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호와 노태우의 대담'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5/26 노무현 대통령이 말한 '운명'

다시 믿을 수 없는 아침이 왔다. 도저히 몸이 안좋아서 오늘 비올라 렛슨을 못가겠다는 이메일을  제시카에게 염치도 없이 약속한 시간 한 시간 전에 보냈다. 그러고는, 다시 침대에 눕지 못하고 본 기사.

오마이 뉴스가 노무현 대통령과 그의 대통령 임기 말에 나누었다는 대화다.

그걸 읽으니, 몇가지 사실들이 나에게 좀 더 분명히 다가왔다.

1. 노무현 대통령이 그의 유서에서 말했던 '운명'은 피할 수 없던 언론과의 싸움이었다는 것.


지금 요새 언론하고의 싸움이 제일 큰 것입니다. 근데 그것은 좀 뒤에 할 일이면 뒤로 미룰 것입니다만 좀 뒤로 할 수가 없어요. 하필이면 역사적인, 역사의 변화과정에서 내 자리가, 내 위치가 거기에 부닥쳐 버렸다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많은 우연이 있고 또 역사적 필연이 있는 가운데, 내가 대통령이 된 이 시점에 와서 딱 그게 걸려버린 것입니다. 말하자면 (그 문제와) 마주쳐 버린 것이죠. 


그러니까 이것은 역사적 인연이기 때문에 피할 수 없다는 것이죠. 역사적 인연이 아니면 뭐 피해 가버리면 되는데. 근데 한국 민주주의 발전사에 있어서, 언론에 있어서의 어떤 변화, 이것은 역사적 필연이기 때문에 거기에 내가 인연을 맺어, (약간 웃음) 말하자면 역사적 조우를 한 게 된 것이죠.


물론 이것이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룰 수 있는 것인지는 모르고, 더 좋은 방법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겠지만 내가 이 언론과 부닥쳐 왔던 역사적 인연의 고리로 봐서는 이 길밖에 없게 돼 있기 때문에, 여기서 부닥쳐 그것을 회피를 못하는, 피하질 못하는 것이죠." 


1. 그 '운명'과의 치열한 싸움에서 절대 지지 않을 것임을 확신했던 그는 자기 자신을 사랑했던 그 만큼, 단지 자기 가족들 뿐만 아니라, 자신과 뜻을 함께 했던 이들을 너무나 아끼고 사랑했던 사람이었다는 것.


"까놓고 이야기해서 대한민국에서 '정치인'하면 김대중, 김영삼 두 분 아닙니까? 언론을 다루는 데도 두 사람이 달인 아닙니까? 그런데 그 두 분은 (임기말에 언론에) 맞아죽었고, 나는 살아남았으니까 내가 잘한 거 아닙니까?(웃음). 나는 그 분들 스스로에게 큰 잘못이 있다고 보진 않지만 방어를 못했거든요. 방어를 못해서 (임기말에 정치적으로) 타살당한 것이거든요. 나는 방어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만큼이라도 해야 나갈 때 걸어나갈 거 아닙니까, 기어나가지 않고. 나는 송장이 돼서 안나가고 걸어서 나갈 거거든."

....

"내가 고향 사람들이나 동창을 가끔 청와대에 초청해 만날 때 제일 처음 하는 인사가 '나 때문에 힘들었지요'입니다. 내가 (지지자들에게) 제일 미안한 게 그 점입니다. 나하고 친하다는 이유로, 또 옛날에 나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지금 여러분이 이 자리 저 자리에서 구박받고 있는 것이, 또 대통령인 내가 구박당하는 것을 보고 마음 상해할 것이고, 그 점이 제일 힘듭니다. 아주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1. 그가 얼마나 역사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었는가가 역시 더 분명히 보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는 바로 자신에 대한 정치적 평가의 주체를 '언론'의 손, 즉 구박하는 자들의 손에서 그가 믿었던 '역사'의 손, 즉 구박 받는 자들의 손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서였다.

"열매가 그렇게 맺는 것이기 때문에…… 그 수많은 싹이 다 열매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수많은 싹이 있어야 하나의 열매가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것이 결실이 있는 일인지는 우리가 너무 그리 간단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내가 지금까지 말하고 안 되는 것같이 보이는 많은 일들이 다 하나하나 싹을 틔우고…… 말하자면 물주고 키우고 꽃을 피우기 위해서 노력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안 된다고 전제하는 것은 인과관계를 너무 단순하게 보는 것이고, 멀리 보면 결국은 다 그렇게 가게 돼 있는 일 중에 내 몫이 얼마인지 몰라서 노력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안 된다는 것은, 우리가 너무 시야를 짧게, 인과관계를 너무 단순하고 시야를 짧게 보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지 안 되는 건 없다, 하물며 노력할 가치조차 없는 것은 정말 없다, 나는 그렇게 보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당신과 우리의 삶을 옥죄어 온 것은
점잖은 신사 얼굴로 위장하고 손바닥에 촘촘히 예리한 면도날을 품고
천진난만한 아이의 머리를 스윽 슥 아침 저녁으로 쓰다듬는 괴물과 같았습니다.

그 아이가 조금씩 피를 흘리면서 죽어 갈 때까지
낮은 소리로
'너는 내 보살핌이 없으면 하루도 살 수가 없단다.
내 집 밖의 세상은 당장에 너를 죽여버릴꺼야'
라고 끝없이 타이르며 아이의 몸과 정신을 모두 야금 야금 말살 시켜온.

당신은 봉하바위 아래 자신의 몸을 던져
그 괴물이 본질을 드러내고 자신이 사랑한 모든 사람들이
그 괴물의 실체를 똑똑히 보고 깨닫도록 할 수 있는 길은
당신이 봉하바위 아래 몸을 던져
그 괴물의 먹이가 되어 주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 괴물이 거대하고 더러운 입을 쫙 벌리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 날름 당신의 육신을 받아 먹는 순간
'지각있는 사람'의 형상을 하고 우리를 포옹하는 척하던 그것이
상상을 초월하는 끔찍하고 무서운
변종 괴물로 탈바꿈하는 것을
똑똑히 보여 주기 위하여.






2009/05/26 11:12 2009/05/26 11:12
Posted by 꼼미

BLOG main image
by 꼼미

공지사항

카테고리

전체
일상
영화 드라마
논제
책읽기
음악
공연
취미
하루
자료
정치 사회
번역
먹는 일
여행, 구경
영화
번역
음악교육

최근에 받은 트랙백

달력

«   2012/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Total : 52187
Today : 41 Yesterday : 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