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을 하고도 늘 제일 먼저 챙기는 건 어디에 책상과 책꽂이를 놓을까였다. 지금도 책상이 좋아서 우리집엔 이젠 다 셀 수 없을 만큼의 책상이 있다. 물론 책상 대용 식탁과 앉은뱅이 책상겸용 탁자까지 합하자면 말이다. 모두들 중고 아니면 쓰레기장에서 업어와 닦고 조인 것들이다. 난 그 책상들이 다 좋다.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르다. 이 책상 저 책상을 오가며 어질러 놓고 잠깐씩 앉아 내 건망증에 요긴한 메모를 하거나 챙겨야 할 서류들을 보곤 한다.
오월에 들어 온 지금의 집을 고른 가장 큰 이유도 책상과 책꽂이가 넉넉히 들어갈 안성맞춤한 방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방은 1층 서재가 되었다. 우린 서재라는 말보다는 공부방 / library 라고 불렀는데 이 방을 지난 5개월 동안 꼼지가 썼더랬다. 아이들이 2층에서 악기 연습을 할 때 방해 받지 않고 공부 하라고 내가 선심을 썼다. 오개월이 지난 후에 꼼지는 2층의 손님방을 공부방으로 택했다. 취향의 문제인데, 창문이 넉넉하고 밖이 훤히 내다 보이는 1층 공부방보다는 벽에 둘러싸인 (마치 고시원 같은) 약간은 답답해 보이는 2층 방이 집중하기에 더 좋다는 거였다. 여기선 man's cave 라고 하는데 남자들은 정말 지하실 같은 음침하고 꽉막힌 공간이 좋은가 보다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어쩄든 좋았다. 대신 1층의 공부방이 내게 돌아 왔으니 말이다.


놀래서 들어 온 꼼지 (설정). '아니 이런 이른 아침에?!!!'

