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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M 실내악 어른반

 | 음악
2010/06/08 11:31
나와같은 어른들 속에서 영어와 음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모임을 얼마나 바랬던가.

미국에 처음 와서는 한국사람들이 반 이상을 넘는 공짜 ESL을 다녔다. 그걸 1년 이상 다니고 나니 지겨워서 GRE 시험을 핑계로 2년째는 다 채우지 못하고 그만 둬버렸다.

대학원을 2년 정도 다니면서 모자른 영어지만 음악을 다시 공부하는 게 너무 행복하고 즐거웠다 (무척 무척 힘들었음에도). 힘들었던 지휘 수업과 비올라 렛슨을 받았던 것도 특별했다. 하지만, 과정을 무사히 마치는 일이 중요했기 때문에 그야말로 맘껏 즐기기만 할 수는 없었다. 같은 과 친구들이 선생으로 가르치던 현악프로그램 (UT String Project) 에서 비올라도 치고 피아노도 쳤지만 그건 아이들과 함께 했던 일이었다.

학교를 마치고 꼼지의 졸업과 취업을 기다리는 동안 다시 울며 겨자먹기로 교회의 성경공부반을 찾아 나섰는데, 역시나 나갈수록 지긋지긋 해졌다. 나와같은 엄마들을 만나는 건 좋았지만, 그들이 하는 '신'으로 시작해서 '신'으로 끝나야 하는 이야기들은 마치 독방에 가둬진채 끊임없이 말도 안되는 세뇌교육을 받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영어고 뭐고... 한 학기 끝나고 적당한 핑계를 대고 그만 뒀다. 그만두고 나니 그리 시원할 수가 없었다. 다시는 영어를 위해서랍시고라도 교회 근처는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미시건으로 오면서 국제 어른 실내악에 20불 정도를 주고 가입해 놓았다. 혹시나 내가 살게된 동네 근처에 그 단체에 가입한 사람들이 있으면 서로 연락을 주고 받아 실내악을 하는 체제였다. 아무리 훑어 봐도 내가 연락해서 함께 악기를 연주할 수 있을만큼 가까이 사는 사람들은 없었고 그 누구에게서 연락도 오지 않았다.

FIM (Flint Institute of Music) 에 아이들 관현악단과 실내악을 등록하면서 어른반이 있는 것 같아 기대했지만, 그쪽의 답은 최근 상황이 안좋으면서 현악을 계속 연주하는 인구가 줄었고 어른반도 더이상은 없다는 거였다.

그래서, 찾은 차선책이 호빵이 연주하게된 Youth Philharmonia Orchestra 에서 부모 자원봉사자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거였다. 다시 아이들과 연주 했다. 그것도 즐겁긴 했다.

드디어, 이번 여름, 어른 실내악반 등록을 다시 받는다고 해서 바로 신청해 놓고도 반신반의 하고 있었는데 연락이 왔다. 모임이 있다고.

어제가 그 첫모임. 번개를 집에 데려다 놓고 가니 약속 시간보다 20분이나 늦었다. 몇몇 나이든 사람들이 젊은 선생님과 서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대체로 나이가 많아 보이는 사람들이어서 처음엔 몰라 봤다. 선생님과 한 분이 바이올린을 하고 선생님이 나에게 요청 한대로 난 비올라를 들고 갔다. 흑인 할아버지는 베이스(Bass)를 가지고 왔다. 멋지다~!

튜닝을 하고, G Major scale 을 다 같이 몸풀기로 연주한 다음, 짧은 fiddle 곡을 함께 배웠다. 30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즐거웠고, 다음주부터는 몇 사람이 더 올 것 같아 좀 더 본격적으로 다함께 연주를 할꺼라고 하니 기대 만빵이다.

바라기는, 종교가 없는, 음악을 하는, 편안한 친구를 이 모임에서 만났으면 한다.

결국 내 삶에서 음악은 빠질 수 없다 보다. 공부를 해도. 영어를 배워도, 친구를 사귀어도 음악과 연관되지 않으면 뭔가 허망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러니 무엇을 해도 결국 회귀하는 곳은 음악이 아니었나 싶다.
2010/06/08 11:31 2010/06/08 11:31
Posted by 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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