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중에 혼자 먹는 점심은 주로 냉장고에 남은 음식을 먹거나 남은 빵들을 먹는거다. 음식하는데 무척 게으른 나는 음식을 한 번 할 때 많이 해놓고, 같은 걸 또 계속 먹는 건 싫어해서 그걸 다르게 변형해 먹거나 아님, 또 다른 종류의 음식을 많이 해놓고 번갈아 먹는거다. 마치 다양하게 먹는 듯이.
이날은 김치가 다 떨어져서 한국장에 가서 통김치 한 통을 사왔다. 보통은 막김치를 사먹는데 (조금 더 싼 것 같아서) 없길래 그저 선택의 여지없이 사오게 됐다. 게을러 담가 먹지도 않는 주제에 김치가 없으면 밥을 못먹을 정도인 나는 마침 사온 통배추 김치를 꺼내 반찬통에 수북히 담으니 입맛이 저절로 돈다.
한국에 있을 땐, 어르신들이 늘 김치를 담가서 보내주시곤 했다. 우리 엄마, 그리고 시어머님. 김치 좋아하는 내가 김치를 배터지게 먹던 시절이다. 미국에 와서도 이렇게 나마 김치를 계속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사실 무척 감사한다.
김치랑 점심 한그릇 밥 한톨 남기지 않고 먹었다. 밥한톨 없이 다 비운 내 밥그릇을 볼때마다 엄마와 가끔 가서 먹던 절밥이 생각난다. 엄마도 생각나고, 아버지도 생각나고... 절대 음식 남기는 걸 못보셨던 분들.... 에이, 김치는 실컷 먹으며 살란다. 비록 좀 비싸더라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