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걸 한꺼번에 먹어서 체했나? 진짜 체했다는 말이 아니고, 이번 여름, 여행을 무더기로 하고서도 블로그에 단 한 줄도 그것들을 담아내지 못했다는 말이다. 살면서 이렇게 많은 여행을 단시간에 해 본 적이 있던가. 차차 하나씩 꺼내 올려 지리라 믿는다.
어쨋든, 다사다난 했던 여름도 가고, 어느새 9월도 중순이다. 아이들이 한국에서 돌아와 새학년으로 복귀하여 학교에 다닌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덕분에 나 혼자 하는 악기 연습 시간도 다시 돌아 왔다. 지난달부터 나에게 바이올린을 배우는 캐시가 한 낮에 오기 때문에 이제 화요일은 그 앞 뒤 시간에 즐겁게 내 개인 연습을 하곤 한다.
사십대 아줌마인 나에게 악기 연습은 진정한 명상의 시간이다. 중학교때 울며 겨자 먹기로 하던 억지 춘향의 지겨운 명상의 시간이 아니라, 내 스스로 복잡한 마음 모두를 잠시나마 우주 어딘가로 고요히 떠나 보낼 수 있게 하는 무념의 시간이랄까.
참 재미있는 건, 연습하는 동안 세상사를 잊고 오로지 좋은 소리를 만들어 내는 일과 연주하는 음악 속에 빠지게 되는데, 그것이 결국은 소리를 다듬고 음악을 얽는 가운데 다시 삶의 결이란게 이런거지 하는 생각에 다다르게 된다는 거다. 인간의 삶이 이렇게 좋은 소리를 찾아 가는 일, 이렇게 힘을 빼고, 잘못된 손가락의 모양을 고치고, 자세를 고르면서, 악절을 연결하고, 때론 강하게, 때론 부드럽게, 때론 우는 듯이, 때론 웃는 듯이,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지... 뭐 그런 생각 말이다.
어쨌든, 나에게 이런 시간이 있는 것이 감사 감사할 따름이고, 이런 시간을 맞이 할때마다 경건해 질만큼 삶의 가장 소중한 귀퉁이를 잡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는 것. 오늘도 연습시간이 두 시간을 넘겼다. 바이올린 소리가 꽤 나아졌다. 그래서 기분이 좋아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