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방학에 들어가는 이번 주말 시카고를 가기로 했다. 호빵과 번개가 그동안 내내 '시카고'랑 '콜린 (주황의 아들)' 노래를 불러 온 탓도 있지만 게으른 꼼지와 내가 그 외에 별다른 계획을 세우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주황에게 우리가 가겠다고 전화하니, 냉큼 '대환영'이라며 반겨 주었다. 수화기 너머로 KC에게 "온데!"라고 우리 소식을 전해주는 그애 목소리를 들으며 행복해졌다.

안밖으로 바쁜 시카고 주황이네 부부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지만, 가는 길목에 봄기운을 맛볼 수 있을테니 좋고, 반가운 친구 얼굴도 다시 볼 수 있으니 그것도 좋을 거다. 아이들도 목적없이 얽키섥키 놀 수 있어 좋을 테고, 돌아 오는 길에 한국 분위기 물씬 나는 큰 한국장에도 들려 올 수 있으니 그것도 좋을 테다.

그간 주말에는 앤아버 친구의친구 부부네 (이젠 '앤아버 나무네 집'이라고 부른다) 에 종종 다녔다. 벌써 족히 한 세 네번은 오가지 않았을까. 갈 때마다 잘 먹고, 잘 놀고 왔다. 미국에 6년째 살면서 교회를 떠나 우리가 이만큼이나 편하게 기대고 비벼댈 친구를 만난 건 처음이라 할 수 있다. 친구의친구 부부니 오죽하랴. 나이도 우리 부부와 거의 동갑이고 발빠른 세상에 홀딱 젖지 못하고 '내멋대로 산다'하는 분위기도 비슷하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40이 되어 첫 아이를 낳은 부부가 100일에 다다른 아이를 돌보는 걸 보면 안스러우면서도 경의롭다. 갓난 아기 보기만도 벅찰 그 부부는 지난번 만났을 때도 우리 애들 봄방학에 자기집에 또 놀러 오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반일 수업만 마치고 돌아온 호빵과 번개는 2박 3일 일정이 너무 짧다고 벌써부터 아쉬움 만발이다. 나무네도 같이 가면 안되냐고 생각날 때마다 묻는다. 미시건으로 이사와서 맛볼 수 있는 아주 큰 기쁨 중의 하나는 하루 안에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앤아버와 시카고 두 곳에나 있다는 것이다.

겨울이 지나고 미시건의 황금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기회가 생기는 대로 이 아름다운 나날을 친구들과 더불어 즐길 수 있다면 그건 특별한 행복이겠지.
2010/04/01 13:47 2010/04/01 13:47
Posted by 꼼미

막 개봉한 해리포터 영화를 본다고 집 근처 영화관을 찾아 갔다. 이 도시에 이렇게 사람들이, 특히 아이들이 많이 살고 있었나 싶게, 이사온 이래로 가장 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었다. 비가 내리는 데도 작은 마을의 영화관에 사람들이 그토록 모여든 건 '해리포터'와 '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일요일'이라는 변수 때문이었을 꺼다.

호빵은 해리포터 연작을 두번째 독파 중이고, 번개는 드디어 해리포터 1권에 눈을 박게 되었다. 나 또한 해리포터 책과 영화의 팬이니 개봉한 해리포터를 보러 가는데 발걸음이 무거웠던 사람은 오직 꼼지. 그동안 자의는 없이 타의 만으로 모든 해리포터 영화를 보면서 영화관에서 불편한 잠을 자야 했던 그로서는 세시간이 넘어 간다는 이번 영화의 상영 시간동안 고개를 어떻게 꼬고 잠을 자야 할지가 고심스러웠겠지.

중학교 시절 새로 이사간 동네에서 가장 처음 찾아 보았던 게 만화방이듯이, 꼼지와 나는 이사를 가면 제일 먼저 위치를 확인하는 곳 중의 하나가 영화관이다. 집에서도 비디오다 인터넷 불법 다운 로드다 해서 영화를 보지만, 아직도 우리는, 아니 어쩜 내가, 영화관에서 보는 영화를 넋놓고 좋아하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팝콘 상자가 꼼지 얼굴보다 크다. 모여라 꿈동산 나라의 팝콘 아닐까...

네 식구 영화값도 만만치 않은데, 꼼지가 텍사스 사이즈보다 더 커보이는 팝콘 두 '상자'를 들고 나타났다. 작은 거 몇 개 사려 했더니 팝콘 파는 점원이 이렇게 사는 게 더 싸다고 하면서 권해 줬단다. 뭐 이런.... 경제 사정도 안좋으니 팝콘을 밥 삼아 먹으라는 건가.

영화는 지난 편들에 비해서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분위기다. 전보다는 장면과 대사의 상징성에 좀 더 집중하는 듯도 했다. 그래도 전편들과 다가올 결말을 효과적으로 요약하는데는 아직도 부족해 보였다. 영화의 회수가 지날 수록, 새로운 '영화적' 상상력을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일을 그러잡는 건 어렵기만 한가 보다. 책이 담보했던 첫 해리포터 영화의 환상적인 볼거리는 이제는 다 커버린 아이들이 졸업을 앞두고 바라보는 어둡고 적막하기만한 교정처럼 그 모든 신선함을 잃어 버렸다. 남은 건, 아직 다 못읽은 부분들이나 마저 챙겨 읽어야지 하는 마음이고, 여전한 건, 누구와 있어도 외로워 보이고 무엇을 해도 자신의 선택에 최선을 다하는 해리포터의 우수에 찬 모험들에 대한 기억이다.

2009/07/20 12:06 2009/07/20 12:06
Posted by 꼼미

탈 때마다 무서운 비행기를 두 번 갈아타고 플린트 (Flint) 에 '잘' 도착했다.

공항 근처 호텔에서 아침을 맞았는데, 예상 했던대로 서늘한 공기. 늦잠이 일상인 우리집 식구 답지 않게 7시가 못된 시각에 모두 일어났다. 중부시간을 (Central Time) 쓰는 텍사스보다 동부시간을 (Estern Time) 쓰는 이곳은 우리 몸에 길들여진 시간보다 한 시간이 빠르다. 그러니 6시가 못되는 시각이었던 셈.

텍사스 차림으로 아침을 먹으러 복도로 나갔던 번개가 뛰어 들어왔다.

So colld out there... Need long sleeves... (너무 추워... 긴팔 입어야돼....)


라고, 아직도 이불속에 있는 호빵에게 외치면서 말이다.

한 두시간안에 이제 우리가 최소한 2년은 살 그랜드 블랭크 (Grand Blanc) 로 이동해야 한다. 이곳에서 택시를 타면 삼십분 안에 갈 수 있는 거리다.

미시건에 오니 한국 느낌이 난다. 침엽수들도 많이 보이고 단풍나무도 보이고. 햇빛은 환한데 바람은 선선하다. 하루 하루가 다르고 새로운 삶. 이곳에서 시작하는 우리의 새로운 삶도 딱 그만큼만 다른 것일 뿐이라고 여기자 한다. 배터리 충전하듯 아침을 먹고, 내장에 묵은 찌꺼기 처리하듯 최선을 다해 똥누고, 홀홀 네 식구, 새로운 힘으로 오는 짐 맞으러 간다.

2009/07/10 09:19 2009/07/10 09:19
Posted by 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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