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한참 됐다. 미시건 와서 라면이랑 짜짜로니 맛있게 먹게 된게.
우리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한국장에서도 팔겠지만, 어쩐지 한꺼번에 많이 사다 놓기는 그래서, 라면과 짜짜로니를 그냥 한 두개씩 사다 먹고 있었다. 그러던 참, 뉴올리온즈에 살고 있는 빨강에게서 전화가 왔다.
빨강: 현수야, 주소 말해. 내가 이사 기념으로 라면이랑 짜짜로니 한박스씩 보내줄께
나: (먹는 거라니 그저 좋아하며...) 으왕! 진짜? 감동이다. 나 정말 덥썩 받는다.... 주소는...
그리고 진짜 두 박스의 상자가 왔다. 그걸 받고, 생각해 보니, 일곱 무지개 친구들 중 첫 색깔을 가져갔던 빨강이는 두 아들에
이어 세째 아들을 임신 중이다. 이런... 몸 무거운 친구에게 선물을 보내주지는 못할 망정, 이 무거운 걸 보내게 하다니. 또
바로 후회가 됐다.
하지만 후회는 잠시. 호빵과 번개의 환한 표정에 힘입어 그 즉시로 포장을 팍팍 뜯고 바로 맛있는 라면을 셋이서 세 개 끓여 먹고 밥까지 푹푹 말아 먹었다. 그 이후로도, 번개는 틈만 나면,
번개: 엄마, 라면 먹어도 되요?
엄마: 야, 무슨 저녁에 라면이냐?
번개: 엄마, 그럼 짜짜로니 먹어도 되요?
엄마:...........--; (그거나, 그거나...) 너 디게 먹고 싶구나? 언제 꼭 먹자. 내일? 밥 잘먹으면 끓여 줄께.
<근데... 찍어 두었던 라면먹는 사진이 어디갔지????>
그렇게 받아 놓은 라면과 짜짜로니를 맛있게 틈틈히 먹는 사이 고마운 마음도 제대로 전하지 못한채로 날은 휙허니 갔다.
쨘~ 다시 어느 날,
나에게 편지 한 장이 날아 왔다. 아날로그 편지. 우표가 붙여지고 봉투 안에는 손으로 쓴 편지 한장과 컴퓨터에 붙이는 한글 자판
스티커가 두장 들은 편지.
 희야!~ 진짜 멋지군. 번개꺼. |  오, 예~ 호빵꺼. |
편지에는 어느새 내 달 초가 애날 날이라고 했다. 배가 많이 불렀다고.
편지와 스티커들을 받아 들고
마음이 짠해졌다. 기집애...
호빵과 번개가 한글 자판 때문에 끙끙거리는 걸 애들 블로그에서 보고, 예고도 없이 그걸 사서
부친거다. 그김에 전화를 했지만 통화를 못하고, 하루인지 이틀인지 지나서야 통화가 됐다. 친구가 막달인 줄도 모르고 나만
생각했는데, 자기 일에, 아들 둘에, 배도 남산만할 친구가 나와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고 그걸 보냈으니, 고맙단 말을 해도, 그저
부족할 뿐이다.
나: 몸은 괜찮니? 우리 애들이 그 스티커 받자 마자 바로 가서 지들이 다 붙였다. 좋다고....
빨강: 벌써 갔니? 같은 미국이라 빠르긴 빠르다. 사서 한참 들고 다니다 보니 자판 두 개가 missing 이더라. ㅋㅋ
니: 편지가 감동이었다. 나도 조만간 아날로그 편지 한 장 보내마.
빨강: 그래.. 애 낳고, 한번 다 뭉치자... 뉴욕이든, 너희집이든, 아님 시카고든...
중학생이 된 호빵에게 한 번 더 자랑.
엄마: 야, 이 이모, 엄마 중학교 때 친구야. 시카고 이모처럼. 그러니 너도 좋은 친구 많이 사구ㅕ"
호빵: 음, 그래요? 난, 5학년 때 친구, 제프리 있는데... "
엄마: 어쨌든, 친구는 참 좋은 거라구. 제프리하고도 오랫동안 계속 연락하고 잘 지내야 이 이모들 같은 친구가 될 수 있는 거니까."
호빵: 네... 우리 요즘도 계속 이메일하고 채팅하고 그래요..^^"
엄마: 야! 채팅은 너무 많이 하지 말고 --;
우리가 텍사스 살 때는, 같은 미국에 살아도 서로 다른 나라에 사는 것 같기만 했는데, 미시건에 오니, 이제서야 같은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느낌이 빨강이도 나도 드나보다. 조만간, 빨강이네 사내 셋, 주황이네 아들 둘, 그리고 우리 아들 둘이 다 뭉쳐 뒤범벅이 될 날이 오겠지.
우리가 희끗 희끗 흰머리가 늘며 늙어 가는 동안 우리 아이들은 우리가 만나 떠들고 웃었던 그 날들에 성큼 성큼 더 가까와 질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