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 적응과 밥

 | 하루
2011/06/13 15:58
오늘에서야 내 몸이 좀 미국 시간에 적응된 듯하다. 지금도 오후가 되어 가면서 정신이 몽롱하고 기운이 빠진듯 하지만서도. 하루 하루 더 나아지겠지. 의사가 못박아서 6월 말까지는 무리 말고 몸 조심 하라고 했으니 그때까진 몸상태가 안좋은 듯 느껴져도 그러려니...

이번에 나와 함께 미국을 첫 방문한 내이름거꾸로 언니가 매일 '보신용' 저녁을 해준다. 물론 나뿐만 아니라 내 가족들 모두를 위해서. 고맙기 그지없다. 어찌 말로 다할 수 있으랴만. 나이 먹어가며 깨달은 또 하나의 사실은 사람과 사람이 함께 밥을 먹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것이다. 그래서 온 식구가 모여 갖는 식사 횟수가 많은 가정일수록 아이들이 밝고 안정적이라는 말들을 하는 걸테다. 생각해 보니, 유난히 가까운 사람에게 밥대접 하는 거 잘하는 내이름거꾸로 언니에게 내가 밥을 얻어 먹어온 햇수도 근 20년이 넘었다. 이번에 한국 갔을 때도 언니네 집에서 밥을 내리 얻어 먹었는데,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미국까지 모시고(?) 와 밥을 얻어 먹는다.

나에겐 밥해 먹는 일이 늘 어려웠는데 미국 와서는 좋으나 싫으나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해 밥을 차려 냈다. 적어도 나 자신은 그랬다고 생각 하는데, 내 식구들도 내가 내이름거꾸로 언니에게 남다른 감사와 애정을 가진 만큼이나 나와 얽힌 밥의 기억을 따뜻하고 특별하게 생각해 줄까. 그동안 내가 밥하면서 너무 궁시렁 거려서 어쩜 고마움 같은 거 느낄새가 없었을지도. 그러고 보면 나란 사람 살면서 뭐 하나 제대로 잘해낸 일이 없네 싶기도 하다. 오늘은 이런 저런 밥과 관련된 잡념들...
2011/06/13 15:58 2011/06/13 15:58
Posted by 꼼미

봉천동의 아침

 | 하루
2011/04/30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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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미가 내어준 봉천동 방에서 맞게될 마지막 아침이다. 예정대로라면 한국을 떠나기 일주일 전까지 꽤 많은 시간을 이곳에서 보냈을 테지만, 역시나 사는 일은 뜻대로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홍이 엄마의 장례식과 내일 있을 내 자궁적출 수술로 이 '나만의 방'에서 지낸 시간은 이렇듯 짧고 아쉽게 마무리 해야 한다.


이 봉천동 산동네 작은 방 창문에선 관악산 아래로 펼쳐진 도시 풍경이 보인다. 날이 괜찮을 때는 낮에도, 그리고 불빛이 찬란해 지는 밤에는 밤대로, 혼자 물끄러미 그 풍경을 바라보곤 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한국에서 지낸 몇 주 동안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만난 사람들. 그 사람들이 풀어낸 이야기들 그리고 그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낸 이야기들.

언니 형부 영주 영주남편 엄마 아버지 오빠 어머님 아버님 동서 형님 조카들 언니시어머님 수현언니 수현언니남편 예은 수민 헌틀아리 준선 송이 송이남편 경옥언니 수홍 수미 수미동생 이건용선생님 윤경언니 수정언니 김춘미선생님 소영언니 정호 은경 은경동생 동일형 형선선배 대성형 영순 선미 혜정 선아 수정 정연 고모 고모부 소영 소영남편  

무엇보다 한치의 변함없이 기대 이상으로 나를 따뜻이 맞이해 주고 반겨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를. 한국에서 보낸 지난 한달의 일들과 앞으로 남은 또 한달 동안 펼쳐질 시간을 내가 잘 기억하고 간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실 이걸 다 잘 기억하고 미국에 돌아가면 오히려 더 외롭고 그립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인다. 언제나 어디서나 혼자 서기는 쉽지 않다. 남편과 아이들. 나의 살붙이들에 기대어 돌아가면 또 살겠지 하는 생각이 들지만 수술을 하루 앞두고 한국에서 남은 날들을 생각하니 벌써 아쉬운 맘 가득...^^

2011/04/30 21:12 2011/04/30 21:12
Posted by 꼼미
내일 오후 아이들의 학교가 끝나는 대로 시카고로 향할 참이다. 몇일 전에 혹독하게 찾아왔던 초 봄의 눈과 얼음이 아직 채 녹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번주는 날씨가 좋을 꺼라니 내가 미시건을 비우게 되었을때 날씨라도 우리 가족을 따뜻이 감싸주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 가기전 미시건에서 남은 날이 오늘 내일인데, 아직도 해야할 일들이 많이 남아 있다. 게다가 호빵은 엄지 발톱에 문제가 생겨 감염이 된 듯하여 의사를 만날 약속까지 잡아 놓고 보니 안그래도 바쁜 월요일 일정이 정신이 하나도 없다.

오늘 내일 먹을 음식들과 시카고 가지고 갈 남은 음식재료들 (두고 가면 썩을 테니) 도 챙겨야 하고,
남은 다림질 거리와 바느질 거리들도 해놓고 가면 싶고,
번개 병원에 데려다 주고,
오후엔 피아노 렛슨도 하러 가야 하고,
렛슨 끝나면 어른현악반 마지막 수업에도 다녀와야 한다.수업 끝나 번개 데리고 집에 돌아오면 밤 9시가 넘을터.
아이들과 시카고, 한국 갈 짐 마지막으로 점검하고 자야 한다.
이 와중에, 홍이가 부탁한 번역일도 하나 남아 있다.
그리고 내일은 한국장 가서 장봐서 음식을 좀 해놓을 생각이다.

엄마를 시카고에서 떠나 보내고 집에 돌아오면 남은 식구들이 많이 썰렁해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자꾸 집안 여기 저기 더 둘러보게 된다. 키우고 있는 물고기들도 다시 쳐다 보고, 겨울내내 다 죽어가고 있는 화초들도 치워두고 가야 할까 싶다. 내가 떠난 후 화분들이 흉물스러워지면 그걸 보는 가족들은 더 심란해지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내일은 아무래도 집안 정리도 좀 해놓고 가야 할 모양이다.

꼼지가 지난번 한국 갔을때 내 마음이 참 그랬다. 심난하고, 허전하고, 서럽고, 쓸쓸하고.... 그래서 애들 안볼때 혼자 울기도 하고 그랬다. 이번엔 나때문에 아이들과 남편이 울까봐 마음이 아리다. 무엇보다 학교 다니면서 아이들 둘 건사하는 일까지 떠맡을 꼼지에게 고맙고도 미안하다. 꼼지에겐 이런 경험 처음이니 더 힘들겠지만 힘내서 잘 해내리라 믿는다. 싸랑하는 우리 두 똥강아지들도.

이제 남은일 빨리 해야 한다.....


2011/03/28 12:04 2011/03/28 12:04
Posted by 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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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시내에 발딛었을 때 처음 눈에 들어 온 것이, 장벽을 이룬 건물, 사람과 차로 가득찬 거리, 무표정한 사람들, 그리고 머리를 들면 닿을 듯이 오가는 도시 순환열차(loop) 였다. 도시. 아무리 못되고 지긋지긋한 것이라도, 그리워지면 사랑스러운 법이다. 맘 같아선, 시카고 건물들을 하나 하나 알아가고 싶었다. 건축가와 그 역사까지. 마치 사람을 알아가듯 말이다. 물론, 맘 뿐이었지만. 굉음을 내며 지나가는 저 열차 밑에서 '시끄럽고 복잡하고 차가운 표정의 도시' 그런 단어들이 머릿속에 잔뜩 밀려 왔다. 그런데도 왜 이리 사랑스럽기만 한거지 되묻는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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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 새끼들, 밥 (아니 빵?) 많이 먹어라!"
꼼지는 컨퍼런스 보내고 우리끼리 아침일찍 호텔을 나서서 하루종일 걸을 테니 든든히(?) 먹으라고 맥도널드 아침을 사주었다. 지네들을 엄청 끌고 다닐꺼면서도 기껏해야 맥도널드를 먹이는 엄마를 원망하기는 커녕 '와! 맥도널드다' 하며 특별한 아침으로 생각하고 먹는 호빵과 번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싸구려 음식 먹고 살어. 아니, 이런 싸구려 음식도 못먹고도 사는 사람들도 많다. 복 받은 줄 알아라...."
말같지도 않은 엄마의 설교 아닌 설교를 들으면서.
아이들 뒤로 벽에 걸린 사진들이 보기 좋았다. 시카고는 왠지 맥도널드도 시카고스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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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을 나서 걷기 시작... 저 좁은 길에 늘어선 차들 하고... 비까번쩍해 보이는 차들 위로 비친 호텔의 네온 불빛도 '시카고스럽'단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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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시내 관광 버스. 날씨도 좋았고, 타려고만 했으면 탈 수도 있었을텐데, 그 짧은 일정 속에도 뭔 심보였는지 한사코 아이들과 걸을 수 있을만큼 걷자고 했다. 미시건 애버뉴였을 것이다. 매표창구에 쓰인 'Chicago' 란 단어를 눈앞에서 보는데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영화 <Chicago, 2002> 에 대한 기억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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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맥도널드 간판, 시카고스럽잖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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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건 애버뉴 남쪽에 있는 박물관들 쪽으로 방향을 잡다보니 약간 북쪽으로 위치해 있는 밀레니엄 공원도 제대로 보질 못했다. 그쪽에는 좀 더 굉장한(?) 또는 다양한 조각품들이 있었을 테지만 멀리 skyscraper 를 배경으로 설치해 놓은 이 조형물을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꽤 인상적이고 마음에 들었던 풍경. 뒤의 건물들은 기풍도 당당하게 세련된 신사들처럼 서있는데, 그 앞의 머리없는 사람닮은 군상들은 버려진 쓰레기처럼 방향없이 걸어가는, 아니 그저 뜻없이 움직이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이런 걸 돈 내지 않고 아무나 볼 수 있는 세상, 난 그런 세상이 좋다. 그런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존경하고. 이 풍경 앞에 멈춰서서 꽤 오랜 시간 바라봤던 것 같다. 공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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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에 대한 설명은 굳이 뭐 필요할까. 그냥 보면 된다. 그런데 난 저런 보트들 보면 예쁘기는 하지만 좀 짜증난다. 무엇보다 저런 거 타려면 돈 많이 들 것 같아서 말이지... 그런데 대체로 저런 것들은 돈 많이 내고 타는 사람들을 위해 있는 거 아니고 돈 많이 가진 사람들이 자기네 걸로 가지고 있는 거 아닐까...^^; 나? 밸이 꼬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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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젊은이들. 나도 저리 청춘일 때 세계를 돌아다니며 맘껏 살았다면 참 좋았겠다 싶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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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이른 아침이었는데 시카고 미술박물과 Art Institute of Chicago 에 붙어 있는 미술 박물관에 긴 줄이 생겨나고 있었다. 입장료가 상당히 비싼편이라 아이들을 둘이나 데리고 저길 가기엔 이번엔 아니다 싶어 결국 못갔다. 혼자였다면, 아쿠아리움이나 자연사 박물관이 아니라 저길 먼저 갔겠지. 그러니까 난 나이기도 하지만 두 남자 아이들의 엄마이기도 하다. 가끔 아닌 듯 살기도 하지만, 늘상 그럴 수는 없다. 저긴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한다. 근데 미술 박물관 입장료가 너무 비싸서 좀 신경질이 난 것도 있다. 미술 박물관, 악기 박물관, 역사 박물관 같은 것은 공짜이거나 아님 좀 싼 입장료면 안되는가. 여기 플린트는 그래도 미술 박물관 공짜인데.. 특별전은 돈을 받긴 하지만 말이다. 한번 가고 마는 곳도 아니고... 저런데는 턱없이 싸거나 공짜인 나라 좋은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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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걷고 또 걷고... 얘들아 오늘의 여행,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겠지? 이렇게 많이 걸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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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었던 호텔은 꼼지가 컨퍼런스 참석 차 잡아 놓은 거다. 우리 셋은 거기에 빌붙었다. 호텔 안에서도 발가는 대로 돌아 다녔다. 구석 구석... 구경하고 앉아보고 만져보고 (?). 그 호텔 아래층에 있던 특이하면서도 단순하고, 단순하면서도 우아해보이는, 거기다 편하기까지 했던 의자(소파라고 해야할까, 미국에선 love seat 이라고 할듯). 워낙 가구들을 좋아하는 터라 공짜기만 하면 막 앉아 본다. 앉으라고 둔 것일 테니. 물론, 앉아본 사람들 중 만명 중 하나라도 사면 남는 장사다 하고 놓아 둔 것이겠지만, 난 그 만명 중에 한 사람이 될리는 결코 없을 테니 그저 신나게 앉아 보는 것으로 충분히 만족한다. 이쪽에도 앉아 보고, 저쪽에도 앉아 보고... 개인적으로 난 실용적인 예술품이 좋다. 사람들 가까이에 있는 예술품. 돈 많은 사람들만 (게다가 평생 쓰이지도 않고) 쳐다볼 수 있는 비싼 예술품보다는 말이지.

얘들아 너희들도 앉아봐. 디게 편해...^^
아이들이 앉아 있는 이 의자 사진을 보니, 웬지 의자가 웃음을 짓고 있는 느낌이 난다.
"나도 오늘은 의자 구실 제대로 하는 군... 뿌듯한걸..."
하고 말하고 있는 듯한. 순전히 내 회개망칙한 상상이긴 하지만.

여행은 추억이 되었지만 그 느낌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런 저럭 기억을 많이 담아 온 때문이리라. 사랑이라는 봉지 안에 담아온 기억 부스러기들....
2010/12/18 13:08 2010/12/18 13:08
Posted by 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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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지를 공항에 데려다 주고 왔다. 토요일이다. 그러니까 꼼지 부재의 시작은 주말이다. 지나온 날들에 대한 기억과, 꼼지가 7년만에 한국 땅을 밟을 때 느낄 회한과, 한달 넘어 계속 될 꼼지없는 날들에 대한, 여러 앞선 생각들 때문일까, 자꾸 울컥거리는 감정을 닫아 두려 애쓰니, 마치 멀미가 계속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한달을 족히 넘는 꼼지의 이번 미국 밖 여행은 2004년 미국에 발을 딛은 이후 처음이다. 미국 안에서 몇 도시를 거쳐 한국에 갈 예정이다. 그 일정 속에서 일본에 있는 학회도 잠시 다녀와야 한다고 했다. 미국에 유학 와 이 고생 저 고생 하는 동안 꼼지는 알게 모르게 향수병을 많이 겪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편안한 마음으로 한국을 다녀 오게 되었으니 우리에 대한 걱정 보다는 여행 동안 좋은 일, 좋은 기억, 그리고 좋은 만남 많이 만들고 왔으면 좋겠다.
2010/11/13 13:10 2010/11/13 13:10
Posted by 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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