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눈과 행복

 | 하루
2010/12/13 23:25
미시건이 나에게 눈의 본때를 보여 주고 있다. '눈이란 이런거야... 이게 바로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매서운 눈보라라는 거야...'

아이들은 어제에 이어 내일도 학교가 휴교가 되어 때아닌 방학이다. 아이들과 함께 차고 앞과 현관앞 눈을 이틀에 걸쳐 치웠다. 날씨가 영하이다 보니 눈이 얼어서 치우기가 쉽지 않았다. 아이들도 나도 계속 쏟아져 내리는 눈발 속에서 얼굴이 벌개지고 콧물이 줄줄 흘러 내리도록 눈을 치웠다. 아이들이 너무 추울 것 같아 그만하고 들어 가자고 하면 그 와중에도 눈속에서 둥그는게 좋기만 한듯 호빵과 번개는 잡은 삽을 놓지 않았다. 눈을 대충 치우고 나서 조심 조심 가까운 빵가게로 스프를 먹으러 갔다. 눈보라는 하염없이 계속되는데 그걸 뚫고 가서 빵과 스프를 넉넉히 시켜서 눈 나리는 창밖을 내다보며 호빵은 수학 숙제를 하고 번개와 나는 수다를 떨었다. 이런게 축복처럼 내리는 행복인거란 생각, 그 행복의 느낌, 그런걸 맘껏 껴안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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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밤새 눈과 바람이 만들어내는 이중창에 잠을 이루기가 힘들었다. 소리가 시끄러워서가 아니다. 그냥 막강하고 냉정한 겨울을 만날때마다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이 떠올라서다. 아주 춥고도 한편으론 따스했던 겨울. 겨울이 아무리 내게 잔인해도 난 겨울을 싫어 할 수가 없다.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겨울이 내게 아무리 냉정하고 모질어도, 나는 겨울을 사랑한다. 사랑한다.... 겨울과, 그리고 눈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하다. 행복하다...
2010/12/13 23:25 2010/12/13 23:25
Posted by 꼼미

김수영 - <강가에서>

 |
2010/11/26 00:25
강가에서


김수영


저이는 나보다 여유가 있다
저이는 나보다도 가난하게 보이는데
저이는 우리집을 찾아와서 산보를 청한다
강가에 가서 돌아갈 차비만 남겨놓고 술을 사준다
아니 돌아갈 차비까지 다 마셨나보다
식구가 나보다도 일곱식구나 더 많다는데
일요일이면 빼지 않고 강으로 투망을 하러 나온다고 한다
그리고 반드시 사킬로가량을 걷는다고 한다

죽은 고기처럼 혈색없는 나를 보고
얼마전에는 애 업은 여자하고 오입을 했다고 한다
초저녁에 두번 새벽에 한번
그러니 아직도 늙지 않지 않았느냐고 한다
그래도 추탕을 먹으면서 나보다도 더 땀을 흘리더라만
신문지로 얼굴을 씻으면서 나보고도
산보를 하라고 자꾸 권한다

그는 나보다도 가난해 보이는데
남방샤쓰 밑에는 바지에 혁대도 매지 않았는데
그는 나보다도 가난해 보이고
그는 나보다도 짐이 무거워 보이는데
그는 나보다도 훨씬 늙었는데
그는 나보다도 눈이 들어갔는데
그는 나보다도 여유가 있고
그는 나에게 공포를 준다

이런 사람을 보면 세상사람들이 다 그처럼 살고 있는 것 같다
나같이 사는 것은 나밖에 없는 것같다
나는 이렇게도 가련한 놈 어느사이에
자꾸자꾸 소심해져만 간다
동요도 없이 반성도 없이
자꾸자꾸 소인이 돼간다
속돼 간다 속돼간다
끝없이 끝없이 동요도 없이



Thanksgiving 밤. 문선생님댁에 초대 받아 아이들과 함께 미국식 터어키로 저녁을 먹고 왔다. 우리 아이들과 문선생님의 아들, 그리고 조카, 조카의 친구들 외에 두 분의 여자분이 더 초대 되었다. 문선생님을 포함한 세 분이 다 혼자 사는 분들이다. 문선생님과 한국분은 남편을 각기 일년 전, 오년 전 상처 하셨고, 나머지 한분 드물게 얌전하고 단아해 보이는 미국분은 잠깐 결혼을 하신적이 있다지만 오랫동안 혼자 살아 오신 분이라고 했다. 그분은 특히 오는 12월 초 암수술을 받을 예정이라고 문선생님이 나에게 귀뜸 했던 분이다. 어쨌든, 젊은 청년들과 나이든 아주머니들 사이에 혼자 낀 나는 일부러 노력할 필요도 없이 말수를 줄일 수 있었다. 그저 영어와 한국말이 섞여 오가는 대화 속에서 60을 넘은 세 여성의 이야기가 귀를 거치지 않고 마음으로 쑥쑥 들어 왔다. 그렇다고 특별한 이야기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 앤틱샵에서 산 물병이 얼마나 예쁜지, 자신이 넣어 둔 주식가가 어떤지, 요즘 타이거 우즈의 경기 실적은 어떤지, 등등의 이야기들 사이로, 가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보내었던가, 자신은 이 세상을 어떻게 떠날 것인가, 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은 어떻게 죽는가인 것 같다는 그런 것들이었다. 돌아 오는 길에는 거칠던 빗줄기가 눈으로 바뀌었다. 이 동네에 내리는 올해 첫 눈이다. 그렇게 말 수를 줄이고 싶었는데도, 조심 조심 눈인지 비인지를 뚫고 돌아 오는 내내, 오늘도 역시나 마음 속엔 후회와 반성 투성이었다. 내게서 쏟아져 나오는 그 모든 것들이 행동이든 말이든 모두 얇팍하고 속없어 보이기만 한다. 누가 뭐라 해서가 아니라 나 스스로가 그토록 모자라 보인다는 말이다. 내가 생각했던 사십대의 사람은 이런 내가 아니었다. 내가 먹은 나이를 인정하기에 내 자신이 너무 모자르단 생각 뿐이다. 그런 생각이 계속 떠나질 않는다.
2010/11/26 00:25 2010/11/26 00:25
Posted by 꼼미

겨울 풍경

 | 하루
2010/02/10 17:20
이런 걸 고즈넉한 풍경이라고 말해야 하나. 오히려 삭막한 풍경이라고 말하는 게 더 어울릴 듯하다. 따뜻해 보이는 거라곤 눈 뿐이다. 사람의 체취가 없는 미국 시골 아파트 풍경은 자연도 없는데 사람도 없는, 그야말로 아무 것도 없는 듯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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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많이 와서 오케스트라도 못간 어제, 애들이 학교에서 돌아오자 마자 함께 눈싸움을 하자고 나섰다. 눈위에 걷는 게 조심스러워 아이들과 눈장난은 이번이 처음이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아이들은 웃었고 그런 아이들을 보며 나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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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0 17:20 2010/02/10 17:20
Posted by 꼼미

여기도 눈보라 시작...

 | 하루
2010/02/09 12:50
아무래도 오늘은 관현악 연습을 못갈 것 같다. 이렇게 하루종일 눈이 오면서 거친 바람이 분다면 내일 애들 학교도 휴교 할지 모르겠다.

꼼짝 않고 집에서 미루고 미뤄둔 번역원고 마감시키고 다른 일들도 좀 하는 날로 삼아야 할듯.
2010/02/09 12:50 2010/02/09 12:50
Posted by 꼼미

다시 눈

 | 하루
2010/01/26 09:39
하얀 무수한 새들처럼 눈이 나리는 아침.
지금 이순간은 행복하기.
2010/01/26 09:39 2010/01/26 09:39
Posted by 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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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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