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정 가족 중에는 눈이 나빠 일찍부터 안경을 쓴 사람이 없다. 아버지는 칠십이 넘으셨지만 귀는 어두워도 아직 눈은 좋으신듯 하다. 돋보기야 이용하시겠지만. 돌아가신 엄마는 난시 때문에 외출 때나 안경을 챙겨 쓰셨지 일상에서 안경이 꼭 필요한 정도는 아니셨다. 그리고 언니도 오빠도 나도 시력이 좋아서 안경이 필요 없었다. 피아노 전공자 중에 안경이나 콘텍트렌즈를 끼지 않은 사람이 드물다. 그래서 내가 피아노 전공자란 걸 안 후에 내가 진짜 눈이 좋은지 되묻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피아노도 별로 열심히 안치고 공부도 그리 열심히 안해서 그런가?^^ 초등학교 때 시력 검사에서 한 번인가는 '안경 요'라는 결과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 아무런 조치 없이 눈이 다시 좋아졌다. 그 후로 죽, 양쪽 시력이 1.0 을 왔다 갔다 했다. 내 가족 모두가 대체로 눈과 관련된 문제가 없었던 걸 보면 아무래도 내가 받은 유전자가 눈좋은 유전자였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렇게 살아 온 내가 사십이 되어 안경을 갖게 됐다. 최근에 컴퓨터 앞에 좀 오래 앉아 있거나 책을 보다 보면 눈이 자꾸 아프고 두통이 왔다. 보험이 생겼으니 그리 비싸지 않을 거라며 꼼지가 아이들 안경을 새로 하러 가는 길에 나도 눈 검사를 받자고 했다. 월마트에 가서 의사에게 눈검사를 받았는데 별다른 건 없고 두통이 오는 게 눈 때문인 것 같으니 글자에 촛점을 잘 맞추도록 도와주는 안경이면 되겠다고 했다. 이렇게 해서 생전 처음으로 안경을 쓰게 됐다.
물론 일상 생활에서 안경을 쓰는 건 아니고, 오로지 컴 앞에서와 책을 볼 때만 쓴다.
기분인지 아님 진짜 안경이 필요한 나이가 되었던 건지 안경을 쓴 이후로는 책을 봐도 머리가 아프지 않다. 아직 익숙하지가 않은 탓인지, 가끔 안경쓰는 걸 잊어버리고 얼굴을 찡그린 채 책을 보고 있으면 옆에서 꼼지가 한마디 한다.
"아니, 안경 두고 뭐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