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맞이

 | 하루
2011/01/20 13:08
2011년의 1월이 바람처럼 가고 있다. 중년의 아줌마로 꼼지와 함께 한국 텔레비전에 코를 박는 시간도 많아졌다. 시간과 세월은 앞으로만 내달려도 사람의 기억과 마음은 나이가 먹을 수록 뒤로 뒤로, 과거로 과거로만 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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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십대가 되면서 한해를 보내고 맞는 순간을 좀 더 뜻있게 보내려고 한다. 특히, 아이들이 한창 예민한 이 때에 좋은 기억들을, 엄마와 아빠가 자신들을 사랑해준 기억들을, 가족이란게 고통과 상처를 남기는 관계이기 보다는 기대고 나누는 관계라는 것을, 느끼게 해 주고 싶다.

맘먹고는 작년쯤부터. 작년에는 한 해 동안 좋았던 것, 안좋았던 것들을 함께 얘기하고, 새해에 더 잘하고 싶은 것들도 나누어 얘기했다. 애들 어릴적 비디오도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작년의 그 순간도 비디오로 찍어서 남겼다. 2010년 말이 되자 호빵과 번개는 먼저 나서서 그걸 또 하자고 했다. 앞선 해처럼 길게는 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2010년 한해 동안 찍었던 사진과 영상들을 함께 보면서 기억을 나눴다. 그리고 나서, 새해 결심이나 계획을 종이에 적어가며 놀이 하듯이 서로 나누었는데, 두 놈들이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아 꼼지와 나도 기분이 좋았다.

자신이 정한 새해 결심 몇가지와 다른 사람에게서 받은 새해에 더 잘했으면 하는 것들을 깨끗하게 종이에 적어서 각자 방문에 붙였다. 난, 내 공부방 책상유리에 끼워 두었다. 매일 매일 볼 수 있도록.

올해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자 이런 건 없다. 오히려 맘껏 자고 기분 좋게 일어나자란 생각이다.
대신, 책을 읽는 일, 운동을 조금씩이라도 하는 일, 식구들과 더 많이 얘기하고 더 많이 웃자는 항목은 여전하다. 가장 하기 어려운 일은, 아무래도 꼼지가 나에게 건의한, "매일 매일 맛있는 거 만들어 주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휴일날 아침은 내가 원하는 대로 대충 먹거나 맘 내키면 나가서(!) 먹어도, 하루 한끼는 즐거운 마음으로 요리를 하려고 애쓰고 있는 중이다.

식구들을 잘 먹이는 일이 내겐 여전히 가장 어렵고 힘들다. 그런 점에서 늘 하는 말이지만, 이 세상 모든 밥하는 엄마와 아내들이 존경스럽다.

지난주 일요일 아침에는 호빵이 아침 샌드위치와 Prune 쥬스에 얼음을 넣어 이쁜 아침상을 내 침대로 가져다 줬다. '엄마, 푸룬쥬스 남기지 말고 다 드셔야 해요...' 하면서.

사람들이 코웃음을 칠지도 모르지만, 나는 올 한해 몸도 마음도 왕비처럼 공주처럼 살 생각이다. 함께 사는 세 남자의 사랑 받는 행복한 왕비로 말이다. 나의 못말리는 짜증과 깨끗치 못한(다시 말하면, 더러운) 성질만 조금 더 줄이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목표 아닐까 싶다.
2011/01/20 13:08 2011/01/20 13:08
Posted by 꼼미

뛰기를 다시 배우다

 | 하루
2010/01/12 11:06
교통사고를 당한게 2007년 여름이다. 이제 2010년이 되었으니 이번 여름이면 만 삼년이 된다. 사고 당하고 대충 사람처럼 걷는데 근 육개월이 걸렸다 (목발짚고). 얕은 산에 오르기까지는 이년 쯤이 필요했다. 처음에 못걸을 땐, 다시 이렇게 나마 걸을 수 있을까 싶었다. 사실, 사고 때 망가져 완전히 빠져버린 왼쪽 발톱 때문에 제대로 걷는 데 더 시간이 걸렸다. 엄지 발톱이 없으면 발 딛기도 신발 신기도 힘들다는 걸 새삼 느꼈다.

땅에서 걷지 못해 물속에서 걷는 방법(!)을 다시 배워야 했다. 재활치료사는 망가진 왼쪽 다리 근육에 힘을 주는 방법부터 가르쳐 주고 연습시켰다. 다리를 구부리는 운동을 도대체 얼마나 오래해야 했던가... 몹쓸 왼쪽 다리는 멀쩡한 오른쪽 다리를 모방하며 조금씩 회복 됐다. 그동안 목발과 더불어 다시 시작했던 학교는 지팡이를 거쳐 절룩거리는 두 다리로 마쳤다. 지팡이 없이 연단까지 걸어가 두발로 한참 버티고 서있어야 했던 지휘 과목은 동시에 다리 재활치료 시간 같았던 기억이 난다. 오스틴에서 살던 아파트 한바퀴를 도는 게 처음엔 무척 힘들었다. 그러던 것이 두바퀴, 세바퀴를 돌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땅에서 산책을 할 정도가 되었을 때에도 런닝머신 (이걸 사실은 treadmill 이라고 하던데 한국말로는 여전히 이렇게 부르나? 다른 이름이 있으면 좋을 것 같구먼) 에서 걷는 건 엄두를 못냈다. 시간과 꾸준함은 새로운 도전을 부른다고 어느날 기계 위에서 걷기를 시도했다. 무서웠지만 할 수 있었다. 날이면 날마다 내 다리가 나아지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기계 위에서 걷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나고 내 다리는 스스로 즐겁게 새로운 걸 배우고 있었다. 여기까지가 사고 후 2년간 오스틴에서 회복했던 내 다리 이야기다.

미시건 와서 산책하는 걸음이 좀 더 편하게 느껴졌다. 구두를 신어도 발이 그럭 저럭 부드러웠다. 그래도 아직 뛰는 건 할 수 없었다. 뛰는 방법을 잊어버린 듯 했다. 최근엔 아파트 운동방 기계 위에서 '기름살 빼기 20' 분에 맞추고 속도가 너무 빠르면 낮춰가면서 걸었다. 그러다가 몇 주전, 3.5마일에서 여느 때처럼 속도를 낮추지 않고 한번 그 속도에 맞추어 절둑이며 뛰어 보았다. 절뚝 절뚝. 뛰는 게 힘들었다. 10분도 채 못될 뜀박질을 반도 다 못하고 속도를 늦추었다. 왼쪽 다리에 온몸의 무게를 실어야 하는 달리기가 역시나 힘들었다. 왼쪽 다리가 약하다는 게 확실히 느껴졌다. 그래도 도전했으니 알게 된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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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뚝절뚝, 헥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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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운동 가는 길



신기한 건, 그 후였다. 그 다음 운동 갔을 때 똑같은 걸 시도했다. 다리는 처음보다 확실히 더 잘 적응하고 있었다. 정해진 시간을 다 채우진 못했지만 확실히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다음엔 조금 더 잘했고 그 다음엔 기계가 속도를 올릴 때마다 다시 뛸 수 있었다. 지금은 20분 동안 반 이상의 뛰기 단계에서 전보다 더 힘차게 뛰고 있다. 마지막 단계까지 채우고 있진 못하지만. 다시 달릴 수 있게 되니 기분이 좋다. 도전하지 않았으면 못했을 테다. 이번 여름엔 아이들과 잔디에서 축구나 배드민턴을 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 시간만큼 내가 '꾸준히' 달리는 연습을 한다면 말이다.

악기를 배우는 것이나 달리는 것이나 몸으로 배우는 건 다 똑같다. 멋지고 훌륭하다. 우리 몸은 훌륭하다. 몸이 바로 정신이고 영혼이 아닌가 생각해 보는 것도 그때문이다.

그나 저나 어제는 바다의 따끈 따끈한 몸을 끌어안고 누워있다가 운동을 빼먹었다. 오늘 밤엔 꼭 가야 할텐데... "일주일에 네 번 이상 운동을 할께요"라고 적어 벽에 붙여 놓은 새해 결심이 무색하지 않도록 말이다.
2010/01/12 11:06 2010/01/12 11:06
Posted by 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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