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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총알 받이

 | 하루
2010/01/14 10:34
최근 계속 들고 나가던 생각인데 <아바타>를 보면서 다시 떠올랐다. 우리는 쏟아지는 총알과 폭탄 속에서 조만간 아무거나 한 개 맞고 죽을 것들이라는 것. 전장에 앞장 서 나가 끝내 죽지 않고 살아나는 건 영화의 주인공들 뿐이다. 실제 역사에서 전사들은 대부분 전장에서 죽는다. 그래도 우리는 사고를 당하기 직전까지, 죽기 직전까지는, 영화에 단역으로 출현해 '죽는 역할' 할 사람이 바로 나라는 생각을 켤코 하지 않는다. 자신을 객관화하여 볼 수 있는 우리의 자의식 때문에 내가 영화나 무대의 주인공이라고 느끼며 살기 때문이다.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건 우주에서 벌어지는 단 하나의 경험이라고 여긴다. 피밭에서 눈앞에 사람들이 피로 떡칠을 하며 죽어가도 저건 내가 아니니까 공포스럽긴 해도 내 것이 될 수는 없다. 내가 '행인1, 2', '군인 1,2'가 아니라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는 한.

우리는 모두 세계전쟁에 내몰린 총알받이 군인들이다. 커다란 화면에서 각각 개미 머리만하게 묘사되는. 민주주의를 말하고 진보를 말하고 자유를 말하고 인류공존을 외치는 그 누구도 역사의 개미거나 총알받이 이상 아니다.

그런데 총알받이에 불과한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그래도 멋지다고 여길 때는, 총알받이란 걸 뻔히 알면서도 그 총알 폭풍에 기꺼이 맞서는 사람들을 볼 때다. <아바타>의 연구팀 헬기 조종사처럼. 그리고 보기 역겨운 건 자신이 총알받이 이등병이란 사실을 모르고 마치 영화속 전쟁영웅인양 하는 사람들을 마주칠 때다.

아이티 지진으로 그나라 국민의 3분의 1이 피해를 당했다는 소식이다. 우리는 사망자 중에 그 어떤 위대한 영웅이 있었고 얼마나 많은 '지진받이'들이 있었는지 절대 알 수 없다.
2010/01/14 10:34 2010/01/14 10:34
Posted by 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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