라도 엄마집 냄새가 나는 안락하고 깔끔하게 정돈된 집에서 새로 들인 화초 보며 남은 하루 살면 좋지... 하는 게 나의 요즘 마음이다.
2009/07/22 15:11 2009/07/22 15:11
Posted by 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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