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별 - 장석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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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2 17:11
기별



장석남


노래를 좋아해 나는 어느날
전기 기타를 사다가는
무슨 곡조를 알아서라기보다는
그저 이런저런 길고 짧은,
높고 낮은 음들을 만지면서
더듬으면서
앉아 있기도 한다네
그러면 기타가 봄이 온다는
소리도 낸다네 지금은 한겨울이니까 그 소리는
금이 간 채 피어오르는 목련꽃 아래께에
가서나 들어보게
소리가 거기까지에서 들리거든
내게 기별을 해주도록
그 기별은 전화로보다는
봄날이라도 아주 가끔씩만 볼 수 있는
는개 같은 게 뜨는 것으로다
해주게나
그게 좋아 자네나 나나 좀
기별에서도 얼만큼은
가려져 있는 게 좋아
거기서도 여기서도
는개 같은 눈을 뜨고 서로
한데를 바라보아도 좋아
그 기별중에
봄은 가도 좋아



말로는 전해지지 않는 것을 시는 전해 준다. 시가 좋은 이유.
내 마음의 말들도 시처럼 전해지면 좋으련만, 내 입을 지나 나오는 말들은 영 못났다.
내 마음의 못난 것들만 입을 통해 세상으로 나오는 듯. 가끔 뱉어낸 모든 말들이 후회스런 이유.
사십 넘어 나이 먹어 가는게 무엇인지 하루 하루 보이는 날들.

2011/02/22 17:11 2011/02/22 17:11
Posted by 꼼미

우리 가족의 봄

 | 하루
2010/04/09 15:53
봄방학도 지고 있는 오늘, 저쪽 방에서 호빵의 첼로 소리와 번개의 바이올린 소리가 들려 온다. 아이들이 악기 연습하는 소리가 조용한 오후에 제법 고스넉하고 아름답게 퍼진다.

이제 아이들은 그저 내가 가르치고 돌보아야 할 어린이가 아니라 나와 더불어 일상을 나누고 공감하는 존재가 되어간다. 우린 왜 이리 오래 함께 지내고 있는걸까 늘 풀리지 않는 의문이기만 했던 꼼지는 돌아 볼때마다 연민을 더하는 중년의 남자가 되었다. 그 와중에 나는 때때로 내가 꿈꾸었던 것들이 무엇이었던가떠올려 보곤 한다. 이룬 것은 무엇이고 이루지 못한 것은 무엇일까. 얻은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일까. 그것들이 무엇이건 간에 이젠 그 모두를 한 가방에 쑤셔 넣은 채 새 봄을 맞는다.

미시건 정착 이후, 모든 것이 새로웠듯이, 이번 봄도 나에게는 생전 처음 같은 봄이다. 이 봄에 좋은 소식이 많다. 어쩌면 내가 듣는 모든 소식이 다 좋은 소식인걸지도... 우리 가족의 좋은 소식들을 내 부모만큼 기뻐해주고 행복해 해 줄 수는 없을꺼라는 생각을 다시금 한다. 부모가 곁에 없으니 맘놓고 크게 자랑할 곳은 없어도, 이제껏 부대끼며 생사고락을 함께 해온 나의 식구들과 우리가 이룬 좋은 소식들을 나눌 수 있다는 건 내가 가진 커다란 행운이다.

호빵과 번개, 그리고 꼼지. 나를 지상에 묶어 둔 족쇠이기도 했지만 내가 지상에서 받은 생애 최대의 선물이기도 한 이들과, 이 봄에 축배를!


2010/04/09 15:53 2010/04/09 15:53
Posted by 꼼미

이성복 -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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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9 13:10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리동네에서 만난 첫 목련


느낌


이성복



느낌은 어떻게 오는가
꽃나무에 처음 꽃이 필 때
느낌은 그렇게 오는가
꽃나무에 처음 꽃이 질 때
느낌은 그렇게 지는가

종이 위의 물방울이
한참을 마르지 않다가
물방울 사라진 자리에
얼룩이 지고 비틀려
지워지지 않은 흔적이 있다






봄이 왔다. 오늘은 비록 눈이 나릴 듯이 흐린 가운데 온도가 뚝 떨어졌지만 미시건에도 봄은 왔다. 이 곳에서 '꽃나무에 처음 꽃이 피'는 걸 보았을 때, 가슴이 찡하면서 순간 약이라도 한움큼 털어 넣은 몽롱한 기분 같았던 건 이성복 시인이 보듬어 놓은 그 '느낌,' 바로 그것이 아니었을까. 그렇담, '꽃나무에 처음 꽃이 질 때' 난 다시 그 '느낌'에 빠질게 분명하다.

'꽃나무에 처음 꽃이 피는' 걸 볼 때 오는 '느낌'과 '꽃나무에 처음 꽃이 지는' 걸 볼 때 져갈 '느낌'. 나에게 그 느낌은 '엄마가 계셨으면' 그리고 '엄마는 정말 가셨구나' 하는 그 느낌과도 비슷하다. 그래서 엄마의 영혼이 자리한 마음 속은 따뜻해도 내 마음의 거죽은 이렇게 사계절 시린가 보다.

'종이 위의 물방울이' '마르고' 난 '얼룩'처럼 살아가는 나날에는 모든 흔적이 남는 법인거다. 잊은 듯해도 다 버리고 떠나온 듯해도.
2010/04/09 13:10 2010/04/09 13:10
Posted by 꼼미
아이들이 방학에 들어가는 이번 주말 시카고를 가기로 했다. 호빵과 번개가 그동안 내내 '시카고'랑 '콜린 (주황의 아들)' 노래를 불러 온 탓도 있지만 게으른 꼼지와 내가 그 외에 별다른 계획을 세우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주황에게 우리가 가겠다고 전화하니, 냉큼 '대환영'이라며 반겨 주었다. 수화기 너머로 KC에게 "온데!"라고 우리 소식을 전해주는 그애 목소리를 들으며 행복해졌다.

안밖으로 바쁜 시카고 주황이네 부부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지만, 가는 길목에 봄기운을 맛볼 수 있을테니 좋고, 반가운 친구 얼굴도 다시 볼 수 있으니 그것도 좋을 거다. 아이들도 목적없이 얽키섥키 놀 수 있어 좋을 테고, 돌아 오는 길에 한국 분위기 물씬 나는 큰 한국장에도 들려 올 수 있으니 그것도 좋을 테다.

그간 주말에는 앤아버 친구의친구 부부네 (이젠 '앤아버 나무네 집'이라고 부른다) 에 종종 다녔다. 벌써 족히 한 세 네번은 오가지 않았을까. 갈 때마다 잘 먹고, 잘 놀고 왔다. 미국에 6년째 살면서 교회를 떠나 우리가 이만큼이나 편하게 기대고 비벼댈 친구를 만난 건 처음이라 할 수 있다. 친구의친구 부부니 오죽하랴. 나이도 우리 부부와 거의 동갑이고 발빠른 세상에 홀딱 젖지 못하고 '내멋대로 산다'하는 분위기도 비슷하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40이 되어 첫 아이를 낳은 부부가 100일에 다다른 아이를 돌보는 걸 보면 안스러우면서도 경의롭다. 갓난 아기 보기만도 벅찰 그 부부는 지난번 만났을 때도 우리 애들 봄방학에 자기집에 또 놀러 오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반일 수업만 마치고 돌아온 호빵과 번개는 2박 3일 일정이 너무 짧다고 벌써부터 아쉬움 만발이다. 나무네도 같이 가면 안되냐고 생각날 때마다 묻는다. 미시건으로 이사와서 맛볼 수 있는 아주 큰 기쁨 중의 하나는 하루 안에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앤아버와 시카고 두 곳에나 있다는 것이다.

겨울이 지나고 미시건의 황금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기회가 생기는 대로 이 아름다운 나날을 친구들과 더불어 즐길 수 있다면 그건 특별한 행복이겠지.
2010/04/01 13:47 2010/04/01 13:47
Posted by 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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