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 뉴스가 노무현 대통령과 그의 대통령 임기 말에 나누었다는 대화다.
그걸 읽으니, 몇가지 사실들이 나에게 좀 더 분명히 다가왔다.
1. 노무현 대통령이 그의 유서에서 말했던 '운명'은 피할 수 없던 언론과의 싸움이었다는 것.
지금 요새 언론하고의 싸움이 제일 큰 것입니다. 근데 그것은 좀 뒤에 할 일이면 뒤로 미룰 것입니다만 좀 뒤로 할 수가 없어요. 하필이면 역사적인, 역사의 변화과정에서 내 자리가, 내 위치가 거기에 부닥쳐 버렸다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많은 우연이 있고 또 역사적 필연이 있는 가운데, 내가 대통령이 된 이 시점에 와서 딱 그게 걸려버린 것입니다. 말하자면 (그 문제와) 마주쳐 버린 것이죠.
그러니까 이것은 역사적 인연이기 때문에 피할 수 없다는 것이죠. 역사적 인연이 아니면 뭐 피해 가버리면 되는데. 근데 한국 민주주의 발전사에 있어서, 언론에 있어서의 어떤 변화, 이것은 역사적 필연이기 때문에 거기에 내가 인연을 맺어, (약간 웃음) 말하자면 역사적 조우를 한 게 된 것이죠.
물론 이것이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룰 수 있는 것인지는 모르고, 더 좋은 방법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겠지만 내가 이 언론과 부닥쳐 왔던 역사적 인연의 고리로 봐서는 이 길밖에 없게 돼 있기 때문에, 여기서 부닥쳐 그것을 회피를 못하는, 피하질 못하는 것이죠."
1. 그 '운명'과의 치열한 싸움에서 절대 지지 않을 것임을 확신했던 그는 자기 자신을 사랑했던 그 만큼, 단지 자기 가족들 뿐만 아니라, 자신과 뜻을 함께 했던 이들을 너무나 아끼고 사랑했던 사람이었다는 것.
"까놓고 이야기해서 대한민국에서 '정치인'하면 김대중, 김영삼 두 분 아닙니까? 언론을 다루는 데도 두 사람이 달인 아닙니까? 그런데 그 두 분은 (임기말에 언론에) 맞아죽었고, 나는 살아남았으니까 내가 잘한 거 아닙니까?(웃음). 나는 그 분들 스스로에게 큰 잘못이 있다고 보진 않지만 방어를 못했거든요. 방어를 못해서 (임기말에 정치적으로) 타살당한 것이거든요. 나는 방어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만큼이라도 해야 나갈 때 걸어나갈 거 아닙니까, 기어나가지 않고. 나는 송장이 돼서 안나가고 걸어서 나갈 거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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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향 사람들이나 동창을 가끔 청와대에 초청해 만날 때 제일 처음 하는 인사가 '나 때문에 힘들었지요'입니다. 내가 (지지자들에게) 제일 미안한 게 그 점입니다. 나하고 친하다는 이유로, 또 옛날에 나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지금 여러분이 이 자리 저 자리에서 구박받고 있는 것이, 또 대통령인 내가 구박당하는 것을 보고 마음 상해할 것이고, 그 점이 제일 힘듭니다. 아주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1. 그가 얼마나 역사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었는가가 역시 더 분명히 보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는 바로 자신에 대한 정치적 평가의 주체를 '언론'의 손, 즉 구박하는 자들의 손에서 그가 믿었던 '역사'의 손, 즉 구박 받는 자들의 손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서였다.
"열매가 그렇게 맺는 것이기 때문에…… 그 수많은 싹이 다 열매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수많은 싹이 있어야 하나의 열매가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것이 결실이 있는 일인지는 우리가 너무 그리 간단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내가 지금까지 말하고 안 되는 것같이 보이는 많은 일들이 다 하나하나 싹을 틔우고…… 말하자면 물주고 키우고 꽃을 피우기 위해서 노력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안 된다고 전제하는 것은 인과관계를 너무 단순하게 보는 것이고, 멀리 보면 결국은 다 그렇게 가게 돼 있는 일 중에 내 몫이 얼마인지 몰라서 노력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안 된다는 것은, 우리가 너무 시야를 짧게, 인과관계를 너무 단순하고 시야를 짧게 보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지 안 되는 건 없다, 하물며 노력할 가치조차 없는 것은 정말 없다, 나는 그렇게 보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당신과 우리의 삶을 옥죄어 온 것은
점잖은 신사 얼굴로 위장하고 손바닥에 촘촘히 예리한 면도날을 품고
천진난만한 아이의 머리를 스윽 슥 아침 저녁으로 쓰다듬는 괴물과 같았습니다.
그 아이가 조금씩 피를 흘리면서 죽어 갈 때까지
낮은 소리로
'너는 내 보살핌이 없으면 하루도 살 수가 없단다.
내 집 밖의 세상은 당장에 너를 죽여버릴꺼야'
라고 끝없이 타이르며 아이의 몸과 정신을 모두 야금 야금 말살 시켜온.
당신은 봉하바위 아래 자신의 몸을 던져
그 괴물이 본질을 드러내고 자신이 사랑한 모든 사람들이
그 괴물의 실체를 똑똑히 보고 깨닫도록 할 수 있는 길은
당신이 봉하바위 아래 몸을 던져
그 괴물의 먹이가 되어 주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 괴물이 거대하고 더러운 입을 쫙 벌리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 날름 당신의 육신을 받아 먹는 순간
'지각있는 사람'의 형상을 하고 우리를 포옹하는 척하던 그것이
상상을 초월하는 끔찍하고 무서운
변종 괴물로 탈바꿈하는 것을
똑똑히 보여 주기 위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