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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정의 책을 읽고

2009/11/25 07:42
이 사람의 책에 관해 안 것은 블로그 친구 (이렇게 명명해도 되나? 사실 물어본 적 없다... 친구 아니라면, 미안...) 를 통해서다. 흥미를 끌려고 한 제목에는 끌리지 않았고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사는..' 이라는 부제목은 아예 너무나 마음에 안든다. 분명 목수정 자신도 좋아하지 않았을 것 같다), 이 저자가 정명훈과 얽힌 문제 때문에 기억하게 됐다.  어쨋든 이 책을 읽게 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지난주 앤아버 친구의 친구 집에 갔을 때, 우린 꽤 엄천난 양의 책들을 끌고 왔다. 그곳 공공 도서관에서 헐값에 산 책들이 그 반이었다면, 그 나머지 반은 친구의 친구가 나에게 보라며 싸준 책들이었다. 안팎으로 '박사'인 이 부부의 소박한 학교 아파트 집에는 한국, 일본, 미국... 책들이 여기 저기 가득 해서 그 집에 갈 때마다 편안한 수다 와중에도 낯선 책들과 눈을 맞추느라 즐겁고 바쁘다. 그런 우리를 행복하게 해 준 그 보따리 속에 이 책이 있었다. 이 책을 건네며, 친구의 친구는, 이 저자가 '자신의 친구의 사촌'이라고 했다. 그 잠깐 사이, 난 뜬금없이 '이렇게 또 별과 별이 연결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그러니까 한국의 '우리' 관념으로 계산해 본다면, 그는 나의 친구의 친구의 친구의 사촌인거다. 안팎으로 나의 친구들의 친구들인 그 부인의 친구의 사촌이라니. 사실, 좀 재미있었다. 그래도 그녀의 책을 읽기 보다는 한번 훑어 보게 되리라 싶었다.

보통은 번개네 오케스트라가 연습 중일 때 바느질을 한다. 음악에 집중하면서도 할 수 있는 일 중에 바느질이 제일 나을 것 같았다. 오케스트라 연습을 보면서 바느질을 하는 건 정말 멋진 선택이었다. 난 그 시간이 늘 행복했다. 그런데 어제는 목수정의 책을 들고 갔다. '훓어 볼 것'이니 바느질과 다름 없으리라 여겼다. 그런데 그러지 못했다. 번개네 오케스트라 연습을 보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리허설에 집중하지 못했다. 지휘자와 학생들의 오가는 대화들도 건성 들었다. 음악에 집중했던 건, 생상의 피아노 협주곡 협주자가 와서 함께 연주한 삼십분 (생상은 목수정의 책과도 잘 어울려서, 그걸 들으며 다시 눈물이 차올랐다). 책을 읽고 있었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 왔을 땐 밤이었고 책읽기는 침대에서 계속되었으니 책을 내려 놓을 필요도 없었지만 내려 놓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좋아하는 책은 천천히 읽는다. 산문도 시처럼 읽기 때문에 맘에 드는 곳은 몇번 읽고, 또 잠시 음미하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시간들이 꽤 있었는데도 새벽 네시니 끝이 났다. 이젠 프랑스에 있는 그에게 당장이라도 달려가 친구가 되고 싶었다. 친구가 되어 긴 시간 수다를 떨고, 함께 갸를롱에 가 내 아이들과 더불어 나도 그 길고 긴 프로젝트의 한 부분이 되고 싶었다. 친구의 친구의 친구의 사촌이니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하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하면서 말이다 (미친건가...)

젊다는 평론가 신형철의 말로 하자면, 목수정은 몰락의 경험한 순간에 '몰락을 선택'한 사람이다. 나에게도 기껍고 용감하게 몰락을 향해 몸을 던진 그가 아름다워 보였다. 몰락을 통해 새로운 세계로 한발 더 나아간 그녀의 사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질투와 시기심으로서가 아니라 그저 그저 아름답다고 느꼈다.

이 책에 빠져든 건, 다음 세가지 때문이었다.
- 문화와 예술은 공공의 것이다 (공공서비스로 분류되어야 한다). 그리고 지식인과 더불어 예술가의 사회적 정치적 관심과 참여는 당연하다 (당연시 되어야 한다).
-갸를롱!!! - 가우디의 하늘로 치솟은 건물물이 나에게 4차원적 상상으로 느껴진다면 목수정의 동반자 희원의 가를롱은 2차원적 태고를 보는 것 같다.
- (모계 사회에 대해서까진 잘 모르겠지만) 결혼과 권위는 사람을 부당하게 억압한다 - 나 역시 결혼한 상태가 여전히 불편하고 싫으며 권위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사람과는 상대를 하고 싶지도 않다.

아, 한가지가 더 있다.
- 그건 그의 사랑론이다.

내가 쓰려 했던 이 책에 대한 감상문을 마치 내 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써놓은 기사를 찾아 내 (이 기사에 가면 책 표지 뿐 아니라 멋진 가를롱 사진들도 볼 수 있다) 감상을 줄인다. 내가 목수정과 공감한 그것을 똑같이 공감한 사람이 또 있다니. 이 사람과 친구가 되봐.... 하는 생각도 하는 중이다.

긴 감상은 위의 기사에 맡기고 단상에서 마치려고 했던 것이 장문의 수다가 되었다. 스스로 내 징그러운 장문의 수다가 길어 도망다니고 있는 중이건만. 제대로된 수다에 늘 갈망하는 나의 증상 중 하나라는 걸 안다.

2009/11/25 07:42 2009/11/25 07:42
Posted by 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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