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면 생각 할 수록 난 왕따 맞다. 스스로 왕따를 자처하는 면도 물론 있고. 초 중교 때까지는 아무 생각 없이 살아서 모르겠는데, 고등학교를 예술고를 가서부터는 왕따 아닌 왕따가 되기 시작했다. 책을 읽지 않는 얘들 주변에서 작은 모임 만들어서 모파상, 달과 육펜스, 보라리 부인, 개선문.... 뭐 그딴 책들을 읽자고 나섰다. 모임에는 나말고 셋이 있었는데, 그 중 한명은, 나에게 물었다. "모르는 말이 너무 많은데, 그럴 때 넌 어떻게 해? 난 사전 찾아보면서 읽어야 하는데..." 한국책을 보면서 사전을 찾아 읽겠다는 그애 말은 미국 와서 영어책을 읽으며 수없이 나오는 모르는 단어들을 부딪힐 때마다 생각이 났다 (사전을 찾아 봐 말어....). 시간이 생겨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 연극보러 가자고 제안 하는 나를 친구들을 "제 뭐래니?" 하고 쳐다 봤다. 역시 내겐 중학교 때가 절정기였어. 내 인생은 끝난겨. 그때마다 그런 생각을 했다.
고등학교 시절이 너무 지겨워서 대학엘 갔다. 재수하면 고등학교 시절 같은 생활을 더 하게 될까봐 한방에 붙을 학교 중 가장 맘에 드는 곳을 골라 갔다. 여대는 절대 사절. 대학가면 맘 맞는 년놈을 만나서 재미나게 살아 봐야지 했나. 어쨌든 내가 고른 대학이 아주 맘에 들었다. 신이 났다. 역시 과에서는 왕따가 되었다. 과 친구는 딱 한명. 그 친구와 엉뚱한 동아리에 들어갔고, 그곳에서 외계인 같은 인간들을 만났지만, 역시나 다시 어울리며 술을 퍼댄건 중학교 친구 기묘였다. 세월은 왕따로서도 후딱 후딱 잘만 갔다.
미국에 와서도 왕따 맞다. 한국사람 열이면 아홉은 가는 교회나 성당 같은데도 안가고 이젠 아예 굳이 한국사람을 찾아 만날 생각도 안한다. 그저 내 편한 사람을 만날 뿐이다. 애들 교육, 여행, 쇼핑 같은 내 또래 엄마들의 가장 뜨거운 이야기 거리에도 난 그닥 흥미가 없다. 그런 얘기 한 두번 하고 나면 지겨우니까. 애들 교육도 그냥 닥치는 대로 적당히 애들 얼굴에 웃음이 많이 도는지 울상이 끼어드는지로 판단 할 뿐이다. 쇼핑도 혼자 다닌다. 이젠 쇼핑은 혼자 다니는게 제일 편하고 행복 (하기까지) 하다. 아님 꼼지나 애들과 함께. 열심인 거라면 오로지 나 혼자 계속 악기들 독학해 가는 일과, 애들 오케스트라에 따라 다니는 일이다. 하지만 애들 오케스트라에서도 왕따 부모다. 그들이 발음하기 영 괴로운 이름을 가진 동양인. 혼자서 애들 틈에 끼어 연주 하는 엄마. 아이들 사이에서도, 부모들 사이에서도, 그곳 선생님들 사이에도 여전히 내가 딱 맞게 들어설 자리는 없다. 그냥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내 좋으니 할 뿐이다.
페이스북에서도 트위터에서도 블로그에서도 (블로그야 이제 워낙 오래 내 공간으로 자리 잡아가니 뭐...) 왕따 아닌 왕따다. 꼼지가 영어로 계속 쓰니 왕따 되는거다... 하는데 난 계속 영어로 쓴다. 물론 한국말도 쓰지만. 영어가 좋거나 영어를 잘 해서가 아니라, 내가 미국에 사니까 그게 더 공정한 일 (이 상황에서 왠 "공정함"--;) 같아서다. 프랑스에 살았으면 못해도 불어도 쓰려고 했을테고 스페인에 살았으면 스페인어를 쓰려고 했을테다. 물론, 중국어를 했을 수도 있겠지. 무엇보다 한국에 살았다면 한국어로 페이스북 했을게 당연하다. 어쨌든, 영어로 쓰든 한국어로 쓰든 내가 페이스 북에서 인기가 좋을 일은 없다. 페이스북의 미국 친구들이나 한국 친구들이나 나보다 훨 어리거나 나보다 훨 나이 많은 사람들이라 쉽게 말하면 나와 노는 물이 맞는 사람도 별로 없다. 게다가 난 미국에선 이민자 (아직은 영주권도 없으니 임시 방문자?) 한국에선 남나라 사람 아닌가. 그럼 나처럼 미국에 사는 한국 사람들과 어울리면 되지 않는냐 할 수도 있지만, 그런 사람들 대부분은 종교가 삶의 가장 우선이다. 어쨋든, 이래 저래 왕따다. 트위터는, 영어로는 정말 재미없는게 트위터고, 한국어로는 시간대가 맞지 않아 남들 다 잘 때 난 떠들고 남들 한창 놀 때 난 퍼자니 아귀가 맞지 않아 그저 간혹 들여다 보기만 한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 왔듯, 혼자 세상을 향해 멋대로 지껄이고, 혼자 딱 보고 싶은 만큼만 세상과 사람들을 들여다 보며 산다고나 할까. 물론, 그런 경향이 미국에와서 더 커진 것 같긴 하다.
이 블로그도 그렇다. 남들은 블로그을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될 정보를 많이 싣는다든가 아님 호기심이라도 맘껏 충족시킬만큼 전문화 하고 속속들이 보여줘서 재미도 있고 꾸준히 들락거리며 새로운 소통을 도모 하기도 한다는데, 난 그건 오래전에 포기한 듯. 그런 걸 해보려고 안한 건 아닌데 알게된 건 난 여전히 나 자신만을 위한 잡글을 쓰는 사람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일상의 사건보다는 내 감정의 변화를 지껄이니 그게 남에게 그닥 즐거울 일도 없을테고. 그러다 내가 왜 이런 걸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 엄마와 언니를 생각하곤 한다. 그리고 내가 죽은 후에 혹시라도 꼼지와 아이들이 이걸 다시 봐줄 날이 있지 않을까 하는 궁상맞은 생각도 ㅋㅋ...
부모가 왕따니 우리 애들도 왕따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 같진 않다. 그래서 종종 저녁 밥상 머리에서 묻는다.
나: "야, 호빵, 너 학교에서 왕따지?"
호빵: "아녜요... 근데, 수학시간에 한 애가 꼭 이래요. 다른 애가 걔한테 뭐 물어 보면, 신나서 가르쳐 주면서, 내가 뭐 물어 보면, "몰라" 해요. 반대로, 걔가 뭐 모를 때, 내가 가르쳐 주려고 하면 "됐어" 하고는 다른 애 한테 가서 물어봐요... 한 두번도 아니고 맨날 그래요...^^"
나: "야, 그게 왕따야...ㅎㅎ"
호빵: "아녜요... 나 왕따 아니예요"
번개: (정신없이 밥먹고 있다가) "근데, 왕따가 뭐예요....???" (호빵과 나, 조금 무시하는 듯한 눈짓으로, 또는 불쌍한 것 하는 눈빛으로 번개를 한번 쳐다봐 준다...)
나: "그래서 너 기분 나빴겠다.... 치사한 놈이네 그려...."
호빵: "뭐 괜찮아요. "흥, 그래라 뭐...." 하고 말아요."
나: "그래, 너도 같이 무시해...ㅋㅋ" (이것이 부모라고.............)
애들과는 이 세상엔 왕따로서의 삶이란 것도 있다는 걸 함께 나눌 뿐이고, 개인적으로는 그저 왕따로서도 행복하고 재미나게 살 방법을 궁리할 따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